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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필더필(FILL THE FEEL) (아트모아 기자단 5기 김예준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565 2025-11-08

[아티(ATI) 기업탐방] 필더필(FILL THE FEEL)


재미없는 일 100가지로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한 방'을 위하여

필더필(FILL THE FEEL) 오혜리 이사



‘문화예술로 세상을 연결한다’는 비전 아래,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기업

‘필더필(FILL THE FEEL)’

안정적인 문화기획 사업과 미래 성장을 이끄는

온라인 공연 플랫폼 ‘오아라이브(OA LIVE)’라는 두 개의 강력한 심장을 가진 곳.


이 두 심장이 힘차게 뛰도록 만드는 엔진룸, 그 중심에 바로 상상을 현실로,

아이디어를 현장으로 끌어오는 문화기획팀이 있습니다.


아트모아가 필더필의 공동창업자이자 문화기획팀을 총괄하는 오혜리 이사를 만나

그 치열하고 매력적인 기획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날 인터뷰에는 2019년부터 현장을 지켜온 박영인 PD가 함께해 현장의 생생함을 더했습니다.






필더필(FILL THE FEEL) 오혜리 이사



먼저 아트모아 독자분들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필더필을 공동 창업해서 현재까지 문화기획팀을 총괄하고 있는 오혜리입니다. 저희 팀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저는 전반적인 팀의 전략 수립, 인사 채용부터 프로젝트 디렉팅까지, 이것저것 다 합니다. (웃음) 어떨 땐 회계적인 마인드를 갖춰야 하고, 어떨 땐 팀원들의 고충을 들어주는 상담사가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철두철미한 평가자가 되기도 하죠. 좀 다양한 가면들을 쓰고 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인터뷰에 함께해주신 PD님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9년부터 필더필과 함께하고 있는 박영인 PD입니다. 제 첫 회사이자 계속 다니고 있는 곳이에요. 지금은 문화기획팀 내 3개 파트 중 한 팀의 파트장을 맡고 있고, 이사님이 큰 그림을 관리해 주시면 그 아래에서 실무 전반을 책임지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필더필(FILL THE FEEL) 박영인PD




필더필은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기획 사업’과, 미래 성장을 이끄는 ‘오아라이브 플랫폼 사업’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엔진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두 사업 영역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고, 문화기획팀의 프로젝트가 ‘오아라이브’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나요?


오혜리 이사: 저희 문화기획팀과 오아라이브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문화기획팀이 다루는 프로젝트는 분야, 영역, 장르가 굉장히 넓고 다양한 반면, 오아라이브는 저희가 회사를 처음 만들 때 꿈꿨던 ‘예술가들을 위한 판’이라는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시너지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아라이브를 운영하면서 예술가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며 쌓인 노하우와 신뢰가 있거든요. 이 신뢰가 바탕이 되니, 문화기획팀에서 다른 프로젝트로 예술가분들을 초청할 때 더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죠. ‘아, 이 회사는 우리를 존중해주는구나’ 하는 믿음이 있으니 더 신경을 써주신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예술가들과의 좋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오아라이브가 정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오아라이브’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혜리 이사: 오아라이브는, 간단히 말해 온라인으로 공연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한참 코로나가 심할 때 ‘행사 프로젝트 말고 우리만의 자체 비즈니스 모델이 없을까?’ 고민하다 저희의 근본인 예술을 살려서 시작하게 된 거죠.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출연진, 기획자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오아사인(OA Sign)’이라는 저희 자체 개발 모델을 통해 정당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끔 설계했습니다. 공연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자 만든 플랫폼이자 사업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필더필의 사업들을 보면 ‘산타런’이나 ‘대한민국 예술대장정’ 같은 대중 참여형 프로젝트에서, 현재는 ‘오아라이브’를 통해 특정 장르의 마니아 관객을 타겟하는 전략으로 진화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의 배경은 무엇이었나요?


오혜리 이사: ‘진화’라기보다는 ‘고객의 다양화와 확장’ 측면으로 봐주시면 좋겠어요. 처음부터 특정 고객을 타겟하고 확장했던 건 아니고요. 저희가 가진 자원과 예술 시장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라는 고민에서 오아라이브가 나왔고, 하다 보니 ‘아, 오아라이브의 관객들은 이런 분들이구나’ 하고 저희가 더 잘 알게 된 거죠.

