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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월간미술 (아트모아 기자단 5기 황아영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1,122 2025-10-18

[아티(ATI) 기업탐방] 월간미술



가장 오래된, 그러나 가장 앞선

살아있는 한국 미술의 기록

월간미술 심지언 편집장



변화의 파도 속에서 반세기 가까이 한국 미술과 함께해온 ‘월간미술’
한국 미술 전문지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이 잡지는,

지금도 현장의 중심에서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심지언 편집장과 함께 잡지의 여정과 편집장의 역할을 들어보았다.





월간미술 심지언 편집장




월간미술 편집장으로 오시기까지의 여정과, 그 경험들이 지금의 역할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여러 기관과 현장에서 기획자로 경험을 쌓은 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10년간 재직하며 시각예술 분야 공공 지원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제가 추구하고자 했던 전문성은 행정적인 분야보다 미술 분야의 전문성이었기에 ‘언젠가는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어요.
마침 학생 시절부터 가까이해온 잡지인 월간미술의 편집장 공개 채용이 열려 지원하여, 2년 전부터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비록 책을 직접 만든 경험은 적지만, 공공기관에서 쌓은 구조적인 시각과 네트워크, 그리고 미술관·대안공간·비엔날레에서의 경험들이 토대가 되어 미술 생태계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잡지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월간미술 2025년 10월호 표지



월간미술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월간미술은 1976년 계간미술로 창간해 1989년 월간지로 전환하며 다루는 범위를 넓히고 독자층을 확대해 왔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미술 전문지로, 곧 490호 발간을 앞두고 있어요.

긴 시간 동안 전문성 면에서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신뢰를, 대중적으로는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받아온 것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50년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되, 리뉴얼과 다양한 시도를 통해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혀갈 계획입니다.



최근 많은 잡지가 폐간하고 있는 가운데, 월간미술이 꾸준히 발간을 이어올 수 있었던 차별점은 무엇일까요?


오늘날 종이책 구독 문화는 줄었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찾는 독자층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월간미술은 단순한 시사 보도를 넘어, 한국 미술 현장에서 반드시 다루어야 할 주제를 밀도 있게 짚으며 전문지로서의 정체성을 지켜왔어요.
특히 올해부터는 매년 한 권 전체를 하나의 주제로 엮는 ‘주제호’를 시작해, 독자들이 한 호를 깊이 있게, 오래도록 곁에 두고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첫 번째 주제는 ‘모두의 미술관’으로, “미술관은 과연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제도적 담론, 작가 인터뷰, 전시를 다층적으로 담았으며, 디자인 역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공들였습니다.
또한 2023년부터는 영문 특별호를 발간해 한국 동시대 미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어요. 무료 배포 형식을 통해 국내 전문매체로서 국제적 역할을 수행하려 했으며, 동시에 친환경 용지를 도입해 제작 과정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월간미술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편집장님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신가요?


월간미술은 매달 열리는 편집회의에서 출발해요. 연간 기획으로 정한 특집을 구체화하거나, 월별 전시 일정에 맞춰 다룰 기사들을 확정하고 기자별 취재 분담, 외부 필자 의뢰, 사진 촬영 계획 등을 세웁니다. 이후 기자들은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원고는 편집팀의 교정·편집을 거쳐요. 디자이너와 협업해 시각적으로 효과적인 구성을 더해, 내부와 외부 감수를 거쳐 최소 세 차례 이상 교열을 마친 뒤 인쇄소로 넘어가 독자에게 전달됩니다.

편집장은 기획 방향을 설정하고, 원고 취소나 인터뷰 불발 같은 변수를 조율하며 최종적인 잡지의 완성도를 책임집니다. 더 나아가 단행본 출판과 오프라인 프로그램 등 잡지를 넘어선 다양한 사업까지 총괄하며 월간미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기획력이에요. 콘텐츠 제작의 핵심은 기획에 있으며,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안목은 결국 기획자의 시각에서 비롯됩니다. 두 번째는 균형감입니다. 편집장은 전문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특정한 시각에 치우치지 않고 미술계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네트워크라고 생각하는데, 콘텐츠는 결국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확장되기에 미술계 안팎의 다양한 인물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크도 중요합니다. 



월간미술의 전문성과 대중성에 대한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고 계신가요?


월간미술의 독자층은 작가와 큐레이터·갤러리스트 같은 전문가부터 미술을 좋아하는 일반 독자까지 다양합니다. 이에 따라 어떤 기사는 전문성을 깊이 있게 다루고, 또 어떤 기사는 대중성을 강화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최근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쉬운 글쓰기’와 ‘독자 배려’에요. 미술계 글은 전문 용어나 외국어가 많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아, 기자들에게도 늘 “지식을 과시하는 글이 아니라 독자가 따라올 수 있는 글을 써 달라”고 요청합니다. 복잡한 내용은 문맥 안에서 풀어 설명하거나 필요한 경우 각주를 달아, 전문 지식이 없는 독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위) 리뉴얼 전 (아래) 리뉴얼 후의 월간미술




지난해 진행된 잡지 리뉴얼은 어떤 배경과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는지 궁금합니다.


