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예술공간 집 (아트모아 기자단 5기 황아영 기자)
[아티(ATI) 기업탐방] 예술공간 집
골목 한옥에서 피어난
지역 예술의 선순환
예술공간 집 문희영 대표
광주 동명동의 한 골목, 50년간 생활 공간으로 쓰이던 한옥이
예술이 머무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술공간 집’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조화롭게 아우르며,
지역 작가들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운영 8년 차를 맞은 문희영 대표에게
예술공간 집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방향을 들어보았다.

예술공간 집 문희영 대표
간단히 자기소개와 함께 ‘예술공간 집’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안녕하세요, 예술공간 집을 운영하는 문희영입니다. 이 한옥은 제가 학창 시절을 보낸 집을 개조해 2017년 말 다시 연 공간이에요. 지금은 상업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중심에 두되, 광주의 지역성을 살린 공공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50년 된 한옥을 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2001년부터 신세계갤러리에서 10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출산과 육아로 잠시 일을 쉬었다가 2015년에 다시 시작했죠. 그 무렵 모교인 조선대학교에서 강의하며, 대학 시절의 열정이 다시금 살아났어요.
그때 ‘이제는 내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부터 언젠가 나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낡은 집을 개조해 2017년 말 ‘예술공간 집’을 열었고, 마침 그해가 한옥이 지어진 지 50년이 되는 해였어요. 처음엔 ‘골목 안에 누가 오겠냐’라는 말도 들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위치가 아니라 꾸려나가는 힘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술공간 집 외관 (출처=@bongresson)
한옥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전시나 프로그램 운영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처음 리모델링할 때, 적어도 작은 개인전은 열 수 있게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회화 기준 100호 캔버스 10개 정도를 걸 수 있도록 도면을 설계하며 벽 구획과 시야 확보에 신경을 썼죠.
한옥의 특성상 면적을 넓히기 어렵기 때문에 대신 천장과 마루를 걷어 층고를 높였어요. 벽면이 부족한 부분은 창문을 통해 내부와 외부에서 작품을 모두 볼 수 있게 했습니다. 특히 봄과 가을엔 마당의 풍경이 작품과 어우러져 한옥 특유의 운치를 만들어줘요. 기둥들은 자연스럽게 프레임 역할을 하며, 어떤 작품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예술공간 집이 지향하는 가치나 철학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술공간 집은 상업 갤러리의 역할에 중심을 두되, 공공성을 함께 아우르는 형태를 지향합니다.
광주는 비엔날레나 ACC, 시립미술관 등 공공기관 활동은 활발하지만 민간 영역의 활동은 미약한 현실입니다. 예술은 공공 재원만으로 지속되기 어렵기에, 작가들에게도 그리고 저에게도 상업 갤러리의 존재는 꼭 필요합니다.
저는 상업 갤러리를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작가의 성장과 지속을 돕는 동반자로 생각합니다.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며 지역 예술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2025 넛지 프로젝트 Vol.4 (출처=예술공간 집)
*‘넛지 프로젝트’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확장하고 심화하기 위해 2022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예술공간 집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매회 4인 내외의 작가를 선정해 개별 전시와 심층 워크숍을 진행하며, 작가·기획자·비평가가 함께 지역 미술의 담론을 만들어간다.
‘넛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중점적으로 신경 쓰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넛지 프로젝트’는 작가들과 함께 서로의 작업을 깊이 있게 이야기해 보자는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단순히 전시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동료 미술인들과 솔직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죠.
그 과정에서 작가들은 자연스럽게 작업 세계를 넓혀갑니다. 실제로 프로젝트 이후 개인전을 열거나 외부 전시에 초청받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변화를 가까이서 지켜보며, 때로는 제가 먼저 전시를 제안하기도 합니다. 좋은 작가를 함께 발견하고 서로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곧 저희 공간의 성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까지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그중 단 한두 명이라도 뚜렷한 성장을 보여준다면 그걸로 충분히 값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진행했던 전시 ‘〈Our Blue,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있나요?