처음에는 공연 예술계 진입을 돕는 아카데믹한 콘텐츠로 시작했는데, 뮤지컬, 연극으로 확장하면서 데이터가 쌓이니 특정 배우의 팬들이 N차 관람을 위해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소비층이 뚜렷해지더라고요. 이런 경험은 저희 문화기획팀에 큰 자산이 됐어요. 공연 시장 소비자의 니즈를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아카데미 사업 기획에 도움이 됐고, B2C 모델을 경험하며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기획력이 강화됐죠. 결국 더 다양해진 이벤트 시장 속에서 우리 행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더 ‘뾰족’해져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 겁니다.


2019 산타런



필더필에서는 K-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 시장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계신 게 있다면 어떤 형태일까요?


오혜리 이사: 국내는 이미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파이를 뺏어오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한국의 숨겨진 자원들을 잘 만들어서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고, 올해부터 조금씩 디벨롭하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있는 분도 채용했고요.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건, 강릉의 로컬 자원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한 팝업 행사인데요, 내년 상반기쯤 일본에서 여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비전이 ‘문화예술로 세상을 연결하다’인데, 그 문화예술은 콘텐츠가 될 수도 있고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가 가진 자원을 가지고 나가는 역할뿐만 아니라, 국내의 역량 있는 예술가나 협력사를 해외 시장의 맥락에 연결하는 ‘다리’ 역할에 관심이 많습니다.



신다혜 대표님의 창업 이야기에서부터 ‘오아사인’에 이르기까지, 필더필은 ‘건강한 예술 생태계’ 구축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문화기획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파트너 예술가들과 협업할 때,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프로세스는 무엇인가요?


오혜리 이사: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이에요. 특히 예술가분들은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크고 민감하신 분들이 많아, 존중의 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두 번째는 사례비 같은 수익적인 부분에 대한 명확한 소통이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필요한 건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이 업계에서 몇 년 일하고 말 게 아니기 때문에 평판이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예술가님, 제발 해주세요’ 이런 건 아니에요. 저희는 비즈니스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계약을 어기거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에게는 명확히 이야기하고, 그런 분들과는 앞으로 함께 갈 수 없겠죠. 이런 원칙을 지키다 보니 오히려 저희를 더 믿어주시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오아라이브’의 TVOD(건당 결제) 모델은 아티스트에게 수익이 직접 돌아가게 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현장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하실 때, 아티스트들에게 이러한 필더필의 비전과 기술이 어떻게 매력적으로 작용하는지 체감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오혜리 이사: 예전에 한 중소 제작사가 대기업이 아닌 저희랑만 단독 계약을 한 적이 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대기업이 아니라서 좋았다. 자기네 콘텐츠를 뺏어가려고 눈독 들이는 도둑놈 심보들만 잔뜩 있는데, 필더필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기업이지만 같이 성장하자는 마음으로 계약을 맺었다고요. 결국 예술가들과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인 것 같아요.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거든요. 그분들의 가치를 우리가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제스처가 신뢰를 쌓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필더필 문화기획팀은 B2G 캠페인, 기업 CSR, 기술 해커톤 등 매우 폭넓은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수행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성격의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팀 내부적으로는 어떤 역량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시는지 두 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박영인 PD: 저는 좀 날것으로 말씀드리면… 눈치라고 생각해요. (웃음) 단순히 눈치를 본다는 게 아니라,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죠. 섭외를 할 때 상대방의 말의 뉘앙스를 포착해서 어떤 이점을 더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거나, 요즘 소비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라잡는다거나. 이 레이더망을 항상 펼쳐놔야 기획부터 실행, 마무리까지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혜리 이사: 저는 책임감이요. 그 책임감으로부터 다양한 것들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연차분들은 경험이 없으니 당연히 베테랑처럼 일하지 못하죠. 하지만 ‘내가 안 해봤지만 이 일을 어떻게든 되게 만들겠다’는 그 책임감이 그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한 가지를 진하게 좋아해 본 경험, 즉 ‘덕질’ 경험이 있는 사람이 기획을 잘하는 것 같아요. 내가 무언가를 좋아해 봤기 때문에 ‘우리가 만든 이 콘텐츠를 저 사람도 좋아할까?’ 고려해보는 역지사지가 가능한 거죠. 마지막으로는 수용력, 유연성입니다. 저희 일에서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많이 생기거든요. 이런 다양한 환경과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딪히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수적이에요. 결국 저희는, 책임감, 덕질 경험, 눈치, 수용력, 리더십까지 갖춘 ‘육각형 인재’가 필요한, 좀 피곤한 직업입니다. (웃음)



