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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수무 (아트모아 기자단 6기 박재영)

작성자 : 머니볼1 조회수 : 210 2026-10-23


잠깐의 들어올림을 디자인하다: ‘높게 자라기 위한 노력’

수무 장은석 대표


누군가에게 자연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건네는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 스튜디오 ‘수무’는 자연이 지닌 이러한 회복의 힘을 공간에 담아내며,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잠시 고개를 들어 주변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순간을 디자인합니다.


조경 디자인에서 시작된 수무의 작업은 이제 향과 사운드, 미디어와 인터랙션을 아우르는 

‘다중자연’ 디자인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자생식물의 영상과 실제 식재,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와 향을 통해 

자연의 감각을 전달하는 다중감각 미디어 서비스 ‘에코싱크’를 선보이며,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를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연과 연결되는 경험을 전하고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2018년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지금의 수무를 만들어오기까지, 

장은석 대표는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과 매체를 탐색해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자연이 건넨 위로를 자신만의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회복의 풍경’을 만들어온 장은석 대표와 수무가 지난 8년 동안 이어온 ‘높게 자라기 위한 노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진1. 수무 장은석 대표 프로필 (사진 제공=수무)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바이오필릭 디자인 스튜디오 ‘수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장은석입니다.

 

Q. ‘편안히 어루만져 달래다’라는 뜻이 담긴 기업명이 참 인상적입니다. 기업명을 수무로 짓게 된 계기와 창업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저는 원래 경영학과를 졸업해서 공연 기획·제작 일을 하다가 인디 음악 잡지 만드는 일을 한 4년 정도 했어요. 그러다 잡지 일을 접게 됐고 그때 인간관계나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고양이랑 식물이 많은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런 식물이나 동물, 넓게는 자연이 가지고 있는 힘을 통해서 조금씩 회복을 해가다 보니 이런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런 감정을 담아 지금의 ‘수무’라는 기업명을 짓게 된 거죠. 게다가 집에서 식물을 키우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닌데 제가 꽤 잘하더라고요. (웃음) ‘식물을 잘 기를 수 있게 도와줘서 내가 겪은 위로의 경험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자’, 이게 수무를 혼자 창업한 계기였어요.

 

Q. 첫 사업이 조경 디자인이 아닌 음악 잡지 제작이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겐 너무도 다른 두 영역이라 느껴지는데 일종의 전환이라고 할까요, 음악에 이어 식물, 공간, 그리고 조경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키워나가셨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웃음) 다만 저는 ENFP이다 보니 생각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고, 경영학과 출신이다 보니 분석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 같아요. 그리고 이런 제 성향이 음악 잡지를 만들 때도, 조경을 디자인할 때도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 같아요. 결국 둘 다 디자인의 영역이었거든요.

음악 잡지 제작이 평면상의 시각 디자인이라면, 조경 디자인은 한 차원이 추가된 보다 입체적인 공간 디자인인 거죠. 그래서 저도 처음엔 그 차이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알고 있는 게 편집 디자인밖에 없으니 그것의 가장 기본이 되는 그리드 디자인을 3차원적으로 적용해 보자라는 생각을 해봤죠. 백수였던 시절에 산에 가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마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산의 그림이 왜 좋은 걸까를 계속해서 분석했고 이러한 분석을 내가 작업으로 표현한다면 그리드에 어떤 배치를 시도해 볼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점점 감각이 길러진 것 같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이 질문이 역량 혹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도 들리는데 그런 차원에서 답하자면,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면 그걸 위해 내가 얼마만큼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시간을 썼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는 것 같아요. 남들보다 눈에 띄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눈에 띄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경험을 통해 한 분야에서 만족스러운 단계에 올라서 본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뛰어든다고 할 지라도 그 경험을 응용해서 충분히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음악 잡지 제작 경험이 조경 디자인 작업의 밑바탕이 된 것처럼 말이에요.

