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어린이가 행복해야 온 세상이 행복하다!
예술 안에서 어린이가 행복할 수 있도록!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방지영 이사장
2023년 5월 5일,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어린이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소파 방정환의 생가터에서 행진을 시작한 2천여 명의 무리 사이에는 어린이들과 발맞추어 걷는 어른들이 있었다.
바로 아시테지 코리아이다.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이하 여름축제)와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이하 겨울축제),
전국 어린이 연극잔치 등의 사업을 통해 어린이가 크게 웃고 크게 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은 아시테지와
꾸준히 그 행렬에서 어린이와 나란히 걷고 싶다는 방지영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방지영 이사장
먼저 이사장님 자기소개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ASSITEJ KOREA, 이하 아시테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 방지영입니다. 아시테지는 국제아동청소년협회의 약자이고요. 아시테지는 100개국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요. 이 숫자에는 국가, 축제, 개인 등 다양한 참여자 혹은 단체가 포함되어 있죠. 아시테지 코리아는 1982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이전에도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공연들이 분명 있었지만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공연에 도전하는 예술가들이 늘어나고 전문성 있는 퍼포먼스를 지향하게 되면서 대한민국도 아시테지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연극은 일반적인 장르로서의 연극에서 출발하여 퍼포먼스 전체를 아우르고 있어요. 그 이유는 저희가 0~18세까지, 영유아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이라는 특정 대상을 위한 공연을 하는 예술가들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경우에는 장르를 특정하기보다 대상을 특정하여 공연을 기획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저희는 연극뿐만 아니라 무용, 음악, 전통, 인형, 서커스 등 다양한 장르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1982년에 설립되었으면 역사가 오래되었네요. 아시테지코리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너무 많은 사업이 있지만 대표적인 축제 위주로 설명해 드리자면 1월에 겨울축제, 7월에 여름축제가 있습니다. 겨울축제에는 국내 공연만을 무대에 올리는데 30여 명의 해외 프로모터와 아티스트가 오셔서 작품을 보기도 하고 국내 예술가들과 워크숍, 포럼, 라운드 테이블 등 네트워킹 하면서 어린이 청소년 공연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겨울축제에 참가하는 작품들은 작품 선정 위원회를 통해 엄선되고 31년째 진행되고 있는 서울어린이연극상에 자동 노미네이트됩니다.
반면, 여름축제는 해외 우수 공연을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위주로 진행됩니다. 해외 작품 중심이지만 국내 작품 중 우수한 작품을 몇 편 엮어서 함께 선보이기도 하고요. 서울에서 축제가 끝난 이후에 광주, 대구, 부산 등 의사가 있는 지역과 연계하여 지역 공연을 하게 되는데 팬데믹이 끝난 지금이 지역과의 연계를 더 넓히려는 시점입니다.
마지막 축제로는 어린이가 직접 무대에 오르는 전국어린이연극잔치가 있어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11월에 진행이 되고,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형태입니다. 경남, 전북, 인천, 광주, 서울, 경기에서 지역대회(예선)를 하고 본선은 서울에서 진행됩니다. 예선이 없는 지역은 개별 참가도 가능하고요. 팬데믹 이후에는 메타버스를 활용하여 예선 및 본선 공연을 포함한 공연 영상을 볼 수 있고 참가 학생들 간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아시테지 코리아의 다양한 사업을 설명해주시는 모습
앞서 소개해 주신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대해 더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올해 여름축제는 지난 7월 마지막 날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에 대한 소개와 함께 큰 행사를 끝내신 소감도 궁금합니다.
