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와이즈발레단
누구나 춤을 즐길 수 있도록 발레의 경계를 허물다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
세상에서 춤만큼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게 없다는 와이즈발레단의 김길용 단장
그는 발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길 원한다.
새로운 장르와의 융합, 모두가 어려워하는 장르의 도전, 전에 없던 주제와 이야기.
와이즈발레단의 풍요로운 레퍼토리는 더 많은 관객의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19년째 민간 발레단을 운영하고 발레단 협동조합을 통해
한국 발레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그의 행보의 바탕에는
오직 순수하게 발레를 사랑하는 마음만이 있다.

와이즈발레단 김길용 단장
안녕하세요. 와이즈발레단과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와이즈발레단의 단장 김길용입니다. 와이즈발레단은 2005년도에 만들어져 19년째 활동 중인 국내 민간 발레단입니다. 저희는 100회 정도의 크고 작은 공연을 매년 해오고 있으며 저와 부단장, 예술감독, 지도위원, 그리고 40명의 무용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발레단을 운영하며 공연을 총괄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작품을 기획하고 공연 기회를 만들고 필요한 예산을 준비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몇 개의 발레단이 있으며, 그중에서 와이즈발레단만의 차별화되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있으실까요?
발레단 자체는 꽤 많지만, 소속 무용수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프로페셔널한 단체는 국내에 6~7곳 정도밖에 없어요. 그중에서도 와이즈발레단은 ‘하얀 도화지’ 같은 무용단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저희의 매력은 어느 한 색깔로 규정되지 않는 다채로움이에요. 클래식발레부터 가족 발레, 동화 발레,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최대한 다양한 발레 공연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와이즈발레단의 레퍼토리가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모든 작품에 우여곡절이 있지만, 특히 2021년에 초연된