ANP 컨퍼런스




성공적인 문화기획 프로젝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꼼꼼한 실행력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최종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가장 어렵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단계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혜리 이사: 모든 단계가 다 중요하지만, 하나를 꼽자면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과 처음의 기획 의도를 끝까지 놓치지 않는 끈기인 것 같아요. 기획자는 지금 현실이 1단계에 있더라도 머릿속으로는 이미 8, 9단계를 내다보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사공이 많아져서 우리가 원래 호랑이를 만들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고양이가 되어있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기획의 의도와 목적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쥐고 있는 게 정말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기획을 끝까지 발전시켜 실행해내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죠.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뭐든 많이 봐야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음악 페스티벌을 기획한다면, 직접 여러 페스티벌에 가서 운영 전반을 꼼꼼히 살펴봐야죠. 그리고 내부적으로 경험 많은 동료들과 잦은 소통을 통해 놓치는 게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항상 ‘내가 뭘 빠뜨렸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일정 계획이나 실행 계획서처럼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구체화하다 보면 숨어있는 디테일들이 나오거든요. 미래의 행사 당일에 미리 가본다는 생각으로 냉정하게 ‘역기획’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공연예술계에 큰 위기였지만, 필더필에게는 ‘오아라이브’라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 시기를 거치며 문화기획팀의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 방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박영인 PD: 가장 큰 변화는 온라인 생중계의 보편화예요. 코로나 전에는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생중계를 병행하는 게 당연해졌죠. 또 다른 변화는 공간 기반 행사의 부상입니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사람들이 외부 활동에 대한 니즈가 폭발했고, 팝업 스토어 같은 공간 기반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아졌어요. 저희 팀도 이 흐름에 맞춰 공간 사업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게 됐습니다.

 

오혜리 이사: 맞아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딱 맞았던 것 같아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할 수 없게 되니 다른 방법을 생각하게 되고, 거기서 새로운 것들이 창출됐죠. 다만 코로나 이후에는 행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어요. 오프라인 행사든 온라인 행사든, 관객들의 시간은 한정적이잖아요. 그래서 ‘더 뾰족해야 살아남는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KOPIS 포럼 



문화기획팀장으로서, 팀원들의 창의성과 기획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리더십 스타일을 추구하시나요? 팀원들에게 특히 강조하시는 업무 철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혜리 이사: 일단 팀원들이 많이 보고, 깊게 궁리하는 경험을 하도록 독려해요. 책을 읽든, 다른 행사를 보든,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깊이 파고드는 훈련이 필요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동기부여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동기부여되는 지점이 다 다르거든요. 돈일 수도 있고, 참여자의 긍정적인 피드백일 수도 있죠. 그걸 찾아주기 위해서 팀원 개개인에게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해요. 회식 같은 건 개인적으로 별로 안 좋아해서, 일대일로 얘기하는 걸 더 선호하고요. 그리고 제가 강조하는 철학은 ‘재미’예요. 일이 재미없으면 못하거든요. 야근도 많고 힘든데,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든 그 안에서 각자의 재미를 찾게끔 도와주려고 합니다.



최근 두 분의 일에 새로운 영감을 주거나, ‘이것이 문화의 힘이구나’ 느끼게 했던 작품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박영인 PD: 외부 프로젝트는 아니고요, 최근 저희 팀에서 진행했던 문체부의 ‘청년 문화 사용법’이라는 사업이 인상 깊었어요. 행사에 참여한 소규모 청년 커뮤니티나 단체들 간의 네트워킹이 정말 활발하게 이루어졌거든요. 저희는 좋은 팀들을 잘 찾아서 한자리에 모이게 하고, 그들이 서로 잘 섞일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한 건데, 그 안에서 새로운 연결과 기회가 만들어지는 걸 보며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오혜리 이사: 저는 어제 다녀온 글로벌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이수만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어요. 끊이지 않고 현업에서 열정 가득한 미래를 그린다는 것 자체도 인상 깊었지만, 특히 ‘우리나라가 좋은 프로듀서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 와 닿았어요. K-콘텐츠 IP뿐만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이 경쟁력이라는 거죠. 그 지점에서 저희 필더필도 ‘좋은 기획자를 만드는 회사, 좋은 기획자를 수출하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 문화 사용법



