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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대안공간 루프

작성자 : 이지원 조회수 : 3,163 2022-12-09



국내 최초의 대안공간인 대안공간 루프. 미술계에서의 역할과 앞으로의 비전


대안공간 루프 양지윤 디렉터

 


1960년대부터 개념미술, 설치미술, 퍼포먼스, 비디오 아트 등의 실험적인 미술이 등장했다.

하지만, 당시 화랑과 미술관은 기존 체계에서 벗어난 미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기존 미술계의 상업주의에서 벗어나 실험적인 미술을 지원하는 비영리 전시 공간인 대안공간이 생겼다. 

뉴욕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는 1999년 처음으로 대안공간 루프가 생겨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대안공간은 사라지기도 하고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에 대안공간 루프의 양지윤 디렉터를 만나 

대안공간의 변화 과정과 현재의 모습, 역할 등에 대해서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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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의 모습


대안공간 루프가 어떤 기관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안공간 루프는 1999년 홍대에서 처음으로 생긴 대안공간입니다. 대안공간은 미술관이라는 제도나 화랑이라는 미술 시장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실험적인 작업을 전시하는 비영리적인 전시 공간을 말합니다. IMF 직후 대안공간 루프는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공부한 4명의 기획자, 작가가 귀국하여 함께 시작했어요. 이후 20여 년간 대안공간의 역할은 많이 변해왔습니다. 지금 팬데믹 상황에서 대안공간 루프는 에코 페미니즘 관련한 리서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관련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고 하셨는데, 대안공간의 역할이 어떤 식으로 바뀌었나요?

대안공간을 처음 시작할 1990년대 후반에는, 국내에서 전시 공간은 미술관, 상업화랑, 대관화랑, 세 가지밖에 없었어요.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미술 등의 비물질적인 작업을 전시할 공간이 없었던 거죠. 

당시 홍대라는 지역에는 예술가 작업실도 많았고, 인디 밴드가 공연을 많이 하는 실험적인 장소였어요. 다양한 대안공간이 홍대에서 시작했어요. 2000년도부터 2010년으로 넘어오면서는 홍대 지역은 완전히 상업화되었어요. 임대료가 오르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홍대 대안공간은 문을 닫거나 이 지역을 떠났죠. 루프만이 홍대에 남게 되었어요. 변화한 환경에서 대안공간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야 했지만, 루프가 발 빠르게 변화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를 답습하는 정체기 같은 시기를 겪어야 했죠. 저는 2017년부터 디렉터를 맡고 있는데, 2019년 루프는 비영리 법인으로 운영 주체를 바꾸고, 안정적인 운영 체계가 갖춰지게 됐어요. 새로운 체계 안에서 대안공간의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대안공간 루프는 2019년에 비영리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그 전과 달라진 변화가 무엇인가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이사회가 만들어졌어요. 이사회를 통해서 운영에 대한 주요 안건은 함께 결정합니다. 좀 더 공공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이죠.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사회는 운영 전반을 관리할 뿐 전시 기획팀의 독립성은 철저하게 보장하기로 합의했다는 거예요. 이사회에서 작가를 추천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고, 작가 선정과 작업 선정, 전시 기획은 큐레이토리얼 팀이 맡게 됐죠, 대안공간 루프는 운영과 전시 기획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신진작가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진작가를 위한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방법으로 작가를 선정하나요?

‘누가 신진 예술가인가’라는 질문은 추상적이잖아요. 루프에서 아티스트 오픈 콜은 나이, 국적, 경력 제한 없이 지원할 수 있어요. 내부 큐레이토리얼 팀원들 모두 한 표씩을 가지고 공모 자료를 투표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다섯 명에서 여덟 명까지 최종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이때에는 외부 심사위원분을 모시고 같이 진행했어요. 경쟁률은 매년 150:1로 높은 편이에요. 루프 큐레이토리얼 팀에게도 매년 150여 개의 포트폴리오를 탐색하는 과정이 많은 공부가 됩니다. 



대안공간은 무료 관람을 원칙으로 모든 시민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 돕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는지 궁금해요. 