VITA 공연 사진
비보잉, 탭댄스, 발레와 뮤지컬을 섞은 발레컬 등 다양한 장르와 춤을 발레에 녹이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매번 다양한 시도를 통해 창작 발레를 공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 그런 작품을 기획할 때는 어떤 점이 특히 어려우신가요.
더 많은 사람이 발레를 편안하게 즐겼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발레를 잘 모르는 분들이 2~3시간의 발레 공연을 보러 오면 처음에는 화려한 동작과 무대를 보고 감탄하지만, 곧 그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루해하세요. 그런 분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발레 작품을 만들면 어떨까, 그러려면 발레를 주 무기로 해서 다양한 예술 장르들이 화려하게 어우러진 공연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어요.
이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건 색깔이 전혀 다른 장르들을 발레와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거예요. 그래서 <외계에서 온 발레>라는 작품을 기획할 땐,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듯 서로 다른 춤을 언어 삼아 대화하는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프러포즈한다는 재미난 설정을 세워봤어요. 그렇게 설정과 스토리를 구상하고 나면 다음 단계는 조금 쉬워지는 것 같아요. 물론 각 장르에서 뛰어난 무용수들을 초빙해 다른 장르를 춰나가야 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그 부분은 충분한 열정을 갖고 연습하다 보면 해결되는 것 같아요.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장르의 창작 발레를 공연하고 계시는데, 새로운 작품을 기획할 때마다 중점을 두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저희의 목표는 컨템포러리 발레라는 장르를 활용해서 관객분들께 새로운 감상을 선물해 드리는 거예요. 컨템포러리 장르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클래식 장르와 달리 정형화된 움직임이 없어요. 정해진 틀이 없기에 무용수들이 생각하는 대로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는 가장 난해하고 어려운 장르 중 하나이죠. 그렇지만 인간의 본능적인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하는 이 장르의 매력이 언젠가는 관객분들에게도 닿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희는 자연, 우주, 사회 모순 등 우리의 삶 속 주제를 활용해 꾸준히 컨템포러리 작품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와이즈발레단 프로그램 북 사진
발레를 보는 사람들이 작품을 더 잘 즐기고, 발레의 아름다움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발레에 대한 작은 관심을 조금만 확장해도 발레는 훨씬 재밌는 공연이 될 거예요. 감사하게도 요즘 많은 분이 발레에 관심을 보여주시는데, 거기서 나아가 조금 더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 해요. 예를 들어 작품의 줄거리나 곡의 작곡가, 안무가를 알고 나면 공감의 폭이 넓어지거든요. 또 같은 작품이라도 발레단마다 표현 방식과 결말이 달라요. 그 차이를 알고 느끼는 순간 훨씬 깊이 있게 발레를 사랑하게 될 수 있습니다.
김길용 단장님과 발레와의 인연도 궁금합니다. 대학 때 발레를 전공하고 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시다가 직접 와이즈발레단을 창단하시기까지, 어떤 과정들이 있었나요?
저는 처음부터 발레가 좋아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고등학교 생활을 1년간 하며 공부가 제 적성이 아니란 걸 깨닫고 막연하게 예술이 하고 싶어졌어요. 마침 특별 활동으로 발레를 경험해 보신 어머니의 권유로 3개월 만에 벼락치기로 발레를 배워서 예고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당연히 처음에는 꼴찌였습니다. 그런데 반년 정도 발레를 배우다 보니 발레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게 되었죠. 발레가 너무 즐겁고 좋아서 매일 열심히 연습했고 수석으로 졸업했어요. 대학에서도 발레를 전공하고 이후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가 되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발레단의 단원이 되었음에도 뭔가 충족이 안 되더라고요. 더 다양한 즐거움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제 교수님인 조승미 발레단에 들어가 상임 안무가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죠. 그때 무대에 작품을 세우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이후 와이즈발레단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무용수로서 발레공연을 하다가 발레단을 운영하며 직접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발레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기진 않으셨나요?
지금은 스스로를 예술가 이전에 경영인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무용수일 때는 좋은 작품은 무조건 잘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직접 발레단을 운영해 보니 좋은 작품을 성공시키려면 좋은 경영이 바탕이 되어야 하더라고요. 공연을 위해선 연습 공간과 공연장을 마련할 예산이 필요하며 무용수들에게 좋은 복지와 월급을 지급할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그런 기회와 자금을 창출하려면 경영인의 마인드를 갖춰야 해요. 단지 예술적인 욕심으로만 발레단을 운영하면 훌륭한 작품과 무용수들을 널리 알릴 수가 없겠더라고요. 물론 그 바탕에는 저의 예술적 열망이 자리하고 있죠. 매일 단원들이 연습하고 공연하는 걸 보며 그 열망을 간접적으로 충족하고 있습니다.
좋은 공연을 만들려면 무용수의 기량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 단원들에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최대한 많은 무용수에게 기회를 나눠주려고 노력해요. 모든 무용수에게는 좋은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그 역할의 기회는 한정적이에요. 주역을 맡은 몇 명의 무용수를 제외한 나머지는 군무를 맡아 배경 역할을 하는 게 대부분이죠. 그래서 어떤 작품에서는 군무를 주역 자리에 세우기도 하면서 모든 무용수가 경험하고 배워 훌륭한 무용수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용수들이 오직 춤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1년에 한 번 최우수 무용수를 시상해서 사기를 증진하기도 하고, 공연하러 갈 땐 좋은 숙소와 교통수단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죠. 우리 발레단이 더 성장할수록 무용수들이 편안하게 날아오를 여건을 만드는데 더 큰 힘을 쏟고 있어요.