이번 여름축제 라인업은 2020년부터 계속 이야기가 되었으나 팬데믹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던 팀들, 혹은 팬데믹이 이어지는 사이에 이슈가 되었던 작품들로 편성이 되었습니다. ‘공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장애 당사자성을 띠고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에 비중을 두고 싶었어요. 그래서 신경다양성증후군, 자폐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별도의 회차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빠르게 매진이 될 정도로 장애, 비장애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또 장애 예술가의 작품의 경우에는 비장애 어린이 부모님들께도 ‘아이들과 함께 보며 장애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이었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고요. 장애를 가진 어린이도, 비장애 어린이도 공존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름축제가 대학로 일대 극장에서 진행되잖아요. 그 중 종로아이들극장이라는 이름이 눈에 띄는데요. 일반 극장과 아이들 극장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종로아이들극장은 노원어린이극장과 함께 대상을 정확하게 ‘어린이’라고 지칭하고 운영하는 지자체 공연장이에요. 객석은 물론이고 화장실, 로비 등 전반적인 시설물에서 어린이를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려운 지점은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는 너무 연령의 폭이 넓다는 거예요. 0세에서 3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도 있고 초등학교 5, 6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할 때도 있는데 이 넓은 대상층을 모두 아우르기란 참 어려운 일이에요. 가벼운 예를 들자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는 초등학교 저학년 혹은 7세 미만 기준의 의자 높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죠. 저도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렇게 노력한 극장조차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아직 많아요. 어린이가 오는 극장에 대해서는 섬세한 배려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축제를 준비하며 아이들에게 맞는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이 중요하고도 어려운 부분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공연장을 대관하는 것은 축제를 준비할 때마다 숙제입니다. 배리어프리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지만 정작 어린이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느낍니다. 일반 극장은 계단이 너무 많다거나 좌석 높이가 아이들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이라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죠. 예를 들어, 공연 중에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면 보통 공연 때 제지하듯이 앉으라고 하는 경우가 그렇죠. 저희 공연은 아이들이 일어나도 괜찮은 경우도 많거든요. 사실 어떤 아이가 일어나면 그것에 대해 다른 어린이들이 반응하는 것까지가 다 공연의 일부이기도 하고, 아이가 스스로 앉기까지도 중요한 과정이라 볼 수 있고요. ‘적절한 감상 방식과 우리가 만들어 낸 관람‧안전 수칙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는 지속되는 화두일 것 같아요.
저도 공연장에서 근무하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는데, 우선 어린이들도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티켓을 직접 안내원에게 건네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있어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확인받고 입장하고 싶은 거죠. 제가 일하는 극장도 어린이를 고려한 시설물이 많지 않다 보니 어린이 눈높이까지 내려가 아이의 시야에서는 무대가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방석을 제공하기도 하고요. 공연을 보러오는 모두가 환영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여름축제 이야기로 돌아가서, 국제여름축제는 해외 공연단체들이 많이 참여하는데요, 축제 참가자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참여하게 되는지요, 팀 선정의 기준이나 방법도 궁금합니다.
해외 어린이청소년축제에서 그 해 선정되었던 작품들을 보고 경향성을 파악하기도 하고 직접 출장을 다니면서 저희의 주제와 맞는 작품을 눈여겨보고 섭외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모든 축제를 다 가보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 축제에 많아야 한두 작품 정도 가져오는 실정이니 해외 네트워킹을 활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요. 아시테지가 다양한 국가‧단체와 연계되어 있다는 장점이 여기서 발현되는 거죠. 이렇게 모인 작품들을 한 번 더 검토하는 작품 선정위원회가 있어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관객 성향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최종 결정을 내리죠. 작품을 최종 선정하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해서 시간을 많이 들이는 편입니다.
주로 어떤 분들이 축제를 즐기러 오시나요? 또 찾아오시는 분들의 특성을 활용하여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시나요?
저희가 올리는 작품은 직접 수요자가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잖아요. 쉽게 말해 보호자들이 선호해야 하는 거죠. 구매자가 아이의 의사를 물어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아이에게 작품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어른이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또 이제는 보호자층이 부모를 넘어 조부모, 고모, 이모, 삼촌까지 늘어났어요. 혼자 사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내 조카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분들이 증가하거든요. 그래서 ‘아시테지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저희 공연을 꾸준히 찾아주시는 소비자들을 묶었어요. 저는 아시테지 패밀리에게 축제 시작 일주일 전에 줌에 모여 작품 설명을 하고 질문이나 의견을 받는 등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대중적 타깃의 홍보보다는 아시테지 패밀리를 탄탄하게 하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200명으로 시작하여 팬데믹으로 주춤했다가 엔데믹 후 600명으로 늘어가고 있습니다. 양적 확장보다는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 관객들의 네트워크로 유지할 계획입니다.
