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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산수싸리

작성자 : 이지원 조회수 : 357 2022-12-09


광주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독립기획자

청년 네트워크를 만드는 지역 예술공간의 특별한 방법


산수싸리 김민지 대표

 


예술가의 첫걸음을 응원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마을에 있다면 어떨까? 

지역의 ‘대안공간’은 그만큼 특별한 역할을 해낸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공간에는 

그 사람의 의지와 공간 유지를 위한 부단한 노력이 담기기 마련이다. 광주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김민지 대표는

2019년 산수시장에서 복합문화공간 산수싸리의 여정을 열었다. 

그는 예술공간을 운영하며 코로나19와 지원사업 종료 이후 공간 이전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겪었지만, 산수싸리는 오히려

시각예술 전시 공간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지역에서 더욱 풍요로운 문화예술을 구축하기 위한 공간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김민지 대표를 만나 산수싸리가 걸어온 길과 독립 기획자로서의 생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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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에 설치된 작품을 소개하며 미소짓는 김민지 대표





Focus.1“복합문화공간에서 전시공간까지“
산수싸리가 시작부터 전시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김민지 대표는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학예 보조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뜻맞는 친구들과 2016년도에 청년문화기획자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만들었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일들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2019년도에는 그 친구들과 공간운영을 시작했고, 그해 말에 공간을 혼자 맡게 되었다. 김 대표의 전공을 살려 시각 미술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명확한 브랜드를 만들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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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충장로에 위치한 산수싸리의 정문




산수싸리가 밟아온 여정을 알려주세요.
2020년 광주문화재단의 ‘지역예술육성지원사업‘으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산수싸리의 역할과 개인적으로 느껴왔던 문제의식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어요. 우리가 어떤 대안공간의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사람들과 얘기하고 싶었거든요. 공간은 차별성을 가지되 지속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다양한 예술가들이 지속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거니까요. 사회 초년생인 우리가 예술가로서, 독립적인 활동가로서 자생한다면 여러 시험적인 기획을 펼치면서도 지역 예술계를 활성화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광주비평소생프로젝트 ‘이-음’과 시각예술기획자협업프로젝트 ‘큐레토-리얼리즘’은 기획자의 창작물로 보이기도 해요. 어떤 생각과 과정으로 각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기획 아이디어를 구현하면서 더 다양한 작가층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외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광주는 굉장히 다양한 자원들이 있다고 얘기를 해요. 하지만 막상 새로운 작업을 같이 할 수 있는 작가들은 많지 않다고 느껴지거든요. 이 지역의 예술 생태계를 더 풍요롭게 만들어야겠더라고요. 대화의 장을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음’이라는 광주비평소생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이-음’ 이전, 2020년도에 진행한 프로젝트는 ‘큐레토-리얼리즘’이에요. 신진 기획자의 독자적 기획, 기획자들의 협업을 위해 만들었어요. 결과 중심에서 벗어나 과정을 중점에 두고자 했는데요.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면서 서로의 리서치를 발전시키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어떤 기획물들을 만들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특히 지역에서는 또래 기획자를 찾는 것이 어려워요. 산수싸리가 사람과 소통이 모일 수 있는 거점 공간이 된 것이 큰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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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참여작품을 보여주는 김민지 대표
 



지금의 산수싸리는 대안공간으로 생각하면 될까요? 
네, 맞아요. 지역에는 대안공간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아예 대안공간이라는 장소의 역할을 모르는 경우도 마주한 적이 있었어요. 그럴 땐 제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대안공간은 신진 작가나 기획자에게 첫 발자국을 떼는 기회를 제공해요. 혹은 주요 미술관과 같은 제도권에서 도전하기 어려운 예술을 실천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산수싸리는 대안공간의 역할을 하면서 여러분께 열린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예술 기획자분들의 관심이 꼭 필요해요.



대안공간의 대표로 활동하는 데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시나요?
대안공간에서는 책임기획자인 저의 문제의식이나 제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아무래도 중요해요. 산수싸리는 지역 예술가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길 바라요. 그래서 괄목할 만한 커리어가 없는 분들에게도 저희 프로그램에서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어요. 물론 전시나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항상 저희의 의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이런 활동의 필요성을 분명히 느끼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속하려고 합니다.