문화기획자는 클라이언트, 아티스트, 협력사, 그리고 내부 팀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성공적인 문화기획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소통의 기술이나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박영인 PD: 저는 설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매 순간 설득을 해야 하거든요. 내부에서는 동료들에게 내 아이디어를 설득해야 하고, 정해진 아이디어를 가지고는 발주처를 설득해야 하죠. 아티스트, 협찬사, 후원사 모두 설득의 대상입니다. 그래서 대상에 맞춰 어떤 논리로 설득할지, 어떤 자료를 만들지 고민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오혜리 이사: 그 설득력을 가지려면, 첫째로 프로젝트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본인만의 생각이 명확히 있어야 해요.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잎사귀 하나만 맡고 있으면 설득하다가 말리게 되죠. 그리고 특히 저연차분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계속 공유하는 태도예요. ‘이거 멋지게 해서 짠! 하고 보여줘야지’가 아니라, 중간중간 계속 보여주고 물어봐야 해요. 상사가 아무리 바빠 보여도 계속 말을 거는 거죠. ‘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하고요. 상사와 같은 그림을 보고 있는지 계속 맞춰가는 과정, 즉 상시 보고와 중간 공유가 정말 중요합니다.

박영인 PD: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이거 어디까지 물어봐야 되지?’라는 고민이 들죠. 저희 업무는 명함 사이즈 하나 정하는 것까지 매 순간이 선택이거든요. 저도 혼자 끙끙 앓고 있다가 데드라인을 못 지키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 경험을 한번 하고 나서는 깨닫고, 그다음부터는 팀장님이 바빠 보여도 최대한 자주 물어보게 됐죠.


 

지난 몇 년간 필더필이 이룬 놀라운 성장과 변화의 중심에 계셨을 텐데, 팀장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프로젝트나 순간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오혜리 이사: 예전에는 제가 모든 행사에 다 가서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했어요. 그런데 최근에 제가 발목을 다쳐서 현장에 못 나가는 상황이 생겼는데, 전화가 오지 않더라고요. 현장에서 분명 여러 문제가 생겼을 텐데, 저희 파트장님들과 PD님들이 알아서 다 해결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게 ‘아, 이제 내가 없어도 현장이 잘 운영되는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제일 보람 있었던 것 같아요. 창업 초기에는 ‘회사의 주인이 아닌데 우리만큼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그건 저희의 오만한 생각이었어요. 이제는 팀원들이 저희보다 더 잘 해내는 순간들을 보면서 저는 또 다른 다음을 준비할 수 있게 되죠. 그런 순간이 가장 기쁩니다.


 

아트모아는 문화예술 분야의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미래의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대학생들에게, 지금 대학 시절에 어떤 경험을 쌓거나 어떤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해주고 싶으신가요?


박영인 PD: 기획 일에 대한 환상을 깨고 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짠 하고 멋진 기획이 나오는 게 아니라, 그 뒤에는 수많은 자잘한 작업과 재미없는 일들,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거든요. 이걸 알고 오는 것과 모르고 오는 건, 이 업계에서 길게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인턴이 아니더라도 좋아요. 공연장이나 전시장에서 스태프 알바라도 해보면서, 현장의 프로세스를 직접 경험해보세요. 그 경험이 나중에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오혜리 이사: 저는 동아리나 학생회에서 ‘참여자’가 아닌 ‘운영진’을 해보는 걸 강력 추천해요. 다양한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경험과 노하우는 정말 큰 자산이 됩니다. 토익 점수 같은 스펙보다는, 여러 경험을 통해 ‘내가 뭘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게 먼저예요. 막연한 목표로 대학원 같은 곳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롤모델로 삼는 분에게 무작정 메일이라도 보내보세요. 요즘은 현장의 속도를 학교 교육이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사람과 소통하는 법, 그리고 글쓰기 능력. 이런 것들을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회사의 비전과는 별개로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나 진행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영인 PD: 저는 저희만의 브랜딩을 가진 오프라인 축제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단순히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티스트, 커뮤니티,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복합적인 축제요. 누가 제안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필더필’이라는 저희 이름을 딱 걸고 그 지역을 대표하는 그런 축제를 만드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오혜리 이사: 저도요. 미국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나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쇼(CES)’ 같은 거요! 음악, 기술, 비즈니스가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축제잖아요. ‘문화예술계의 CES’ 같은 행사를 만들고 싶어요. 전 세계 사람들이 ‘저 행사를 보러 한국에 가야 해’, ‘저 기획전을 보러 한국에 간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 그게 진짜 관광 효과 아닐까요? 그 자리에 ‘필더필’도 함께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저도 그런 꿈같은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