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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아트리 (아트모아 기자단 5기 양혜정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473 2025-11-24

[아티(ATI) 기업탐방] 아트리(Artry)


기술 시대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문법을 실험하다

아트리(Artry) 전혜인 대표


디지털 기술이 예술의 언어를 빠르게 바꾸고 있는 지금

미디어아트는 단순한 장르를 넘어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실험하는 장으로 탈바꿈한다.

AI, 데이터, 확장현실 등 기술의 발전은 예술가에게 새로운 재료이자 감각의 확장 도구가 되었고,

그만큼 예술이 다루는 주제와 전달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작품은 더 이상 하나의 물성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연결되는 ‘경험’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예술의 본질을 탐색하는 기획자들의 역할이 점점 더 대두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순환할 수 있을지를 모색하는

아트리(Artry)의 전혜인 대표를 만났다.





 


아트리(Artry) 전혜인 대표



현재 하고 계신 일과 주요 업무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아트리’의 대표로서 문화예술 분야, 특히 예술과 기술 융합에 관한 프로젝트나 전시,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의 기획과 이제 운영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술분야라고 하면 굉장히 범위가 넓은데, 그 중 기술 기반의 예술 활동들을 기획하고 연결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트리를 설립하게 된 계기와 구체적인 과정은 무엇인가요?

창업에 도전하기 전, 저는 아트센터 나비미술관에서 오랜 시간 근무하다가 퇴사한 참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외부와 연결될 기회가 많아졌는데, 특히 미디어아트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디어아트라고 하면 대부분 ‘이머시브 아트(Immersive art, 몰입형 예술)’로만 인식되고 있었거든요. 특정 공간에서 몰입형으로 구현되는 대중지향 콘텐츠들이 많다 보니, 미디어아트라는 장르가 너무 한정적으로 이해되는 게 아쉬웠습니다. 이 때문에 ‘미디어아트를 좀 더 다양하게 확장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해서 아트리(Artry)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당시 2021년이었으니,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죠. 아트리의 기업명은 ‘Art’와 ‘Try’의 합성어로, 예술을 기반으로 계속 시도하고 실험하는 플랫폼이라는 의미예요. 아트리는 고정된 형태의 조직이라기보다는, 프로젝트 베이스로 움직이는 유연한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목적이나 성격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맞는 사람들과 팀을 꾸립니다. 온라인 기반의 프로젝트도 있고, 오프라인 컨퍼런스 중심의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각 형태마다 요구되는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에, 아트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매번 새롭게 조합되는 구조입니다.

 


아트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나 비전은 무엇인가요?

창업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아트리 역시 “미디어아트는 몰입형 전시에만 국한된다”는 인식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우리는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하고, 지금의 관객층을 넘어 일반 대중과도 연결될 수 있는 방식들을 실험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아트리는 세 가지 핵심 가치를 설정했습니다.

첫째, 협업형 프로젝트(Collaborative Project). 아트리는 고정된 팀 구조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외부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예술기업은 본질적으로 아티스트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늘 유연한 협업 구조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단기 협업이든, 장기 파트너십이든 목적에 맞는 관계를 설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둘째, 연구와 큐레이션(Curatorial Study). 제가 이전에 비영리 기관에서 큐레이션과 연구를 오래 해온 만큼, 아트리에서도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어요. 영리 조직이지만 예술 생태계 안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선례를 남기고, 미디어아트라는 분야 안에서 지속적인 담론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전시 외에도 컨퍼런스나 토크 등 다양한 포맷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맥락을 함께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셋째, 시민 참여(Civic Engagement). 미디어아트는 전시장을 넘어 우리 일상과 연결된 예술입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 미디어 스크린, 플랫폼 속에서 매일 예술과 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기반의 예술이 공공의 공간, 도시 환경 안에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도시 속 미디어 파사드가 단순 광고판이 아니라, 시민과 연결되는 공공예술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어요.

이러한 가치 위에서 아트리는 자생적 수익 모델도 실험 중이에요. 공공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IP를 유통하거나 커머셜 영역과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고, 올해 말엔 ‘비커밍아트’ 플랫폼의 리뉴얼도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해외 창작자 및 큐레이터와의 협업, NFT 기반 프로젝트 등도 고민 중에 있습니다. 변화에 맞춰 계속 피봇하면서도, 아트리만의 본질적인 가치를 지켜가고 싶어요.



서울시립과학관 〈언제나 미래였던 : 우주유영〉 전시 전경 (c) 서울시립과학관



아트리에서 진행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올해 진행했던 ‘퓨추라캔버스(FuturaCanvas)’는 제게 아주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건 기존 미술계의 전시 문법과는 전혀 다른, 컨퍼런스 기반의 상업 프로젝트였어요. 단순히 전시를 기획하는 게 아니라 티켓을 판매하고, 수익 구조를 설계해야 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비영리 미술관의 언어와는 달리, 대중 친화적이고 기술 중심적인 접근이 필요했어요. 미디어아트 콘텐츠는 종종 기술적인 설명이 많아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단순히 결과물을 전시하는 대신,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기획자의 의도, 그 안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형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결과보다는 ‘왜’와 ‘어떻게’를 공유하는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덕분에 관객이 작품을 훨씬 쉽게,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의류, 실내, 사람, 사람들이(가) 표시된 사진  AI 생성 콘텐츠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퓨추라캔버스 컨퍼런스 전경 (c) FuturaCanvas 2025


