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한국국제교류재단 (아트모아 기자단 5기 한우림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과 세계를 잇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박신영 큐레이터
국제교류의 심장,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서
문화예술로 가교를 만들어내는 박신영 선임 큐레이터.
K-컬처의 위상이 높아지는 지금, 문화외교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예술을 매개로 한국과 세계를 잇는 공공외교의 현장은 어떤 모습일까?
그의 생생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어가본다.

한국국제교류재단 박신영 큐레이터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와 함께 맡고 계신 업무 소개해주세요.
저는 박신영이고,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재단은 한국과 세계의 우호/친선을 높이고 한국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외교 기관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글로벌센터사업부에서 일하고 있고, 특히 주한 대사관, 문화원 등의 국제 교류 기관들과 협력해 ‘문화예술 교류’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KF XR 갤러리 (실감형/몰입형 디지털 기반 전시를 다루는 비영리 공공외교 전시 공간)의 전시 기획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팬데믹 이후 디지털 공공외교의 필요성이 커지며 2023년부터 XR 갤러리와 메타버스 플랫폼을 함께 개관했답니다.
XR 갤러리와 메타버스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팬데믹 때 대면 국제교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어떻게든 교류의 새로운 경로를 만들자”는 고민으로 디지털 기반 비대면 공공외교가 강화됐어요. 영역에서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가상 공간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적극적으로 맺어보자는 관점에서 XR 갤러리와 메타버스가 탄생했습니다. XR 갤러리 같은 경우는, 디지털 콘텐츠(VR·AR·XR·미디어 아트)는 물리적 작품보다 운송이나 접근이 용이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확장되게 됐어요. 동시에 메타버스도 함께 만들어졌는데요. 저희는 국제교류 기관이기 때문에, 모두가 접근 가능한 플랫폼이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특히 메타버스는 앱 설치 없고, 회원가입도 없이 단순히 웹 기반으로 설계해 네트워크 환경이 좋지 않은 국가에서도 접속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도 메타버스 강연, 메타버스 전시, 하루 100회 이상 누적 접속 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강연을 하면 몇 천 명의 접속자수가 기록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주한스위스 대사관, 국제적십자위원회 등과도 협력하여 메타버스 전시를 진행했어요.

XF 글로벌센터 메타버스 (출처: 인터뷰이 제공)
근무하고 계신 한국국제교류재단과 글로벌센터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1991년에 설립되었습니다.한국과 외국 간의 우호 및 친선 관계를 증진하고, 세계인이 한국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공공외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한국과 세계가 좀 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는 기관입니다.
재단의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1)(한국학 연구 지원) 국내외 연구자들이 한국을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글로벌 네트워킹) 외국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거나 해외에서 포럼, 교류 프로그램을 하는 사업입니다.
3)(문화예술 교류 사업) 과거에는 해외 유수 뮤지엄에 한국실을 만드는 일을 오래 지원했고 현재는 해외의 한국 큐레이터를 지원하는 일, 국제교류 전시, 문화 행사 등을 추진합니다.