어린이청소년극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데요, 과거와 비교하여 변화를 체감하는 지점이 있으신가요? 혹은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하고 있는 지점을 말씀해 주셔도 좋습니다.
예술가가 개개인의 아이들에게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객석 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이건 전 세계적인 경향인 듯합니다. 더욱 섬세하게 접근하길 희망할수록 100석 미만 혹은 30석까지 제한하기도 합니다. 경영의 관점으로 보면 경제성이 전혀 맞지 않겠지만 말이죠. 저희 축제의 경우에도 2019년 약 1만 석을 오픈 했었는데, 코로나의 영향과 예술가들의 작업 경향에 따라 점차 줄어들어 올해 겨울축제는 4천 석으로 진행했습니다. 규모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공연의 밀도와 관객들의 반응은 훨씬 좋다고 체감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보호자의 만족도도 훨씬 높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청소년 공연의 경우는 여러 면에서 더 어려워요. 저희 축제는 겨울 혹은 여름 방학에 하기 때문에 단체 관객보다는 보호자와 함께 오는 개인 관객이 주요 타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청소년들 대부분은 하교 후에는 학원에 가고, 또 고등학생이 되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이라는 이름이 붙은 작품은 보고 싶어 하지 않죠. 더 어린 청소년들도 부모님께서 데리고 오는 경우나 학원, 동아리 등의 단체 관람이 아니면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매번 축제에서 청소년 공연을 하나쯤은 반드시 소개하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을 더 만날 수 있을까, 늘 고민입니다.
지난 축제의 주제는 ‘공존’이었습니다.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축제를 운영하며 기후 위기, 문화 다양성, 문화 포용성(inclusive), 장애, 소통, 어린이 등 동시대에 다루어야 하는 주제들을 다양하게 고민했었어요. 그런 가운데 내부 토론을 통해 ‘결국 모든 문제는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려는 인간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그래서 그 이상의 의미가 생기기 전까지는 계속 공존을 주제로 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죠. 거의 2년째 여름축제와 겨울축제의 주제를 공존으로 잡고 진행했어요. 이번 겨울축제를 마지막으로 해당 주제는 끝이 날 예정이고 이제는 ‘브레이크’라는 새로운 단어로 이어가려고 해요. 잠시 멈춰서야 하는 ‘브레이크 타임’이 될 수도, 기존의 것을 깨고 나오는 ‘브레이크 아웃’이 될 수도 있는, 중의적인 단어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작품들에 대한 소개도 듣고 싶습니다.
단연 바로우랜드 발레(Barrowland Ballet)의 ‘OH! 타이거 <Playful Tiger>’와 ‘타이거<Tiger Tale>’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같은 작품이지만 장애와 비장애 공연으로 제목을 달리하여 관객을 맞이한다) ‘OH! 타이거 <Playful Tiger>’는 신경다양성증후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작품인데, 그 작품에서 제가 가장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출연진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였어요. 작품에 등장하는 세 명의 예술가와 스태프들 모두 아이들에게 집중하고 있었어요. 이 팀도 장애인 친구들하고 오랜 시간 워크숍을 하며 공연을 발전시켜 갔다고 하더라고요. 작품이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이 무대 위로 자연스럽게 들어가서 참여하게 되는 흥미 있는 공연이었어요. 공개된 공간에서 아이가 무대 위를 누비고 다녀도 되고 조금 별난 행동을 해도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 제약 없는 공연을 부모와 아이가 언제 체험해 볼 수 있겠어요. 또 예술가들이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가기도 해요. 기억에 남는 어린이 관객이 있는데, 공연 내내 반응이 없었어요. 그저 사각의 링처럼 된 무대 위에 들어가더니 굳어져서 시종일관 앉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작품을 잘 보고 있는 건가?’ 했거든요. 그런데 그 아이가 작품이 딱 끝나자마자 씩 미소를 보이더니, 무대 위에서 내려오더라고요. 제 걱정이 무색해지면서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어요. 비장애 어린이들을 위한 ‘타이거<Tiger Tale>’ 또한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장애 어린이를 맞이할 때와 또 다른 에너지가 넘치는 공연이었습니다. 너무 객석이 작아서 많은 분께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게 생각합니다. 또 초대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OH! 타이거 <Playful Tiger>’와 ‘타이거<Tiger Tale>’ 공연 중 (ⓒ아시테지코리아_Fotobee)
올해 남아있는 행사나 공연이 있습니까?
