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APO project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임서연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APO project 정고은 디렉터
작가와 호흡하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기획자
APO project 정고은 디렉터
서울 용산구의 조용한 주택가,
재개발 예정지 골목 안쪽에 자리한 전시 공간 APO project.
2023년 11월에 문을 연 이 공간은 정고은 디렉터의 철학을 담아,
단순한 ‘갤러리’가 아닌 이름 그대로 ‘프로젝트’를 지향한다.
갤러리, 기업의 아트 마케팅팀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와 대중을 잇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정고은 디렉터가 기업 큐레이터에서 독립 공간 운영자로 나아오기까지의 여정과
APO project가 지향하는 새로운 시도,
그리고 예비 큐레이터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담아보았다.

APO project 정고은 디렉터
안녕하세요. 정고은 디렉터님, 자기소개와 함께 APO project에 대한 소개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력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조각을 전공해서 조각 전문 미술관에서 인턴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어요. 이때 꼭 작가가 아니어도 기획이나, 미술관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작품세계를 여러 사람에게 소개하는 것도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후 작가들과 직접 대면하고, 다양한 작가 전시를 알게 되면서 기획 쪽에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갤러리 큐레이터로 3년, 롯데백화점 큐레이터로 12년간 일하다가 ‘이제 정말 내 것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부터 계속 꿈꿔왔기 때문에 1년 반의 시간 동안 준비했고요, 2023년 11월 말에 APO project를 오픈했습니다.
APO project에서 APO는 ‘Appointment Only’의 약자입니다. 대중을 상대하는 백화점에서 일했다 보니, 고객들이랑 직접적인 접점이 없었어요. 그래서 작품에 관해서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왔을 때 상세하게 설명해 드리고, 이해를 더 시켜드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정했습니다. 갤러리(gallery)가 아닌 프로젝트(project)라고 정한 것도 다양한 기획 베이스의 공간이 되고 싶어서였고요. 현재는 2년 가까이 운영했고, 약간의 열망을 더하여 작가와의 긴밀성을 높이고자 이번에 부산 레지던시를 오픈했습니다.

APO project 외관
APO project를 찾아오는 길이 인상 깊었습니다. 굉장히 독특한 위치에 있는데요, 이 장소에 어떤 매력을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서울 중심에 있는 멋진 화이트 큐브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디가 좋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고요. 현재 APO project가 위치한 용산구 동빙고동이 재개발 예정지인데, 이런 지역에 생각지도 못한 화이트 큐브가 주는 감동이 더 극적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험블(humble)한 지역의 특수성이 오히려 공간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본 거죠.
애초부터 찾아와야 하는 콘셉트를 생각했어요.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보다는, ‘찾아와야 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했고 이 지점이 APO의 뜻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의 활동을 봤을 때 작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시는 것 같아요. APO project가 추구하는 ‘작가 중심’은 전시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나요?
APO project를 오픈하고 함께 한 작가들은 사실 대부분 제가 예전부터 알던 작가들이에요. 그것에 대한 부족함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연례 전시를 정했어요. 그래서 3월에는 신진 작가들을 찾겠다는 취지의 ‘봄봄’ 전시를 기획하고, 중견 작가의 2인전인 ‘focus on’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조각을 전공했다 보니, 설치를 위주로 하는 ‘칸델라브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작품을 감상하는 위치(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은 프로젝트인데, 칸델라브룸은 샹들리에의 어원으로 천장에 매다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작품을 눈높이에 맞게 설치하여 편하게 감상할수도 있겠지만, 올려다 봄으로써 작품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고 집중력있는 감성을 유도하고자 시작한 기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미러 스테인리스 스틸 위에 최소한의 그림을 그려 선보이는 작품인 ‘Love yourself’라는 프로젝트도 기회가 된다면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진행하는 전시 대부분이 작가와 긴밀히 대화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결국 좋은 전시는 기획자와 작가의 교감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love yourself 프로젝트 - 이상원 작품
앞서 언급해 주셨는데요, 최근 부산 레지던시도 오픈하셨죠. 어떤 의도로 시작하게 되셨는지, 그리고 서울과 부산 두 공간의 지역 차이가 기획 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부산 레지던시 '사물들' 전시 전경
작가들에게 단순 작업 공간이 아닌 힐링과 영감의 공간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입지적으로 좋은 부산 삼익비치타운을 선택했어요. 광안리의 오션뷰가 멋지게 펼쳐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작가들이 와서 힐링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거라 기대합니다.
지역의 차이에 따라 기획 방향성이 당연히 미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APO project가 전시 공간이라면, 부산 레지던시는 전시 목적이 아닌 작가를 위한 공간이에요. 다만 한 번씩 하는 특별전은 지역성의 영향이 돋보일 것 같습니다. 부산 레지던시의 이름도 지역성이 돋보이는 ‘ODEGO’로 정했어요. 현재 부산 레지던시에서는 첫 번째 전시로 ‘사물들’이라는 전시를 오픈했습니다.
*'오데고ODEGO'는 '어디야'를 뜻하는 부산 사투리에서 착안
APO project에서 아직 시도해 보지 않은, 혹은 향후 생각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APO project 아트페어 전경
사실 이미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내년부터는 무조건 아트페어를 한 곳 이상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아트페어 쪽에 조금 포커싱을 두어서, 공간 안에서만 머무르지 않을 예정입니다. 현재에도 외부 기획을 많이 하고 있어요. APO project가 ‘확장성’ 있는 공간이 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해외 협력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해 보고 싶어요. 국내 작가를 해외에 많이 소개하고 싶거든요.