광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비엔날레 등 굵직한 예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해요. 혹시 그럼에도 느껴지는 제약이 있었나요? 
어려움은 많죠. 그래도 2019년도에 작은 공간을 운영하면서 조그마한 확신이라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이라는 환경도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빈약한 부분이 있는 만큼 저와 산수싸리가 해내고 있는 의미를 높게 봐주시는 거죠. 오히려 더 큰 의미나 가치를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서 서울만큼 어렵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한번은 공간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었어요. 서울, 부산, 여러 지역에서 대안공간을 하시는 분들이 직접 와주셨죠.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는데 실제로 호응을 해주신 것이 큰 힘이 되었어요.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공감대가 좀 있는 것 같아요. 불안정한 일이기도 하고, 조금 특별한 의지가 있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그런 길이라는 생각이요. 이 경험을 통해서 용기 내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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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산수싸리 내부 ⓒ산수싸리




지원사업 종료 이후 더 큰 공간으로 이전하게 된 바탕에는 분명 많은 노력이 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대표님과 산수싸리에게 새로운 공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작년에 이사하면서 공간이 조금 커졌어요. 같은 여건 속에서 조금 더 나은 컨디션의 공간을 찾게 된 거예요. 산수싸리를 운영하며 어느 정도의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조금은 무모한 도전이었죠. 얼마 안 되지만 모은 돈도 다 이 공간에 투자했어요. 공간 임차료나 공간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받을 방법도 없었고요. 저는 살아가는 방향이나 모양새에 주도권을 갖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상황을 감내하면서 지속해올 수 있었어요. 모든 예술가가 그렇듯 조금의 반항심도 있었고요. (웃음)



산수싸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큐레토-리얼리즘’을 통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었는데요, 그 기간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할 수 있었던 동기가 궁금합니다.
저희가 하는 일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이 되었고, 전시 같은 경우도 집합해서 계속 함께하는 활동이 아니기는 했어요. 사실 코로나 때 힘들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공간 자체에는 그렇게 큰 타격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공간을 옮기고 첫해였기 때문에 대관이 많지 않았던 부분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어요. 좀 힘들었던 건 공간 외부적인 부분인데, 개인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었죠. 아무래도 행사가 많이 없다보니 간접적인 타격은 있었어요. 



Focus.2 “독립기획자의 크고 작은 도전”

기획자는 사람들의 매개나 연결의 역할을 맡기도 한다. 창작을 향한 진솔한 마음 안에서 예술을 매개 삼아, 여러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간다. 그는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의 크고 작은 도전을 계속해가며 기획자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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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는 기획문서가, 창문가에는 산수싸리에서 개최된 전시의 팜플렛이 놓여있다.




대표로서, 기획자로서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2020년에 첫 기획비를 받고 일했어요. 그 이후로 꾸준히 외부 전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ACC 웹진에 올라가는 전시 리뷰나 비평을 쓰기도 하고요. 그 밖에는 아트페어 사무 보조, 라운드 테이블 패널로도 활동했어요. 요즘은 처음으로 대학에서 전시 기획 관련 특강을 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활동 기반으로 삼는 것이 여러 일들이 이어지는 데에 도움이 됐어요. 공간 지원사업을 받으려면 1년의 계획을 무조건 세워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일할 때보다 부지런히 뭔가를 할 수밖에 없어요. 나의 커리어가 곧 공간의 커리어가 되니까요. 덕분에 하는 일들의 지평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요. 



프로젝트를 만드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옆에서 서포트 하는 역할에 흥미를 느껴요. 보통의 방식대로 기획, 작가 섭외의 순서로 진행해서 만들어진 전시도 좋지만 저는 초석부터 쌓아가는 것이 재밌어요. 뭐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도 유익하고요. ‘큐레토-리얼리즘’과 ‘이-음’도 마찬가지에요. 작가랑 기획자가 매칭되어 얘기를 나누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했어요. 오히려 그 프로젝트가 연습이 되기를 바라기도 해요. 아이디어를 쌓고 구현하는 공정에 대한 좋은 연습이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곧 다양성이잖아요. 프로그램 이후에도 지역에서 독립적으로 뭔가를 만들어주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표님의 기억에 가장 남은 프로젝트와 생각을 알려주세요.
2020년도에 처음 운영했던 ‘큐레토-리얼리즘’이 가장 저한테 의미 있었어요. 그때 참여하셨던 분들이 개성도 강하고 의지도 강한 분들이어서 더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사실 올해에는 ‘큐레토-리얼리즘’을 못했어요. 희망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데 혼자만 애쓰고 있는 듯한 느낌도 있어서요. 프로그램 퀄리티에 훨씬 신경을 쓰고 있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에 대한 많은 분들의 도전이 필요하기도 해요. 그리고 스스로를 믿으려고 해요. 반드시 구체적인 미래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기보다 ‘지금’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지지가 되어 주는 사람들, 작가들, 협업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선배, 어른들께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스스로 마음 세팅을 많이 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각예술기획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한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라고 생각해요. 그 대답이 나왔을 때 선택하면 좋지 않을까요? 요즘은 나를 진솔하게 들여다보고, 선택을 유보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닌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저는 이 삶이 나한테 맞는지 아직 경험하는 중이에요. 언제든 선택을 바꿀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자기를 믿고, 최대한 여유를 가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어요. 그 과정을 거치고 나서 큐레이터나 기획자가 나에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길을 계속 확장해 가면서 나의 중심을 잡으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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