 

Q.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과연 업으로 삼아도 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요즘, 본인의 취미를 자신만의 사업으로 확장한 대표님의 이야기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좋아하던 식물을 사업 아이템으로 삼아도 되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창업 당시부터 지금 수무의 모습을 꿈꾸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전혀 아니었죠. (웃음) 아까 힘들었던 시기라고 했던 때에 식물 관련해서 학원에 이것저것 많이 배우러 다녔어요. 그때 주위에 멘토로 삼고 있었던 몇 분이 계셨는데, 제가 학원에서 소소하게 화분 같은 걸 만들어서 보여드리니까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한두 번이면 모르겠는데 계속해서 그런 소리를 듣다 보니 ‘내가 여기에 재능이 있나?’ 이런 생각을 점점 하게 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출장 분갈이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본금이고 사무실이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려다 보니 그게 떠올랐죠.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친구가 운영하는 조그마한 카페에 해주었던 조경 작업을 보고 한 디자인 회사 대표분께서 마음에 든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아예 정식으로 채용 제안까지 받아버려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입사를 기다렸죠. 근데 갑자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채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는 이미 퇴사를 마쳤는데! 그래서 결국 휩쓸리듯이 다시 창업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2018년 3월에 공방 타입 스튜디오로 수무를 차리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은 그 시작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어요. 공방을 차리긴 했지만, 제가 이 분야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거나 어필할 만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전혀 아니니까 아무도 저한테 일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콘텐츠 마케팅에 엄청 힘을 쏟았어요. 제가 전에 했던 일이 음악 잡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보니, 공방이나 작업을 홍보할 수 있는 사진·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포스팅을 엄청 열심히 했죠. 그래도 창업하고 1년 간은 거의 매출이 나오질 않았어요. 이렇게 망하나 싶던 차에 백화점 팝업 의뢰가 들어오더라고요. 사실 창업 직후에는 자본금이 없으니까 인스타그램 광고를 집행하더라도 2, 3만원 정도만 투입하던 상태였는데, 백화점 팝업 의뢰를 받고 나서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으로 50만원이라는 큰돈을 광고 집행에 투입해 봤어요. 그런데 1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하루 만에 팔로워가 100명이 늘어버린 거예요. 그렇게 그 팝업을 계기로 SNS 채널도 성장하고, 수주 건수도 급증하면서 본격적으로 지금처럼 조경 디자인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Q. 대표님이 겪으셨던 시행착오들은 결국 창작자와 경영자, 두 역할을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해 내야 하는 예술사업의 어려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처럼 자신의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예술사업을 계획하는 분들에게 조언을 건넨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A. 우선 내가 예술가가 될 것이냐 아니면 예술을 통해 돈벌이를 할 것이냐를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제 생각에 예술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 세상에 화두를 던지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전자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면 그때부터는 현실적인 요소들에 훨씬 많은 신경을 쏟아야 해요. 돈은 정말 현실이거든요.

예전에 조경 관련 강의를 하며 창업에 대한 부분도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계속 강조했던 지점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예산의 규모가 적어도 1년은 아무런 수입이 발생하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인가’를 점검해 봐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결국 이 산업에선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선보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예술사업에 있어 창작자의 경쟁력은 결국 자신의 고유한 크리에이티브와 대중의 선호 사이에서 끊임없는 줄타기를 거치며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내 작업물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게 결국 돈이거든요. 내가 원하는 수준의 작업물을 만들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내가 책정한 예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이 사업을 얼마나 운영할 수 있는가, 이런 지점들을 면밀히 점검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결국 비용 절감에만 신경 쓰게 되거나 대중의 취향에 지나치게 맞추려고 노력하게 되면서 자신의 경쟁력을 잃기 쉬운 것 같아요.

수무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클라이언트 분들께 “수무만의 색깔과 스타일이 있는 게 참 좋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제 크리에이티브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이유도 솔직히 말하면 제가 1년 정도는 수입이 없어도 먹고 살 돈이 통장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잔고에 여유가 없었더라면 지금 당장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쫓아가기 바빴을 것 같은데 그랬다면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순 없었을 것 같아요.

사진2. 베르테르 가든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 제공=수무)

 

Q. 수무 창업 이후 8년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맡아오셨는데, 현시점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대표라는 직함을 달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모든 시공을 팀원들과 함께 진행했다 보니 프로젝트 하나하나가 저한테는 다 너무 소중해요. 그래도 하나를 꼽아보자면 롯데월드타워 앞 베르테르 가든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저희 집 뒤에 장미 정원이 하나 있어요. 거긴 인덱스 가든이라고 해서 디자인보다는 다양한 장미 수종을 보기 좋은 정원인데, 꽃이 필 시기 즈음해서 거길 지나가다가 어떤 부부의 모습을 보게 됐어요. 남편 분은 그냥 거길 휙 지나가는데 아내 분은 정원이 너무 예쁘다며 사진을 막 찍으시고 “여보, 같이 가” 이러면서 남편 분을 쫓아가는데 그 아내 분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그걸 보고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저희가 되게 좋은 공간에 멋있는 작업들을 많이 했지만 막상 내 작업들을 저런 표정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 장미 정원과 내가 만든 정원, 둘 중 무엇이 더 좋은 정원인가에 섣불리 답이 내려지지 않는 거예요. 그걸 계기로 저도 사람들이 제 작업을 보고 그런 표정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게 제 작업에 있어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목표가 됐어요.