외교라는 게 단지 대통령, 정치인들만 하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 등으로서도 충분히 공공외교적 역할이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활동들을 지원하는 곳입니다. 초창기에는 세계 유수 박물관에 한국실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량을 쏟았습니다. 초기에는 한국실이 있어도 일본인, 중국인 큐레이터가 한국실을 담당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국인 큐레이터 직을 만들고 지원한 것도 KF의 대표 프로젝트였습니다. 지금은 해외 도서관이나 싱크탱크, 박물관 등으로 한국 인턴을 보내는 글로벌 챌린저, 공공외교 아카데미 및 강연, 국제포럼, 문화교류 등 아주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며, 선임 큐레이터님의 역할은 이 목표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Connecting People, Bridging the World”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해서, 세계의 가교가 되는 이 문장을, 슬로건처럼 많이 사용을 해요. 그래서 연결, 교류, 소통이 저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KF는 단순히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소통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고, 그 바탕 위에 한국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동시에, 위안부 문제처럼 한국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있을 경우, 이를 바로잡는 데 필요한 연구와 활동도 적극 지원합니다. 이러한 목표 안에서 제가 하는 역할은, ‘세계와 한국이 연결되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즐거운 일인지’를 시각적, 공감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이라는 건 사실 소프트 파워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수단이자, 깊은 정서적 교 감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이기 떄문에 이 수단을 활용해 교류의 장벽을 낮추고 소통의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또 디지털 공공외교를 할 때는 ‘장벽을 낮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접속이 어렵거나 디바이스 성능이 떨어지면 교류 자체가 단절되니까요. 어떤 주한외교단이 저희 메타버스를 보시고 “우리나라 환경에서도 이건 가능하겠네요” 라고 말해주셨던 일이 기억에 남아요. KF는 단순히 한국만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보편적 가치(Universal Value) 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기관이기도 해요. 전 세계에 이로운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때, 그 나라와 문화는 더욱 사랑받게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시 기획이나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할 때도 단순한 국가 홍보가 아닌, 모두에게 열려 있는 가치 실현의 관점에서 접근하려고 합니다. 이 역시 제가 KF의 미션에 기여하고 있다고 느끼는 지점입니다.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 전경
문화예술 국제교류 분야 큐레이터라는 전문 직업에 들어서게 된 계기와 그 경로(전공, 해외 경험 등)를 말씀해주세요. 더불어 KF와 같은 공공외교 기관에 합류하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공은 미술사와 미술이론이었고, 미술경영도 배웠습니다. 큐레이터가 된 계기는 원래 저는 문화예술을 좋아했었어요. 미술만이 아니라 영화라든지, 공연이라든지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고 이렇듯 훌륭하신 예술가가 만들어주시는 것을 누리는 걸 좋아하는 수혜자로서 지내다 보니, 가까이서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나는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예술 가까이에 있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큐레이터로 이어졌어요. 큐레이터 업무 자체가 작가와 작품, 관람객들을 연결하고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소통해야 하니까, 국제 교류, 소통, 교류와 같은 키워드는 자연스러운 접점이었습니다.
KF라는 기관을 알게 된 계기는 글로벌 챌린저 프로그램 덕분이에요. 해외 유명 박물관, 도서관, 싱크탱크에 한국 인턴을 보내는 사업인데, 제 주변에 다녀온 친구들이 있었고, 그걸 계기로 “문화예술계에 정말 고마운 기관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전에는 미술관, 미술재단, 미술 연구소, 대학 강의 등 다양한 미술 관련 경력을 쌓았습니다. KF에는 유학파 출신이 많은 편이지만, 저는 유학은 하지 않았고, 고등학교 때 단기 교환학생 정도 다녀왔습니다.
지금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요?
큐레이터로서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 기획력, 공공기관 직장인으로서 행정 능력 등도 필요하지만 결국 ‘소통, 교류, 설득’ 의 역량이 전시 업무에 있어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는 본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조율자, 즉 ‘미디에이터(mediator)’ 역할을 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감정의 결을 지닌 작가님들, 다층적인 해석을 가진 관람객들, 문화적 배경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해외 기관과 협력 파트너들, 또 각기 서사를 지닌 소장자들과 함께 일하다 보면, 이들 사이의 의미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필수입니다. KF에서는 이 역할이 한층 더 확장됩니다. 전시 파트너에 대사관이나 국제기구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더 섬세한 소통력과 설득력,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외교 현장에서는 대사님 호칭 앞에 H.E.(His/Her Excellency)를 붙입니다. 서로를 부를 때도 Your Excellency 라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처음엔 조금 낯설었지만,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서로 전혀 다른 문화, 언어, 배경에서 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만큼의 ‘격식과 존중’이 신뢰를 형성하는 기본 원리라는 걸요. KF에서의 경험을 통해, 상대를 향한 예의는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중요한 교훈을 체감하고 배웠습니다.