기획하는 전시마다 다른데요. 저희는 국제 교류 전시들이 많다 보니, 다양한 국가의 지원제도를 통해 전시 예산을 만들어요. 루프 역사가 긴 만큼 오랫동안 소통해온 대사관, 각 나라의 문화원, 전 세계의 후원 기관들이 있어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과 같은 국내 기관의 지원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대안공간 루프는 비영리 법인으로 후원회와 이사회 분들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전시의 주제와 기획이 정해진 이후에 펀딩을 진행하는 건가요?

맞아요. 그래서 위험이 늘 있기도 하지요. 저는 기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기획한 전시를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1년~1년 6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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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 입구와 양지윤 디렉터의 모습




대안공간의 다양한 활동 중 가장 중요한 활동을 뽑자면 어떤 활동인가요?

전시 자체를 물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한데, 전시를 통해 담론을 만들고 관객과 공유하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루프의 1년 전시들을 하나의 담론을 가지고 변주하는 1년 짜리 그룹전이라고 보거든요. 장소를 나눈 그룹전이 아니라, 시간을 나눈 그룹전이 되는 거죠. 일회성 전시를 단발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담론을 선정하여 1년간 지속해서 이에 관한 전시들을 연결 짓는 거죠. 약간은 느슨하지만, 장기적으로 연결되는 변주하는 전시들의 모임인 것이죠. 시민 관객들도 이에 관해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 수 있어요.



최근 샌프란시스코와 교류 전시를 진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해외와 교류전을 진행할 때의 대략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궁금해요.

대안공간 루프는 20년을 넘긴 공간이다 보니까, 전우와 같이 함께 성장해 온 대안공간, 큐레이터, 작가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어요. 이번 샌프란시스코와 교류 전시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커미션에서 협업 전시 기획을 제안해서 진행하게 됐어요. 정기적으로 줌으로 만나 서로가 고민해 온 사회 이슈들에 대한 생각을 나눴어요. 도시농업에 관한 공통의 관심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의 상황이 비슷하지만 달랐던 지점을 발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예술 실천으로 식물을 재배하는 방식들, 자연을 대하는 예술가의 대안적 태도에 관해 전시를 만들기로 함께 결정했어요. 이 주제에 관해 각자의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의 작업 리스트를 공유해요. 예술가를 선정하고 전시에서 어떤 작업을 소개할지를 논의해요. 이번 전시는 9월 루프에서 전시를 시작으로, 12월 샌프란시스코 아트 커미션에서 전시를 진행합니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각각의 큐레이터가 두 개의 변주 전시를 기획하는 방식이죠. 내년에는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출판사인 콜파 프레스에서 전시 도록을 출판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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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에서 진행 중인 전시와 양지윤 디렉터의 모습




양지윤 디렉터님은 큐레이토리얼팀에서 활동하고 계시죠. 큐레이토리얼이란 용어가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어떤 업무를 하는 팀인가요?

큐레이토리얼팀은 전시 기획을 위한 모든 과정을 다루게 되는데요. 크게는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나눌 수 있겠죠. 누구의 개인전을 할 것인지, 어떤 주제의 기획전을 할 것인지를 정하고 이를 만들어 나가는 행위 전반을 맡고 있어요.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토리얼 팀에서 특별한 점은 개인전이라 하더라도 작업 제작에서 전시 설치까지 전체의 프로덕션을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이에요. 그 과정에서 예술가와 정말 많은 논의를 하게 되죠. 단순히 예술가에게 전시 공간을 내어주고, 예술가 혼자서 전시를 만드는 방식은 지양합니다.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협업자를 구하는 일, 작업을 배치하는 일, 전시를 통해 어떤 주제를 어떤 텍스트로 소개할지도 함께 의견을 나누고 진행해요. 이런 과정을 거쳐야 더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작가랑 함께 기획부터 한다는 게 매우 좋은 전시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양지윤 디렉터님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큐레이터를 맡으셨다가 현재는 대안공간 루프에서 디렉터를 하고 계시는데, 디렉터와 큐레이터의 업무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디렉터와 큐레이터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다르긴 하지만, 기관으로 생각해보면 사립미술관과 비영리기관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사립 미술관은 소유주나 소유한 기관이 있고 그 기관의 컬렉션을 만드는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대안공간 루프와 같은 비영리기관은 특정한 소유자가 없고 기관의 컬렉션을 만들 필요도 없어요.