편집장으로 부임했을 당시,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어요. 저 역시 오랫동안 외부에서 지켜보며 느껴온 아쉬움이 있었기에, 편집장으로서 당시 월간미술에 가장 필요한 변화를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리뉴얼은 비용과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임에도, 대표님께서 편집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해 주신 덕분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어요. 약 5~6개월 동안 표지 디자인과 콘텐츠 구성은 물론, 온라인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지면에서도 자연스럽게 기사를 읽을 수 있도록 글과 이미지의 전달 방식을 디자인팀과 함께 세심하게 고민했습니다.
이번 리뉴얼은 단순한 외형의 변경이 아니라, 지난 50년의 역사를 토대로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과감한 선택을 통해 독자들에게 분명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었고, 이는 편집장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경험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최근 한국 미술계의 화두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한국 미술의 국제적 경쟁력 강화입니다. 최근 한국 작가들이 테이트, MoMA 등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가고, 프리즈 서울·KIAF 같은 대형 아트페어가 정착하며 국제 무대의 주목도가 높아졌어요. 이제는 아웃바운드에 그치지 않고 서울 자체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해외 관계자들이 한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이 과정은 국내 기관들이 굵직한 전시를 기획해 집중도 높은 프로모션의 장을 만드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있어요. 더불어 K-팝·드라마 등 대중문화의 세계적 영향력과 맞물리며 국가 이미지가 상승했고, 그 배경 속에서 한국 미술은 한 단계 성숙한 국면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월간미술 영문 특별호 2호




최근 발간한 영문 특별호의 기획 의도와 특징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해외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한국의 젊은 동시대 작가들을 어디에서 만날 수 있나”였습니다. 이에 2020년 이후 개관한 독립 공간 8곳을 선정하고, 그 현장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 8인을 함께 조명했어요. 대형 기관 중심의 기존 소개를 넘어, 현장의 결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제목 ‘Boiling Point’는 지금 한국 동시대 미술의 끓어오르는 현장성과 날것의 에너지를 상징해요. 지면 디자인 역시 이러한 콘셉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도록 구성했습니다.



편집장으로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요?


여러 순간이 떠오르지만, 특히 김홍희 큐레이터와 윤난지 미술사학자를 함께 인터뷰했던 경험이 가장 인상 깊어요. 한국 여성미술과 페미니즘 담론을 개척해 온 대선배들과 직접 마주 앉아 그들의 활동을 짚어가며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영광이었습니다. 대학원 시절 김홍희 선생님의 수업을 들었던 기억과 윤난지 교수님의 저서로 공부한 기억이 겹쳐 선배들이 참 존경스럽고 뜻깊은 자리였어요. 



슬럼프나 어려운 시기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리하게 일하는 타입이 아니라 여러 차례 번 아웃을 경험했습니다. 막 쏟아붓고 지쳤다가 다시 회복하기를 반복하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어려운 시간을 극복하게 해 준 건 지지해준 동료예요. 힘들 때 지혜를 빌리고, 가끔 어깨도 내어주며 서로 도닥여주는 찐 내 편인 사람들이 버팀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은 주기적 쉼을 중요하게 생각해 매해 회복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잠시 일을 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는 남이 하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요. 부러움과 함께 전투력을 반짝 상승시키더라고요. 





'기록하는 잡지, 비평하는 잡지' 포스터




앞으로 어떤 기획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계신가요?


내년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월간미술은 매체로서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에는 “기록하는 잡지, 비평하는 잡지”를 주제로 포럼을 열어 지난 5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한국 미술 비평의 현재를 논의할 예정이에요. 이어 11월에는 문래동 복합문화공간 아케이드 서울에서 리뉴얼 과정과 50년간의 콘텐츠를 되짚는 전시와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잡지 외에도 출판과 연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현재는 수류산방과 함께 미술 책을 만드는 5주간의 워크숍을 운영하며, 잡지를 넘어서는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잡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월간미술의 브랜드를 더 폭넓고 견고하게 구축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술 저널리즘이나 예술 글쓰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다양한 현장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월간미술 기자들 역시 처음부터 잡지 기자로 출발하기보다 미술사·미학 전공이나 현장 활동을 거쳐 이 길에 들어온 경우가 많아요. 이러한 경험들은 글에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또한 글쓰기는 읽기에서 비롯돼요. 폭넓은 텍스트를 접하고 자신만의 아카이브를 축적하는 과정은 장기적으로 큰 자산이 됩니다. 전문 지식은 물론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쓰며 배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과정 자체가 성장이에요. 중요한 것은 글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현장에 대한 이해와 맥락에서 힘을 얻는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은 호기심에서 출발하되 글쓰기는 독자를 향해야 합니다. 인터뷰에서는 개인적인 호기심을 좇더라도, 기사를 쓸 때는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와 맥락 보완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