11월에 전국어린이연극잔치가 남아 있어요. 이 행사는 초기에 정한용 선생님과 한국연극협회, 아시테지가 공동으로 진행하다가 자체 집행위원회에서 한동안 진행했던 것을 2019년부터 아시테지코리아와 한국교육연극학회가 함께 맡게 된 행사예요. 이 행사의 의미는 아이들이 직접 무대를 만들고, 발표한다는 데 있어요. 완성도 있는 무대가 목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어린이성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무대를 경험하며 발생하는 모든 것들, 이를테면 공연 중 어떤 아이가 얼어버려 대사를 못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친구가 ‘너야 너!’라고 관객에게 안 들키도록(물론 다 보이지만) 말해주는 그 순간까지 소중하다고 봅니다. 이야기를 만드는 시작부터 무대에 서기까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역할에 책임을 지고, 또 경험을 나눈다는 점이 이 행사가 지니는 큰 가치입니다.
그리고 2023년 겨울축제가 돌아오죠. 저희는 1월까지를 한 분기로 묶고 있어서 겨울축제(2024년 1월)가 끝나면 그 해의 모든 사업이 끝나는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일곱 작품을 선정했고 다른 프로그램들을 구성 중입니다.
다음 행사를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귀띔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번 겨울축제에서는 영유아 공연(0~3세)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유아 공연은 이전에도 티켓을 오픈하자마자 1시간 안에 매진될 만큼 선호도가 높은 공연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머지 작품들도 3~5세, 7세~초등학교 저학년 등 연령별로 묶어 날짜별로 구성했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 맞는 작품을 하루에 한자리에서 선택해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시테지 홈페이지의 협회 소개에는 어린이청소년연극헌장이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어린이청소년연극헌장은 무엇인가요? 아시테지의 비전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린이청소년연극헌장은 저희 스스로에 대한 다짐과도 같습니다. 축제 책자에도 반드시 아동청소년연극헌장을 넣고요. 아시테지 본부의 것과 어린이날 선언문을 참고했지만, 더 동시대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하시면 되는데 아시테지코리아 출범 시기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이번 여름축제 책자에도 유엔아동권리협약, 어린이날선언문과 함께 삽입되어 있는데 상통하는 부분이 많음을 느끼게 됩니다.

어린이청소년연극헌장 일부 발췌 수록
어린이청소년연극헌장에는 ‘어린이청소년연극은 성인연극과 우열의 차이가 아닌 형식과 목표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죠. 대표님께서는 어떤 작품이 좋은 어린이청소년연극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상으로 하는 연령대의 특징과 발달에 접근해 있는가, 그것을 예술성을 기반으로 하여 표현하고 있는가, 예술가가 자기표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반복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러한 고찰은 대상을 계속 관찰해야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교류가 있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시연해 보는 국내 팀들도 많아요. 시연해 보고, 반응을 살피며, 작품을 발전시키는 과정을 반복해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또 이런 부분에 정성을 들이는 분들은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론에서 차이가 생겨요. 공연 중에 크게 떠드는 어린이가 있을 때 대응하는 방식과 표현이 다르죠. 아이의 행동이 자신의 공연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행위자의 대처 방식과 아이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빠르게 판단하여 대응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른 흐름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이사장으로 취임하시면서 아시테지코리아를 이끌어가고 계시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이사장님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울예대를 나왔는데, 당시 서울예대에 동랑청소년 극단이 있었고 저는 단원이었어요. 그곳에서 청소년연극을 처음 접했죠. 당시는 지금처럼 아이돌 콘서트가 많지도 않았고 청소년들이 환호할 만한 활동이 많이 부족했던 때였습니다. <방황하는 별들>이라는 공연의 등장은 청소년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어요. 당시로서는 어른들이 입에 담고 싶지 않아 했던 청소년들의 문제를 온전히 담아낸 작품이었어요.