김해공항 국제선 - 정혜련 US crack 2025, 폴리카보네이트 Polycarbonate,, 800x250x300cm.
‘롯데백화점’이라는 기관 속 큐레이터, 그리고 현재 APO project의 공간 운영자로서의 차이가 존재할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다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업에서 큐레이터로 활동을 할 때에는 책정된 예산을 기반으로 기업을 대변하는 공간 기획자로서의 일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가치나 방향성에 따라서 기획했습니다. 백화점의 갤러리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문화적 경험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큰 예산과 브랜드 가치를 바탕으로 해당 목표를 이루는 것이 포인트였고요.
반면 APO project는 제 공간이니까 주체적으로 제 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보여줌으로써 전시 기획 공모 같은 것도 잘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1년 동안 기획을 하고, 이번에 김해국제공항 전시 사업인 ‘가까이, 더 가까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어서 뿌듯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1년간 APO project에서 선보인 전시를 통해 의미 있는 시도를 인정받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김해공항 '가까이, 더 가까이' 전경
‘최초, 최대, 최고’라는 키워드를 일하면서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셨는데요.
사실 개인 좌우명이라기보다, 일을 하면서 설득을 위해 사용했던 전략이에요. 특히 기업에서는 긴 설명보다 이런 단어가 훨씬 효과적이었거든요. 다만, 그중에서도 ‘최초’는 제가 좋아하는 단어예요.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얻는 성취감이 크니까요.
전시를 열 때는 ‘새로운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고, 기획자와 작가가 만나 효과를 낼 때 전시가 한층 더 좋아진다고 믿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기획자의 이름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작가가 ‘큐레이터의 제안 덕분에 처음 시도해 봤다’라고 말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그렇다면 디렉터님이 생각하는 ‘좋은 큐레이터’, ‘좋은 디렉터’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떠한 디렉터가 되고 싶은지 말씀 부탁드려요.
기본적인 이야기이지만 무엇보다 예술을 사랑해야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이 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대학교 때 조각을 전공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는 당시에 서울에 있는 갤러리를 다 가봤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갤러리를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공간의 특징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고, 작가들의 특징과 작품에 대해서도 많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공간과 작품과의 조화도 유심히 봤었고요.
그리고 큐레이터도 가지고 있는 색깔이 다양하지만, 제가 가고 싶은 방향성은 사회를 담아내고 싶어요. 같이 호흡하는 예술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작가들이에요. 사회를 다른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관람객과 소장자가 감동을 받았을 때 최고의 전시 기획과 작품, 그리고 내용 전달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요.
결국 좋은 전시는 기획자와 작가가 얼마나 깊이 교감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 대면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겨요. 그 과정에서 얻은 교감이 딱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좋은 기획과 결과물이 나오죠. 또한 작가들의 이야기를 기록해 두면, 훗날 제가 기획할 기회가 생겼을 때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 APO project, 그리고 정고은 디렉터님의 역할을 미술계에서 어떻게 바라보았으면 하시나요?
같은 작가의 작품, 전시라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획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작가는 작품으로만 ㄴ이야기하는데 그걸 잘 설명하고 선보이는 일이 기획자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 젊은 작가들과 많이 교류하게 되면서 APO project가 ‘마더 갤러리(mother gallery)’가 되었으면 해요. 작가를 처음 발굴해 주고 키워준 갤러리라는 뜻이에요. 10년 뒤, “나를 처음 발굴해 준 곳은 APO이다”라고 말하는 작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래에 큐레이터, 전시 기획자를 꿈꾸는 예비 예술인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이 직업은 특히나 예술을 정말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예술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에요. ‘작품을 보는 게 너무 좋다’, ‘작품을 글로 쓰고, 남들에게 선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술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아야 해요. 예술은 얼마로 환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그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조언을 드리자면, 전시를 많이 보고 작가와 대화하며 교감하는 기회를 꼭 가지시길 바랍니다. 전시를 보다 보면 작가님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고, 이를 통해 대화할 기회가 생겨요. 생기는 접점을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도 꼭 많이 참여해 보시는 걸 추천해요.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언젠가 좋은 기획으로 이어질 거예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혼자 머릿속으로 진짜 많은 기획을 했어요. 생각한 내용 일부, 혹은 제목만 적어놓은 적도 있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쌓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