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아트모아 기자단 5기 김지수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
버려진 공간을 경계 없는 예술 무대로,
39m 벙커 위에 피어난 예술 생태계를 만나다
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 윤소정 대리
복합문화공간이 사실은 쓰레기 소각장이었다?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태우던 이 공간은,
2014년 삼정동 소각장 문화 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모두가 철거를 기대한 공간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로컬 100’에도 이름을 올리기까지.
과거의 소각장 모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꿈을 꾸는 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와,
이곳에서 지역 기반의 예술 생태계를 일구고 있는 윤소정 대리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의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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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 윤소정 대리
반갑습니다! 우선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부천문화재단 아트벙커B39에서 시각예술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윤소정 대리입니다. 현재는 지역 기반의 예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아트페어를 비롯하여 교육·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천아트벙커B39 의 ‘B39’ 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아트벙커B39는 원래 폐소각장을 리모델링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입니다. ‘B39’라는 이름은 쓰레기 저장고인 ‘벙커(Bunker)’의 높이가 39m이며, 아트벙커 앞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39번 국도이기도 하여 이름 붙여졌습니다. 39 앞에 붙은 B는 부천(Bucheon)과 벙커(Bunker)의 ‘B’를 뜻하기도 하고, ‘경계없음(Borderless)’의 이니셜 ‘B’를 뜻하기도 합니다. 과거 산업화의 흔적을 담고 있는 이 이름은, 동시에 새로운 창조적 실험이 이루어지는 예술의 장으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트벙커B39 존치공간
이 의미가 현재 공간 운영 철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트벙커B39는 산업 유산을 보존하면서도 그 위에 새로운 문화를 쌓아가는 곳입니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한다’라는 철학은 지금 저희 프로그램 운영에도 이어집니다. 기존에 없던 형식의 시도, 그리고 지역과 예술을 연결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B39의 핵심 방향입니다.
대리님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궁금한데요, 윤소정 대리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부천아트벙커B39에서 일하게 되셨나요?
저는 학부에서 큐레이터학을 복수로 전공하며 예술이 사회와 어떻게 만나는지에 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기획자로서 예술과 시민을 매개하며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문화재단의 업무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2021년 부천문화재단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입사 후엔 문화재단에서 마을 공동체 사업, 시민 거버넌스 사업, 청년예술지원사업 등을 담당하다가 본 전공인 시각예술 분야의 사업을 담당하게 되며 재단의 위탁 운영 기관인 ‘부천아트벙커B39’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발령’이라고 하면 다소 타의적인 선택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오히려 전공과 맞닿은 업무 경험을 쌓을 기회였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큐레이터·비평가 등의 업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잊고 있던 미술에 대한 애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업무 경력은 길지 않지만, 학부 졸업 후에 제가 가장 오랫동안 관심을 두고 탐구하던 분야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다른 업무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든달까요. B39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는 지역 작가와 기획자들이 거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현재 대리님께서 맡고 계신 주요 업무와, 업무를 진행하는 데 가장 보람되거나 도전적이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주요 업무는《2025 벙커페어》의 기획과 운영입니다. 작가 공모와 심사, 전시 기획과 연출, 작품 설치·철수, 홍보와 예산 관리까지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가장 보람된 순간은 참여하신 작가님들께서 “재단에서 기획해 주신 전시/프로그램이 좋았다”라고 긍정적 피드백을 주셨을 때입니다. 사실 재단 담당자를 단순히 행정 처리만 하는 직원으로 생각하거나 예술가 지원을 위한 보조 인력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이끄는 협업자·기획자로 바라봐 주시고 작가님들께서 먼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실 때, 힘들고 외로웠던 순간이 잊히며 다시금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반대로 가장 도전적이었던 순간은 행정적 규제와 제도적 한계를 돌파해야 했던 과정입니다. 공공기관에서 아트페어를 추진하는 만큼 지방계약법, 예산 집행 규정, 안전 관리 등 수많은 제약 조건이 있었는데, 이를 준수하면서도 동시대 예술의 현장성을 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 속에서 다양한 주체와 협력하며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오히려 저를 한 단계 성장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벙커페어 본 전시 윤제호 작가 특별전시
앞서 이야기해주신 《2025 벙커페어》이야기를 나누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특히 올해 벙커페어를 통해 신진 및 기성작가의 성장과 교류의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준비하며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일반적인 아트페어는 갤러리에서 소속 작가와 함께 참여하는 구조지만, 벙커페어는 지역 재단에서 운영하다 보니 작가를 공모로 선발하여 참여 작가님들의 연령대가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작가들은 작업 활동을 하면서 같은 학교 출신 간 교류를 하는데, 이처럼 로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양한 작가들이 한데 모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대안적 역할을 해야 하다 보니까 작품 전시 및 판매 뿐 아니라 사전 프로그램으로 ‘비평 워크숍’을 준비했습니다. 5명의 미술 비평가와 함께 팀을 꾸려 3회 이상의 비평 커리큘럼을 밟았습니다. 현재 미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비평가와 작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의미 있었지만, 팀별로 작가님들이 친해지고 SNS를 통해 꾸준히 교류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족한 예산이지만 무리해서 기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다섯 번째를 맞는 벙커페어였는데, 특별히 이번 페어를 통해 얻은 성과나, 현장에서 느낀 작가·관람객들의 반응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작년 아트페어 관람객 조사를 했을 때,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 관람객들이 관람하러 오셨다가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구매하지 않은 이유로는 높은 가격대와 작품의 크기 등이 있었습니다. 올해는 이를 보완하여 공모에서 소품을 출품하도록 안내해 드렸고, 시민분들이 컬렉터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아졌습니다. 작가님들이 작품 판매 수익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보다 지역 작가의 작품이 더 많은 시민분에게 계속해서 알려지고 이를 통해 작가님들이 다음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성장하는 예술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벙커페어 프리뷰전시
매주 토요일 진행되는 《벙커 피크닉》은 시민과 예술인을 만나는 대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고, 시민·예술가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벙커 피크닉》은 야외 공간 활성화를 통해 기존의 ‘닫힌 공간’을 ‘열린 공간’으로 전환하여 전시 관람객 뿐 아니라 인근 시민, 근로자들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열린 미술관으로서의 아트벙커B39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입니다.