경력 중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나 성취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2024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기획한 전시인 ‘메타시티 서울 파리’ 입니다. 서울·파리 두 도시 모두 올림픽 개최 도시라는 점에서 서로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된 기획전이에요. 세계적인 프랑스의 미디어 아티스트 미구엘 슈발리에, 한국 작가 권하윤, 백남준 작품 등을 가져왔고, 주한프랑스대사관, 소마미술관 등 여러 기관이 협력했어요. 특히 구성 자체가 제게 특히 의미 있었어요. 한국 작가는 프랑스에 대한 애정과 존중이 담긴 작품을 전시했고, 프랑스 작가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본인의 관점을 담은 작품을 전시한 점입니다. 이후 미구엘 슈발리에 작품 같은 경우에는 DDP에서도 전시됐었습니다. 양 국가의 중요한 작가들이 상대방 국가에 대한 어떤 애정과 존중을 기반으로 만든 작품들이라 인상깊었던 것 같아요.

(좌) <메타 시티 서울 파리> 전시 포스터 / (우) 전시 전경
직접 기획했던 것 중, 가장 애정이 갔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Platform: Still Human)> 전시입니다. 이는 빠르게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인간성, 인간의 조건, 인간 지향적 가치, 우리의 인지 변화 등’을 질문하는 전시입니다. 전시 제목을 Still Human으로 정한 이유는 ‘여전히 인간다움이 필요하다’ 라는 의미이자, ‘잠시 멈춰서 바라보자(Still = 정지)’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 전시의 매력은 작은 공간에서 다양한 기관의 작품을 볼 수 있단거에요. 주한체코문화원, 폴란드 아담미츠키비에츠 문화원, 폴란드 우치국립영화학교 VR 작품, KAIST 강이연 교수가 이끄는 XD랩, 한국예술종합학교 후니다 킴이 지도한 사운드랩 등이 참여했습니다. 작품은 총 13점이고, VR 작품들은 보통 길어서 관람 시간이 2시간 넘게 걸리기도 해요. 참여 작가, 기관분들은 다 서로 관점이 다르거든요. 그래서 서로 다른 기술·예술적 관점을 한 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렇지만 모두가 기술 발전이나 미래가 인간 지향적으로 가야한다는 보편적인 유니버설 밸류를 추구합니다.

(좌)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 포스터 / (우) 전시 전경
국제적인 문화예술 교류 현장에서 느끼는 문화 공공외교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매력은, 제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세상에 이로운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확신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는 문화를 통해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세계의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야가 넓어지고, 바라보는 세계가 확장된다는 감각을 느낍니다. 그럴 때면 이 일이 얼마나 기쁘고 찬란한 일인지, 스스로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돼요. 어떤 작품을 통해 그 나라를 이해하게 되거나, 평생 가볼 수 없을지도 모를 나라에 대해 그 작품을 보며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그건 정말 기분 좋고 아름다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감정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예술이 만들어내는 이 특별한 감정의 여운이야말로,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는 시작이 아닐까 싶어요.
반대로 KF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양날의 검처럼, 이해관계가 너무 다양한 사람들과 일한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습니다. 국가, 협력 기관, 작가, 관람객, 내외부적인 의견, 정책 변화… 정말 모든 방향에서 의견이 들어옵니다. 굉장히 유동적인 요소들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이제 힘든 부분인데, 또 그게 매력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제 자신이 더 넓어지고 단단해지는 느낌도 들거든요. 세계가 넓어진다는 건 아름답게만 느껴지지만 그 과정은 때로는 피곤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내가 반대의 상황에 처할 때, 내가 이해 받지 못하는 순간들을 생각해 보면 이런 다양한 관점과 마주하는 것은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업무 특성 상 해외 파트너(박물관, 기관 등)와 협력이 많을 것 같은데, 이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이나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 있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우선하는 건 기관의 비전과 미션입니다. 그리고 이 협력이 ‘이로워야 된다’고 항상 생각해요. 또 저희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모든 결정이 개인의 판단에만 의존되기보다는 내외부 심의 등 공정한 절차를 충분히 거쳐 진행됩니다. 외부 전문가 위원들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전반적인 정책 기조에 부합하도록 큰 틀 안에서 움직이죠. 특히 대사관과 함께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협약서 문구도 한 줄 한 줄 꼼꼼히 검토받고, 대사님과의 면담이나 이메일, 전화 내용 등도 모두 기록으로 남기면서 신중하게 일을 추진합니다.