베르테르 가든을 만들고 난 후에 유지 관리를 하러 계속 공간을 들렀는데 그때마다 사람들이 그곳을 즐기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거기서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도 있었고, 가족사진을 찍으려 3대가 옷을 맞춰 입고 모인 모습도 봤어요. 어떤 외국인 관광객 분들은 근처에 숙박하러 왔다가 정원을 지나치더니 갑자기 정원에 모여서 단체 사진을 찍으시더라고요.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으니 내가 목표했던 걸 이제는 달성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공간 안에서 가족끼리, 연인끼리 되게 좋은 시간을 보내는 걸 보면서, 그 속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 공간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구나, 내가 원하는 바들이 전달되고 있구나”라는 것들을 많이 느꼈죠. 지금은 이제 그 장미 정원의 조경가와 나, 둘 중 누가 더 좋은 조경가냐고 물어봤을 때 내가 더 나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에 오른 것 같달까요? (웃음) 그래서 저한테는 베르테르 가든이 근래의 작업들 중에서 제일 큰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닌가 생각해요.

 

Q. 수무의 작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보면 여러 대형 기업들이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수무를 꾸준히 찾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클라이언트들이 수무를 계속해서 찾게 만드는 수무만의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사실 클라이언트들과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해요. 그들이 원하는 퀄리티를 뽑아내고 그들이 원하는 단가 안에서 그 작업을 해내는 거죠. 그게 일단은 가장 일차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 같아요. 그분들과 관계를 잘 쌓고 좋은 인상을 남긴다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지만 그 외에 부수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들은 분명 있는 것 같아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걸 체감하는 요즘인데, 이런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걸 한 0.5발짝 정도 앞서 캐치해서 미리 대비해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운드 스케이프나 영상 미디어처럼 조경과 기술의 융합을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는데, 이것도 실은 거의 5, 6년 전부터 클라이언트분들에게 계속 어필했던 요소들이었어요. 물론 성사된 적은 거의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저희 포트폴리오만 보여드려도 조경 디자인 외에 사운드나 향, 미디어 같은 다중자연 작업들을 임원분들께서 먼저 요청해 주세요. 예전과 시장 자체가 바뀌었다는 건데 사실 저희는 그 준비를 5, 6년 전부터 해온 거죠.

그리고 다들 새로운 밥을 먹어보고 싶지, 먹어본 밥을 계속해서 먹으려 하진 않잖아요. (웃음) 업체들 입장에서도 아무리 저희 작업이 만족스러웠다 해도 그다음 번에는 당연히 새로운 업체한테도 눈길이 갈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어떤 새로운 옵션을 제공해 볼 수 있을지를 자꾸 생각해 보게 되고, 아직까지는 뒤처지지 않게 ‘새로운 밥’으로 살아남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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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에코싱크 전시 현장. 미디어월 속 영상이 기상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한다. (사진 제공=수무) 


Q. 이제 수무가 새롭게 선보인 프로젝트 ‘에코싱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에코싱크 서비스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A. 에코싱크는 쉽게 말하면 저희가 새롭게 개발한 다중감각 미디어 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존의 조경 디자인처럼 실제 식재도 활용되지만 직접 우리나라 자연에서 채집한 소리와 향이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죠. 제일 핵심적인 요소는 자연 영상이 자동으로 생성·갱신되는 미디어월이에요. 기상청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해 두어서 기상, 계절, 시간이 변하면 그게 영상에도 그대로 반영되죠. 그리고 저희가 직접 수집한 한국 자생식물 데이터로 구축한 에셋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영상이 생성돼요. 지금은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로 기획한 상태인데 생성형 자연 영상을 구독제 방식으로 공급하는 모델을 계획 중이에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진행 중인 ‘에코싱크: 다시, 가까이’ 전시는 정식 출시 전에 공간 운영이나 기획을 담당하는 관계자분들, 그리고 대중분들과 먼저 만나보기 위해 기획됐고요.

