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S&CO(아트모아 기자단 5기 이유림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S&CO
당신이 몰랐던 뮤지컬의 시작, 어떻게 한국에 왔을까?
글로벌 무대와 한국 관객을 잇는 사람
S&CO 기획PD 김주승
극장 객석에 앉아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순간.
무대 위로 쏟아지는 조명과 음악 뒤에는,
관객이 알지 못하는 긴 여정이 숨어 있다.
해외 작품을 발굴하고, 라이선스를 협상하며,
한국 무대에 맞게 작품을 재해석하는 일.
뮤지컬 기획PD는 바로 그 보이지 않는 과정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2019년 제작 현장에서 시작해 현재는 해외 협상과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김주승 PD
공연의 여러 단계를 거쳐온 그를 만나,
뮤지컬 기획자의 세계와 이 길을 준비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S&CO 기획PD 김주승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담당하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연 제작사 S&CO 콘텐츠개발본부에서 기획 PD로 일하고 있는 김주승입니다. 2019년에 제작팀으로 입사해서 약 3년간 일했고, 이후 기획 PD로 전환해 지금은 4년째 근무 중입니다. 기획팀의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기획 업무로, 극장 대관이나 국내외 작품 분석, 작품 라인업 계획 등을 맡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해외 커뮤니케이션 업무로, 해외 시장과 작품 분석, 해외 제작사와의 협의 및 라이선스 취득, 그리고 해외 투자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희가 창작 뮤지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서, 신규 사업으로 진행 중인 창작 뮤지컬 <쇼맨>의 영미권 버전 개발의 담당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뮤지컬 기획PD가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떤 경로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고등학교 때 처음 대극장 뮤지컬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하지만 ‘이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대학 시절, 원어 연극과 뮤지컬을 하면서부터였죠. 영문과를 복수전공하며 영어로 된 희곡과 뮤지컬을 공부하다 보니, 영미권 작품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때가 마침 유튜브가 막 활성화되던 시기라, 해외 뮤지컬 영상을 접하고 넘버를 번역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더 깊이 빠져들었어요. 그러다 '공연 일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제작사에 지원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S&CO와 인연이 닿아 2019년부터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기획PD’와 ‘제작PD’를 둘 다 경험해보신 입장에서, 두 파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기획PD는 공연의 기획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집중한다면, 제작PD는 실제 무대를 구현하는 운영과 실행에 초점을 맞춥니다. 쉽게 말해 기획PD는 공연의 앞단에서 작품을 설계하는 사람이에요. 작품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어떤 전략과 비전으로 관객에게 어필할지 초반 설계도를 그리는 역할이죠. 반면, 제작PD는 중간부터 마무리까지 실제 공연 제작을 책임집니다. 기획팀이 제안한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제 무대, 일정, 인력, 기술로 구체화해서 실행하는 거예요. 두 역할이 완전히 다른 파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획PD가 제작 업무를 하기도 하고 제작PD가 기획 업무를 맡기도 합니다. 결국 두 파트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좋은 공연이 완성됩니다.
실무에서 기획팀과 제작팀이 긴밀하게 협업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기획팀과 제작팀의 협업은 사실 한 프로덕션의 모든 과정에서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긴밀하게 협업이 이루어지는 몇 가지 시점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해외 창작진과의 초기 접촉 단계예요. 저희 기획팀이 먼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지만, 계약 조건이나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순간부터는 제작팀이 함께 참여해 현실적인 제작 가능성을 논의합니다. 두 번째는 마케팅 전략 수립 단계예요. 작품의 어떤 지점을 관객에게 어필할지, 해외팀의 승인이 필요한 홍보 방식은 무엇인지를 기획팀과 제작팀, 마케팅팀이 함께 조율하죠. 세 번째이자 가장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순간은 공연을 현지 환경에 맞게 수정하는 로컬라이징 단계예요.
예를 들어 지금 준비 중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영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인도 출신 캐릭터가 주인공이고, 원작 영화 자체도 인도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작품 속에 외국어가 정말 많이 등장해요.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인도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권의 언어와 정서를 한국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죠. 이런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할 때는 기획팀, 제작팀, 국내외 창작진이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이 대사의 문화적 맥락을 한국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같은 고민들을 함께 논의합니다.
뮤지컬 헬스 키친(Hell's Kitchen)
PD님의 첫 프로젝트는 무엇이었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크게 성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기획팀은 아니었고, 제작팀에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첫 프로젝트는 2019년 여름 샤롯데씨어터에서 올린 <스쿨 오브 락> 내한 공연이었어요. 당시 어시스턴트 컴퍼니 매니저이자 자막 오퍼레이터로 참여하여 서울·부산·대구를 돌며 총 123회 공연의 자막을 운영했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가장 크게 바뀐 점은 제가 공연을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공연 자체가 제게 가장 큰 행복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열정 하나로 부딪히고 도전했었는데요.지금은 공연을 제작하는 것이 단순히 무대를 만드는 것을 넘어 자부심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즐겁게 작업하고,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크게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희는 보통 공연을 2~3년 전부터 준비하는데요. 그 긴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공연이 차근차근 쌓여 올라가서 실제 무대 위에서 구현되고, 첫 공연이나 프리뷰 때 관객들이 행복해하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그 순간이 가장 보람 있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2022년, 코로나 시기에 <라이온 킹> 투어 공연을 진행했을 때예요. 해외 배우들과 크루들이 어렵게 입국해 겨우겨우 첫 공연을 올렸을 때, 첫 곡 ‘Circle of Life’가 시작되자마자 관객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셨죠. 그 순간 가슴이 벅차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또 하나는 <알라딘> 공연에서 객석 가득 울려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였어요. 저희의 일이 그런 웃음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큰 보람과 행복을 느꼈습니다.