최근 글로벌 문화예술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트렌드나 변화가 있을까요? KF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다양하게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 세계가 가장 많이 주목하는 주제는 AI 같은 기술 발전이죠.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Platform: Still Human)> 전시도 그런 내용이 담겨 있고요. 평소에도 그러한 글로벌 어젠다들을 많이 녹여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관련 주요 인사들을 초청한다든지, 그 분들이랑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어젠다와 맞물려서 지속 가능성, 환경 등에 관한 관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KF도 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2023년에 했던 개관전의 주제는 환경이고, 현재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는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을 다루는 것 처럼요. 저희의 특별한 점은 국가별 시각을 한 플랫폼에서 보여주기 때문에 그 주제에 대한 다국적인 관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거에요. 어느 한 편에 선다기보다, 다각도적인 관점을 선보이고, 동시에 한국의 기술적 역량을 자연스럽게 강조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는 게 장점이죠.
앞으로의 계획은, 평화나 인권 관련한 이슈들을 다뤄보는 거에요.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는, 문화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베를린 장벽이 있을 때만 해도, 세계 공식 장벽이 10개도 안 됐는데 지금은 수십 개거든요. 어떤 면에선 세상이 많이 발전하고 진보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문제들이 있기에 이후에는 그러한 이슈들을 여러 기관들, 국가들이 함께 다루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희의 목표는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하나의 시각이 아니라 다각적인 관점으로 조망하고, 다국적·다기관의 협력을 통해 공감 가능한 접근을 시도하는 데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연대와 협조를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플랫폼: 보다 인간적인> 전시 전경
한국 국제교류 분야나 또는 큐레이터를 꿈꾸며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는데, 다들 너무 훌륭해요. 제가 만나본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어른스럽기도 하고요. 근데 지금은 되게 어려운 시기 같아요. 젊은 시절에 코로나를 겪고, 누군가를 만나는 기회들을 박탈당한 거니까요. 지금 취업 시장역시 저희 때보다 훨씬 어렵고, 경쟁도 너무 치열하다고 느낍니다. 미술계는 박봉이라는 인식도 있고, 국제교류 쪽은 추상적이라 어떻게 보면 어느 직무에 어울리는지 판단하기 어렵기도 하고, 취업 자체가 어려울 때도 많죠. 그래서 후배들에게는 그냥 무한한 응원을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언젠가 실패하고 무릎 꿇을 날이 있겠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도록 주변의 어른들과 선배님들이 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실질적인 조언을 하나 하자면, 외국어 능력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엔 성격이나 기질은 사실 무엇이든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는 내성적인 사람도 정말 많으니까요.
선임큐레이터로서 앞으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계획이나, KF를 통해 달성하고 싶은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요즘 K-컬쳐, K-팝 등이 정말 높은 위상을 가졌다는 거를 실감해요. 제가 예전에 KF 30주년 기념 전시 큐레이터를 하면서 KF의 초기 발자취를 살펴봤었는데, 30년 전에는 세계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다는 것을 보다 널리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고 느껴집니다. “두유 노 싸이?”, “두유 노 비빔밥?” 이런 질문들을 많은 분들이 싫어하는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일제 강점기, 복잡다단한 근현대사를 시기를 겪으면서, 정체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위치에서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다 보니까, 우리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면 반갑고,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게 우선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지금은 전 세계 많은 나라가 “KF에서 전시하고 싶다”, “한국에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싶다”라고 먼저 제안할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특히 KF 전시는 일반 미술관이랑 다르게 한국인이 외국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각 나라가 직접 본인 나라를 대표할 작품을 골라서 한국에 가져오는 구조 라는 점이 강점이기 때문이죠. 제가 앞으로 KF에서 이루고 싶은 것은, 세계인들이 한국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들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을 확장시키는 거에요. 지금 한국은 세계가 정말 많이 주목하고 있고,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만 돼 있으면 세계는 보여줄 게 정말 많아요. 이걸 메타버스든, 디지털이든, 물리적이든 다채롭게 보여줄 수 있다면 재밌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