 

Q. 직접 ‘에코싱크: 다시, 가까이’ 전시를 관람해보니 수무 작업을 관통하는 ‘다중자연’이 발휘하는 힘을 몸소 느낄 수 있었는데요, 조경과 미디어, 향, 사운드 등 여러 매체를 결합해 공간에 자연을 가져오는 수무만의 ‘다중자연’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다중자연’은 정말 수무를 대표할 수 있게끔 상표 등록까지 했을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단어에요. 이 말에는 다중적인 매체를 결합해서 자연을 구현해 보겠다는 직관적인 의도도 담겨있고, 자연이라는 개념 안에 여러 가지 레이어를 쌓아보고 싶은 마음도 담겨있어요.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요즘 아침 기온이 확 떨어졌잖아요. 쌀쌀한 출근길을 걸으면서 누군가는 슬슬 가을이 오려나 생각할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그냥 추운 날씨다 이 정도로 생각할 거예요.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면 이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을 느끼는 방식은 사실 너무도 다른 거죠. 나 스스로가 자연과 연결된 존재라는 걸 인지해야 주위의 자연을 더욱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아무리 신경 써서 조경을 작업한다고 해도 개개인이 자연을 감각하는 정도가 너무 다르다 보니 그 장벽을 단번에 넘어서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다중자연은 그런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각자가 민감하게 느끼는 감각이 다르다 보니 향, 사운드, 조형물, 미디어, 인터랙션 등으로 감각의 매체를 다변화해서 더 많은 사람이 자연과 연결되도록 해보자는 아이디어였죠.

 

Q. 그렇다면 조경에 계속해서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보려는 의도가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이 조화보다는 생화를 ‘자연’으로 여기듯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조경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A. 출발점은 아무래도 기술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흥미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을 활용해서 조경 연출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났죠. 그런데 지금은 많이 좋아지셨지만 어머니가 편찮으셨을 때 느꼈던 점이 있어요. 이동이 어려운 분들에게도 자연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는 거였죠.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종종 다른 업체들의 조경 작업을 리서치하듯 감상하러 가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좋은 감각을 선사하는 조경 작업을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더 많은 사람이 그 감각을 느껴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은 공간 자체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저처럼 그런 공간을 찾아다닐 순 없는 노릇이다 보니 다중자연과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킨 조경으로 그런 이동의 한계를 극복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의 에코싱크 서비스는 기업간거래(B2B)를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저희가 생각하고 있는 그다음 단계는 보다 개인화된 에코싱크 서비스예요. 기상청의 실시간 데이터를 연동시켜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 생성형 미디어월을 만든 것처럼, 병원이나 요양원에 계신 환자분들의 체온, 심박수 등에 반응하는 자연의 풍경을 제공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고 있어요. 시작은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정말로 사업적 영역에서 기획된 게 맞는데, 개인적인 경험들을 거치며 약간 사명감을 가지게 된 느낌도 없잖아 있는 것 같네요.

 

Q. 에코싱크 전시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전시장을 구성하는 실제 식재와 생성형 미디어월에 활용되는 이미지 소스가 전부 한국 자생식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심지어 전시장을 채우는 소리와 향도 직접 채집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이러한 수고로움을 감내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언젠가는 저희가 감수한 수고로움이 반드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비용을 더 아끼고, 작업도 더 쉽게 하려면 그냥 이미 존재하는 스톡 이미지를 활용하면 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물, 자연 관련해서 현재 한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톡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해외 수종으로 이뤄져 있어요. 그러면 열심히 영상에 나무들을 채워 넣어도 우리나라의 자연 같아 보이지가 않거든요. 저희가 한국 자생식물 디지털 에셋 라이브러리를 아예 구축해 버린 게 그 때문이에요. 사운드도 마찬가지예요. 저희가 거의 7-8년 동안 같이 협업하고 있는 작가분이 계신데, 시간이 날 때마다 소리를 수집하고 소스화해서 사운드 스케이프를 구축하는 작업을 이어왔어요. 그래서 이제 한국에서 들을 수 있는 웬만한 자연의 소리들은 저희가 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 이르렀죠.