S&CO가 <오페라의 유령> 이후 <라이온 킹>, <위키드> 같은 대작들을 지속적으로 가져올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합니다.
결국은 저희 대표님과 회사 구성원들이 함께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와 시스템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S&CO는 해외 제작사와의 관계를 단기 거래가 아닌, 장기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W(Lloyd Webber Entertainment,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제작사)와는 2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것처럼, 한 번 파트너십을 맺으면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선스를 제안하거나 해외 투자를 논의할 때도 단순히 수치나 성과만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여주고 한국 시장에서 이 작품이 왜 적합한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려 합니다. 특히 원작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관객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고민하죠. 이러한 대표님과 구성원들의 노력들이 오랜 시간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어떤 작품을 한국에 들여올지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작품을 검토할 때는 손익 구조나 시장 적합성, 문화 코드 등을 함께 살펴봅니다. 그중에서도 저희는 특히 두 가지 부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먼저 관객층 확장입니다. 뮤지컬이 특정 팬층만 즐기는 장르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는 장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선정할 때도 특정 타깃층보다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주목하죠. ‘뮤지컬을 처음 경험하는 관객’을 꾸준히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한 목표입니다. 새로운 관객이 늘어날수록 시장 전체가 조금씩 더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하나는 국내 공연 시장의 확장과 지역 공연 활성화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도 지역 공연을 지원하지만, 저희 같은 민간 제작사도 지역 관객분들이 어디서나 수준 높은 공연을 즐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부산 드림씨어터를 비롯해 여러 지역 기획사들과 협력하며 투어 공연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뮤지컬 시장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한국 시장은 그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최근 글로벌 뮤지컬 시장을 보면, IP를 기반으로 한 대형 공연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서 제작자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미 검증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디즈니뿐 아니라 콜롬비아 픽처스, 드림웍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제작에 참여하면서, <노트북>, <라이프 오브 파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이웃집 토토로> 같은 작품들이 무대화 된 것 처럼요. 원작 라이선스를 얻기 위해 높은 초기 비용을 지불해야 할 테지만, 기존 콘텐츠의 인지도를 활용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흥행을 기대하는 흐름이라고 느껴집니다.
동시에 새로운 형식과 시도들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대와 관객의 경계를 허무는 이머시브 공연이나, 기존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리메이크, 첨단 기술을 활용한 연출 등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느끼는 변화는,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토니상 6관왕을 수상하고, <케이팝 데몬 헌터즈(K-Pop Demon Hunters)>처럼 한국적 요소가 담긴 콘텐츠들이 해외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흐름 덕분에 앞으로는 한국의 정서와 요소를 담은 작품들이 세계 무대에서 더 다양하게 소개될 기회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한국 시장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아요. 해외 공연들이 예전보다 짧은 간격으로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도 그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S&CO의 <하데스타운>, CJ ENM의 <물랑루즈> 등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동시에 관객의 눈높이에 맞춘 세밀한 현지화 작업이나, 처음부터 영미권이나 아시아 시장을 염두에 둔 작품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시도들이 쌓여 앞으로 한국 뮤지컬이 세계 무대에서 점점 더 주목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2025 토니어워즈
뮤지컬 기획PD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제 경험을 바탕으로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는 분석력과 기획력입니다. 시장 상황이나 작품의 흐름을 읽고, 그 분석을 바탕으로 어떤 콘텐츠를 기획할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좋은 작품을 찾는 걸 넘어, ‘왜 지금 이 작품인가’를 설명할 수 있는 분석이 필요하죠. 둘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입니다. 공연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일이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설득력과 조율 능력이 중요합니다. 비록 해외 팀과 함께 일할 때가 많지만, 언어 능력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뮤지컬 기획자를 꿈꾸는 사람이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다양한 공연을 많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히 관람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작품을 분석해보는 경험이 중요해요. 공연의 시의성, 흥행 요인, 무대 규모나 출연진 구성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보면 공연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라이선스 공연 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해외 시장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는 게 도움이 됩니다. Playbill, IBDB, WhatsOnStage 같은 영미권 매체나 SNS를 통해 새로운 공연 소식을 확인하는 것도 좋아요. 이렇게 꾸준히 시장을 관찰하다 보면, 작품의 트렌드나 산업의 구조를 조금씩 감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영미권뿐 아니라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도 주목하면 좋습니다. 각국에서 어떤 작품이 흥행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기획자로서의 시야가 훨씬 넓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읽을 예비 문화예술 입직자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공연 일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수많은 준비와 노력이 있고, 그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는 수많은 팀원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뤄야 할 일의 폭도 생각보다 훨씬 넓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공연 일을 한다는 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문화예술 콘텐츠는 많지만, 무대 공연만이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감동과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 분이라면, 이 길에 대한 열정만으로 뛰어드신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꼭 좋은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