와이즈발레단 연습 사진
단장님이 생각하시는 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춤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춤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이 인생에서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가까운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잖아요. 제가 발레를 시작하고 반년 만에 발레에 매진하게 만든 그 매력과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컨템포러리 발레와 같은 어려운 장르에 계속 도전하는 것도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해 예술가들이 느끼는 예술적 경지를 관객들 역시 느꼈으면 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우리가 너무 모험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요. 그런데 많은 관객이 저희의 의도에 공감하고 눈물 흘리는 걸 보면서 진정성이 담긴 작품이라면 관객에게 충분히 와 닿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더 많은 새로운 감정을 춤으로 소개하고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무용수들의 발레 공연 외에도 성인 취미 발레단 ‘스완스발레단’을 운영하기도 하고, 취미 발레 클래스나 페스티벌을 여시는데, 이 역시 더 많은 사람에게 발레의 매력을 알리기 위함인가요?
사실 처음에 취미 발레 클래스를 시작한 건 경제적 이유에서였어요. 무용과 관련해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줄 프로그램을 고민하다 취미 발레 수업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7년 정도 하다 보니 취미 발레하시는 분들의 발레에 대한 열망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분들을 <호두까기 인형> 1막의 파티 장면에 비교적 쉬운 역할로 세우기도 하고, 결국엔 취미 발레단인 ‘스완스발레단’을 만들었죠. 아마추어이지만 무대에서 춤추고 싶어 하는 그분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 드리고자 했던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그분들의 열정에 제가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게다가 취미 발레 시장이 넓어지면 발레 시장 자체가 넓어지는 시너지 효과가 생겨요. 더 많은 사람이 발레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양한 발레 관련 행사들이 생겨나고, 와이즈발레단을 비롯한 발레단들이 활동할 범위도 커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발레 STP 협동조합의 이사장직을 맡으셨다가 현재는 이사진으로 계시는데 이 조합은 어떤 조합이며 한국 발레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힘쓰고 있나요?
발레 STP 협동조합은 민간 발레단을 운영하는 7명의 단장이 민간 발레단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극복하기 위해 만든 조합으로 활동한 지 9년 정도가 되었습니다. 무용수들이 설 자리를 넓히기 위해 정기적으로 합동공연을 기획하기도 해요.
국립발레단과 시립발레단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을 통해 발레단의 연간 활동을 미리 계획하고 추진할 수 있어요. 좋은 안무가를 미리 섭외할 수도 있고, 각 시에서 초청받을 기회도 많아요. 하지만 민간 발레단은 정확한 예산 없이 기업의 후원이나 공연 수익만으로 운영되고 있어 어려움이 크죠. 설 자리가 적으니 자연히 수준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고요. 그 때문에 수많은 발레단이 순식간에 생겼다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발레단이 저마다의 색을 유지하며 상생하는 바람직한 발레 문화가 형성되도록 목소리를 내는 게 저희의 역할입니다.

공연해설 중인 김길용 단장
19년 동안 발레단을 운영하며 언제 단장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셨나요?
무대에 선 무용수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죠. 박수갈채를 받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무용수들이 좋은 작품을 만나 행복하게 춤추는 걸 볼 때면 힘이 나는 것 같아요.
와이즈발레단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더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와이즈발레단의 활동을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저희가 소화하는 장르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주로 지방 공연을 다님에도 꿋꿋이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연습하는 이유 또한 많은 관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함이에요.
그리고 아직은 모든 단원에게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여러 민간 발레단의 단원들이 월급 대신 공연 수당만을 지급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단원이 부상 없이 좋은 환경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기반을 다져야죠.

와이즈발레단
마지막으로 공연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술 기획자들은 두 가지를 갖춰야 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에요. 우리 민간 발레단이 그렇듯 많은 예술 기획자가 현실의 벽 앞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런데도 포기하지 못하고 꾸준히 내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을 올리는 이유는 예술 자체에서 얻는 만족감이 그들의 가장 큰 원동력이기 때문이에요. 그 정도의 열정이 있어야만 아직 열악한 공연 예술계에서 끊임없는 발전의 노력을 이어갈 수 있어요.
또 하나는 좋은 안목입니다. 발레계에 가장 큰 혁신을 가져온 디아길레프라는 기획자가 있어요. 뤼스발레단의 단장인 이 사람의 작품에서는 피카소가 무대를 꾸미고, 샤넬이 의상을 디자인하고, 스트라빈스키가 음악을 만들었어요. 수많은 거장을 미리 알아보는 안목과 그들의 재능을 하나의 무대에 표출하는 기획력이 있었던 거죠.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자기만의 시선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들의 최선을 뽑아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성장의 비료를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좋은 기획자입니다.
무엇보다도 늘 새로운 것, 새로운 움직임을 쫓으려는 예술가적 도전정신을 잃지 않아야 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