그리고 정말 신기한 게 우리가 그런 수종이나 사운드를 전문가처럼 구별해낼 순 없어도, 이미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버린 감각이 있어서 스톡에 있는 소스로 만들어진 자연을 접하면 우리나라의 자연 같지 않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채요. 그래서 사람들이 한국의 자연을 직접 수집해서 완성시킨 우리 작업을 경험할 때 분명한 차이점을 찾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게 언젠가는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죠. 심지어 저희가 이런 수고로움을 감내했다고 클라이언트에게 더 비싼 단가를 요구할 수도 없어요. 그럼에도 저희는 이게 더 길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고 뭔가 차별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해요. 심지어 지금처럼 AI가 활개 치는 시대에 저희만의 확실한 소스가 없다면 경쟁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Q. 이번 전시가 끝난 이후에 대중이나 관계자를 대상으로 다시 한번 에코싱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A. 발전시키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꼭 다시 선보이고 싶어요. 저희가 말하는 다중자연을 온전히 구현하려면 사실 오감이라고 하는 영역을 전부 건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 저희가 아직 미각만큼은 손을 대지 못했거든요. 지금 에코싱크를 다시 선보일 수 있는 쇼룸을 만들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때는 미각의 영역뿐만 아니라 앞서 말씀드렸던 보다 개인화된 에코싱크까지 경험시켜 드리고 싶어요.

 

Q.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표님도, 수무도 정말 8년간 성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대표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수많은 우연들 덕이기에, 나는 그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높게 자라기 위한 노력만이라도 하고자 한다”라는 문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요. 지금껏 대표님을 자꾸 높게 자라게 만들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초반에는 제가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것에 대한 욕구가 컸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작업물을 보고 난 이후에 혹은 머릿속으로 어떤 그림을 상상하고 나서 ‘내가 이런 그림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를 계속 상상했거든요. 그 욕망이 저를 지금까지 이끌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주변 사람들이 조금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지금 회사에서 같이 일을 하고 있는 팀원들을 이야기하는 건데, 우리 팀원들이 이 일을 하는 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제가 꾸려나가는 수무에서 사람들이 미래를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 회사에서 들인 노력이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게끔, 이 회사를 택한 게 옳은 선택이었다는 그런 감정이 들게끔 말이죠.

그래서 자꾸 조경 디자인 외에도 다른 사업들을 계속해서 추진해 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모든 것들이 너무도 쉽게 대체되어 버리는 시대에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뭔가 무기 하나쯤은 갖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 된다라는 생각이 요즘의 저한테는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이게 반대로 팀원들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는 점이 늘 고민스럽지만요. 어쨌든 각자 전문 분야가 있는데 새로운 영역을 자꾸 개척해 보자고 떠미니 힘들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저는 그런 시도가 더 나은 방향이라 믿는데 모두의 마음이 같을 순 없잖아요. 우리가 시장이 변화하는 속도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나라는 걱정도 들고요. 제 방향이 맞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어떻게 하면 팀원들과 더 행복하게 함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중입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께선 앞으로 수무가 어떤 기업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A. 이번에 수무의 브랜딩을 다시금 새로이 잡아 나가면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하나 있어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기안84 분과 세르파 형제 에피소드를 봤어요. 아이들이 너무 귀여운데 운반해야 하는 짐이 너무 무겁다 보니 땅만 보고 걷게 된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 형제가 한국에 왔더라고요. 그래서 기안84 분이 그 친구들에게 서울에서 뭘 하고 싶냐 물어봤는데 산에 가고 싶대요. 그래서 셋이 북한산을 오르는데 그 형제가 하는 말이 산이 이렇게 예쁘다는 걸 처음 알았대요. 산에서 사는 아이들이 일 때문에 땅만 보고 걷다 보니 그 산이 예쁜지도 모르고 살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인생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뭔가 계단을 올라가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은 이 계단을 보고 한 걸음 올라가고, 내일은 다음 계단을 보고 또 한 걸음 올라가고. 사람들이 그 한 걸음을 내디디려 잠깐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자연의 풍경은 어쩌면 다음 계단을 올라갈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잠깐의 들어올림을 디자인하다”라는 새로운 브랜딩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게 이제 저희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네요.

실내든, 야외든, 조화를 쓰든, 생화를 쓰든, 실제 조경을 하든, 미디어만 사용을 하든 그런 표현 방법이나 매체가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기도 해요. 결국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잠깐 고개를 들어올릴 수 있게 해주는 것, 이를 통해 잠시나마 주위를 환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걸 잘 해낼 때 수무도 또 다른 탄력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