사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할 때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을 소장할 것인지, 미술관의 컬렉션을 염두에 두고 전시를 기획해요. 반면 대안공간과 같은 비영리 전시 공간에서 큐레이터는 작품 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지요. 이러한 점이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하나요. 다양한 예술 작업을 소개하는 방식을 실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디렉터로서 갖춰야 할 역량과 소양이 궁금합니다.

민주적으로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8년 네덜란드 데아펠 아트센터에서 큐레이토리얼 과정에 참여했을 때, 네덜란드 미술관에서는 환대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우고 있었어요. 단순히 공허한 의미로서 환대가 아니라, 일상에서의 실천으로서 환대를 강조하고 있었어요. 예술 기관에서 일할 때 환대가 중요한 가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환대는 곧 연대죠. 함께 일하는 동료를 향한 환대에서 시작해서, 예술가를 환대하고 이를 공유하는 관객을 환대하는 것이죠. 서로를 경쟁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좋은 전시가 나올 수 없어요. 



디렉터님이 해보지 않은 주제 중에 진행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팬데믹 상황에서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어요. 하나의 철학적 이론으로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하는 주제라 이 연구를 지속하고 싶어요. 아직 예술적으로 실천하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할 지점이 많아요. 

작년에는 에코 페미니즘 워크숍을 함께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올해 5월 에코 페미니즘 심포지엄을 개최했어요. 지금은 어스시 스터디라는 이름의 줌 강연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의 주류 시스템인 자본주의 가부장제가 배제해 온 수많은 사람과 사건들에 관해 알게 되었어요. 이를 연구하고 실천해 온 예술가에 관해서도 많이 알게 되면서,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어요.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저도 지금의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대안공간 루프 입사 전에는 어떤 경험을 하셨나요?

저는 뉴욕에서 컴퓨터 아트를 전공했어요. 뉴욕의 광고회사에서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죠. 화려해 보이기만 하는 뉴욕 광고회사가 일하는 방식이 너무 경쟁적이고 살얼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미국의 노동자보호법은 노동자를 보호해 주지 않아요. 저는 그런 환경에서 버텨내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로 돌아와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요. 

이후 큐레이터로 2년간 일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은 후, 암스테르담 데 아펠 아트센터의 큐레이토리얼 프로그램에 참여했어요.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온 비슷한 또래의 6명의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큐레이터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현대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주요한 큐레이터와 아티스트를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동시대 미술 전시를 보고 비판적 질문을 나누는 과정을 거쳤어요. 큐레이터의 역사에서부터 폭넓은 실천의 방식들, 큐레이터 직업윤리까지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아시아 문화전당이 개관할 당시, <플라스틱 신화들>이라는 대규모 전시 기획을 4개월 동안 맡은 적이 있어요. ‘국립 기관에서 주최하는 예술 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어요. ‘아시아의 중심’을 표방하는 국가 기관의 개관전을 기획하는 나에 대해, 큐레이터 윤리에 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다양한 예술 공간에서 경험을 쌓으며, 큐레이터로서 내가 누구인지 어떤 지향점을 가져야 하는지를 계속 질문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대안 공간에서 이루고 싶은 디렉터님의 앞으로의 목표나 비전이 궁금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반증하듯, 생태 위기는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문제에 관해 오랜 시간 연구하고 실천해 온 예술가와 큐레이터들이 전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의 대안을 고민하려 하고 있어요. 이번 어스시 스터디를 통해서도 한국 상황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문제의 본질들을 지속해서 노출하고, 예술가, 시민 관객들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지속해서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강연이나 워크숍 같은 프로그램도 연계해서 진행하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고민을 워크숍, 강연의 형태로 보충하고 있어요. 텍스트가 할 수 있는 특수한 역할이 있기에, 전시와 연계해서 계속 담론을 생산하려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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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의 내부 공간 




마지막으로 어떤 분과 함께 일하고 싶으신가요?

자신이 큐레이터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계속 질문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지금 세계에 관해 질문하고,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현상이나 제도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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