〈Our Blue,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저희 전속 작가인 이인성 작가의 개인전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지역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해 왔습니다. 특히나 광주 지역에서 공공 지원 사업과 각종 수상을 휩쓸며 활발하게 활동을 해온 작가예요. 다만 이제는 공공 영역을 넘어, 상업적 기반 위에서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그 지점에서 저희가 함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인성 작가님은 예술공간 집의 한옥 구조와 분위기에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고민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저희 역시 개인전뿐만 아니라 외부 아트페어 참여, 작품 홍보와 판매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협업의 첫걸음을 함께 내디뎠습니다.
2025 미로예술인레지던시 <예술로 엮어내는 공동체> 결과보고전시
[공존의 지도 ; 하나의 항로, 여러 갈래의 길] (출처=예술공간 집)
예술공간 집이 지역 예술 생태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명료하게는 다채로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공공기관과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어요.
현재는 광주 동구청이 운영하는 ‘미로센터’의 레지던시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작가 3명과 인도네시아 작가 2명이 함께 5·18의 역사와 광주의 지역성을 탐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를 진행했어요. 이런 국제 교류는 지역 작가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장기적으로 해외 전시로 이어지는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또 허경 선생님을 모시고 작가들과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외에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해 ‘지역 전시 활성화 사업’,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꿈의 스튜디오’ 시범 사업에도 참여하며, 지역의 빈틈을 메우고자 했습니다. 작가분들이 “예술공간 집은 없어지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해주실 때 정말 감사해요.
공간을 운영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셨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함께 고민해 온 작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오랜 시간 작업 방향을 이야기하고 전시를 준비하며 쌓인 시간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이어져, 작가가 한 단계 도약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또 상업 갤러리로서 “이제 이 작가의 작품이 시장에서도 통하겠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별한 한 번의 성취보다, 이런 작은 보람들이 쌓여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반대로,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고민이 깊었던 시기도 있으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단연 코로나 시기였어요. 예전엔 근처 학교나 은행 직원분들이 커피 한 잔 마시러 들렀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를 보고 가곤 했는데, 팬데믹 이후 그 모든 흐름이 끊겼죠. 문을 닫는 순간 사람의 발길도, 교류도, 수입도 멈췄습니다. 공공기관이 아닌 개인 공간이다 보니 모든 책임이 제게 있었고, 정말 많이 흔들렸던 시기였습니다.
그때 무인 관람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력도 최소화하면서 혼자 운영을 이어갔습니다. 상업 갤러리라 해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긴 어렵거든요. 공공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스스로 예산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작가분들의 꾸준한 협력과 아트페어 참여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을 ‘사라지면 안 되는 곳’이라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가장 큰 힘이에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 지금의 예술공간집을 버티게 합니다.
예술공간 집 내부 (출처=@bongresson)
대표님만의 ‘좋은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는 방법이 있나요?
예술공간을 운영하려면 작품을 보는 안목과 꾸준한 공부가 필수예요. 전시를 열든,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판매하든 결국 ‘좋은 작품’을 선별하고 보여주는 게 핵심이니까요.
저는 대학 시절부터 전시를 정말 많이 봤어요. 작품은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시대가 담긴 기록이죠. 그렇게 꾸준히 보고 읽다 보니 ‘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를 조금씩 체득하게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신세계갤러리에서 일하며 젊은 작가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직접 본 경험도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 기억과 감각이 지금 제 안목의 기반이 되고 있어요. 지금은 예전만큼 발로 뛰진 못하지만, 온라인 아카이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살피며 감각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공간 집이 관람객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바라시나요?
작가에게도, 관람객에게도 ‘특별한 순간’으로 남는 곳이면 좋겠어요. “예술공간 집 전시는 늘 좋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쁩니다. 어떤 분들은 “여기 전시는 실패하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 예술공간 집이 나아가길 바라는 방향이나, 대표님이 꿈꾸는 공간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는 국내외 아트페어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싶어요. 예술공간 집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도 활발히 소개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트페어에서 얻은 성과가 다시 새로운 작가의 발굴과 지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제 꿈이에요. 상업성을 인정하되 지역의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형태로, 작가와 예술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때 90~2000년대 초반의 ‘대안공간’들이 실험성과 자율성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이끌었죠. 저는 그 정신을 오늘의 지역 현실 속에서 다시 구현해 보고 싶어요.
앞으로 10년, 20년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예술공간 집은 광주 미술의 역사 속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라고 기억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지금은 그 10년을 단단히 버티고, 꾸준히 살아남는 것이 목표예요. 그래야 진짜 역사로 남을 수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