B39가 과거 쓰레기 소각장이어서 공간적인 매력은 있지만 반대로 시민분들에겐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거든요. 아직 주차장 입구도 비좁고, 주변의 울타리도 있고, 인근에선 공사를 하고 있기도 해서 위압적으로 느껴지는 이 공간을 최대한 개방하고자 했어요.
반대로, 시각예술계에서 B39의 인지도는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부천문화재단 입사를 준비하기 전부터 아트벙커B39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만큼 작가님들은 이 공간을 이미 잘 아시기도 하고, 전시 제의를 드리면 흔쾌히 수락하셨던 것 같아요. 특히 미디어 및 설치 작가분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죠. 최근 《2025 벙커페어》에 참여하신 윤제호 작가님도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설치하셨는데, 39m의 벙커 볼륨에 맞게 레이저로 조각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 초에 《벙커 프로젝트》라고 해서 B39 야외를 무대로 조각 등의 설치 작업을 지원하는 커미션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는데, 여러 이유로 무산됐어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리움미술관, 소마미술관처럼 야외 조각 공원을 조성하면 시민은 물론이고 인근 기업 임직원분들이 출퇴근하시면서 보시고 관심이 생겨 점심시간에도 전시를 관람하러 오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청년 예술가·기획자들이 아트벙커B39를 통해 얻을 기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청년 기획자라고 하면 저로 상정하고 이야기해 드릴 수 있겠네요. 아트벙커B39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실험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실험대이자 네트워크 허브입니다. 다양한 운영 주체들이 자신의 작업을 새로운 공간 맥락에서 실험할 수 있겠죠.
실제로 부천문화재단의 2024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부천예술찾기 미로》의 일환으로 열린 전시《토성의 고리》(2024.6.5.-.16.)를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2025년에는 허연화 개인전 《파동의 수피》(25.7.31.-8.9.)가 열리기도 했죠. 이처럼 많은 청년 예술가 분들이 B39를 대관하여 전시 및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B39의 기획자들과도 협업하여 장기간 호흡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활성화되기 바라고 있습니다.
벙커페어 중앙제어실 박고은 작가 특별전시
실무자로서 청년 예술인을 지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나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청년 예술인을 수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며, 서로 존중하며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 편안하고 안전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주고 받다 보면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절차’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예술인들이 제도나 네트워크의 장벽 때문에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공모와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트벙커B39에서 준비 중인 프로그램이나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9월 25일부터 11월 16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ACCF)과 협력한 미디어아트 기획전시 《대홍수를 건너는 법》이 열립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직면한 재난적 상황을 새롭게 바라보고, 여덟 명의 설치 및 미디어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오늘날의 ‘대홍수’를 건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특히 도시개발의 파도가 지나가고 폐허로 남겨졌던 옛 소각장의 독특한 공간성과 맞물리면서, 홍수 이후에 남겨진 것들의 의미를 관객과 함께 탐구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오민수_킥스타트 series 5 | 출처 : 부천문화재단
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B39 리서치 기반 전시와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근무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의 역사적 층위와 장소성을 예술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B39가 매력적인 공간이다 보니, 이곳을 다용도로 활용하고자 하는 분들은 많은데 ‘장소에 대한 앎’을 기반으로 예술을 하는 분들은 많지 않아요. 2023년 재개관 기념 아카이빙 전시가 3층에 상설화되었지만, 기획 단계부터 상설을 염두에 두지 않아 자료적으로 보완이 필요합니다. 아예 로컬 아티스트분들과 협업하여 리서치 단계부터 함께 하면 더 탄탄한 기획 전시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재단이나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공공기관에서의 일은 예술적 상상력 뿐만 아니라 행정적 이해와 협업 능력이 함께 요구됩니다. 처음에는 절차가 낯설고 답답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예술이 제도와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경험은 분명 큰 자산이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고, 제도 안에서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신다면 좋은 기회를 만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