일본 유학을 가서 음향 공부를 한 시절도 있는데, 80년대 일본은 어린이공연이 한창 절정의 메소드를 선보이던 시절이었어요. 그래서 일본 작품들도 많이 보게 되었고, 유행이던 분라쿠(일본의 대표적인 전통인형극)도 보게 되었고요. 이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1993년에 공연예술기획 나이테라는 극단을 만들고 공연했어요.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의 공연을 올렸고 한일, 한‧중‧일 합작 공연을 여러 편 올렸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아시테지라는 단체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아시테지 내에서 재미있는 작업을 하는 동료들을 알게 되면서 1~2년 후에 아시테지에 가입하게 되었고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가입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협회의 이사장이 되어있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웃음)
특별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우선, 연극적 언어가 재미있었어요. 어린이 공연을 만들 때 희곡은 일종의 뼈대이고 공동 창작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확장되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넥타이로 강아지를 표현하기도 하고 당근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마이크를 달아 색소폰 연주를 하기도 하고요. 잘 만들어진 공연은 성인극과 달리 전 연령이 함께 공감할 수도 있고요. 다양성이 존재하는 어린이청소년 공연에 매료되었죠. 물론, 성인 공연도 좋은 작품이 많지만, 저는 이 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이자 앞으로의 사회를 만들어 갈 어린이들의 성장 과정을 예술로 함께 한다는 점에서 예술가로서의 만족과 사회공헌 측면에서의 보람을 느끼면서 이 일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아시테지코리아에게 2023년은 어린이청소년극 100주년,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어린이날 101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일 것 같습니다. 연극이 인간의 삶, 특히 어린이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주는 영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창작의 산물이잖아요. 본질적 의미에 집중했을 때 아이들이 하는 모든 행위 또한 창작의 범주에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메시지와 에너지를 전달하고, 어린이들은 예술 체험을 통해 생성된 것을 자기 삶으로 가져가 투영시키기도 하죠.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 시대에 아이들이 직접 공연장이라는 공간으로 와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동시간성에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에 익숙합니다. 미디어와 나 사이에 맺는 일대일 관계에서는 공연장이라는 공간에 와서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경험을 할 수 없어요. 또 영상은 프레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선택하기에 모두가 의도된 내용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공연은 무대라는 전체 공간을 열어놓고 관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요. 모든 아이가 하나에 집중하고 있을 때 같은 것을 보고 있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요. 따라서 외부의 편집이나 개입 없이 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함께 누리는 행위에서 발생하는 사회화, 저는 ‘공연장처럼 사회화와 사유화가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이 더불어 사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회화와 사유의 시간은 공감의 또 다른 실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행복해야 온 세상이 행복하다
지난 여름축제 홍보 영상에서 본 이 문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아시테지는 ‘어린이가 예술로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으신가요?
‘어린이가 행복해야 온 세상이 행복하다’는 올해 어린이 해방 선언 행진을 할 때 외쳤던 구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표어예요. 걸음걸이에 맞춰 외칠 수 있는 리드미컬한 문장들을 골라 원하는 문장을 외치며 행진하도록 했는데 어린이들이 이 구호를 가장 잘 외치더라고요. 아이들의 생각이 담긴 구호에 함께 행진하던 어른들도 좋아하셨던 것 같아요. 아시테지는 앞으로도 아이들 곁에서 함께 걸어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함께 외쳐줄 수 있는 어른, 아이들이 웃으면서 뛰어놀 수 있는 예술을 만드는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