또 하나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서울시립과학관의 〈언제나 미래였던 : 우주유영〉 전시입니다. 과학관은 본래 교육적 목적이 강한 공간이지만, 상설전시실을 리뉴얼하면서 예술과 과학의 융합 전시를 시도했어요. ‘우주’라는 주제를 가지고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과학적 현상을 예술적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였죠. 저는 이 프로젝트가 특히 흥미로웠어요. 해외에서는 사이언스 갤러리(Science Gallery) 같은 기관들이 이미 이런 시도를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메이커 무브먼트를 비롯한 여러 융합 프로젝트들이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확장에 대한 희망이 있으시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과학의 원리와 현상을 ‘새로운 감각적 경험’으로 전환한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러한 시립과학관의 첫 특별기획전을 시작으로, 올해는 <비인간도감>이라는 과학예술 융합프로젝트로 시리즈 전시를 개최해서 현재 진행중입니다. 특정 영역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여러 장르와 영역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어떤 주제에 접근해보는 미디어아트 중심의 프로젝트를 앞으로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텍스트, 신문이(가) 표시된 사진  AI 생성 콘텐츠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 〈비인간도감〉 전시 포스터 (c) 서울시립과학관

 


지금까지의 경력 중 지금의 아트리 운영에 특히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아트센터 나비에 근무할 때, 2019년에 ‘ISEA(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라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학술대회를 함께 진행한 적이 있어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과 협력해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는데, 전 세계 연구자와 아티스트 약 2,000명이 참여했죠. 그 규모가 워낙 커서,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일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나비는 일반 미술관과 달리 기술을 직접 다루는 프로덕션 성격이 강했어요. 그래서 새로운 기술을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고, 그 경험이 지금 아트리를 운영하는 제 관점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ISEA 2019’의 주제는 ‘Lux Aeterna(영원한 빛)’이었는데, 단순한 논문 발표를 넘어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등 학문과 예술이 결합된 페스티벌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기술을 해석하며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걸 보면서, “결국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꼈죠. 9명으로 이루어진 학예팀이 300명 가까운 작가를 조율했던 경험은 정말 힘들었지만,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예술의 가능성, 그리고 협업의 가치를 깊이 배웠습니다. 그때의 경험은 제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예술을 바라보는가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기술적 실험과 사람 중심의 협력, 두 가지가 모두 아트리의 방향을 형성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으로 소개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표 겸 기획자로서의 하루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 일의 대부분은 여전히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경영뿐만 아니라, 결국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여줄지, 어떤 방식으로 완성할지를 고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기획과 운영이 늘 궤를 함께합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협업자들이 활동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회의나 조율 등의 업무를 해당 시간대에 최대한 집중적으로 진행해요. 그리고 실제 제 업무는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미팅이 끝나면 그 내용을 정리하고, 방향이 바뀌면 다시 제안서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고 씻은 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집중이 잘 돼요. 굳이 사무실이 아니어도, 집에 마련해둔 작업 공간이 있어 충분히 일할 수 있죠. 직원들도 모두 각자에게 맞는 자유로운 리듬으로 일합니다. 사람마다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요즘 대학원에서 학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찍 자고 새벽 두세 시에 일어나, 다섯 시 정도까지 일한 뒤 잠깐 눈을 붙이고 학교에 가는 패턴입니다. 그래서 제 일상은 정해진 루틴보다는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편입니다. 디자이너분들은 밤에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서 늦은 시간 온라인 미팅도 자주 하고요.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은 시차 때문에 자정에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요즘은 아트리가 법인으로 전환되고 새로운 분기점을 맞으면서 자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가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특히나 더 업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역사는 과거를 다루는 학문인데, 예술과 기술의 결합은 미래지향적인 분야라고 생각돼요.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역사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건, 1900년대 이후 우리의 삶이 정말 급격하게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특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는 자본주의, 그리고 삶의 방식이나 사고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죠. 그게 굉장히 흥미로웠고, 자연스럽게 ‘기술 기반의 예술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생겼어요. 역사를 전공하면서 제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는데요, 보통은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다”라고 배우지만, 사실 역사는 누군가의 해석이에요. 기록은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쓰는 사람의 관점과 시대가 반영되죠. 그래서 저는 역사는 사실(fact)보다 ‘맥락’과 ‘해석’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고, 그게 지금 제가 예술과 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많이 줬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일종의 ‘역사적 매개자(mediator)’ 역할 같아요. 지금 이 시대의 기술과 예술의 관계를 기록하고, 미래의 맥락 속에서 그것을 해석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기술이 단순히 ‘편리함’만을 위한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 사회는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자본주의 구조나 사회적 영향에 대해서는 잘 들여다보지 않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예술이 그런 기술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앞서서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은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철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믿어요. 이런 이유로 저는 자연스럽게 아트앤테크(Art & Tech)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지금 이 일을 정말 흥미롭게 하고 있어요. 미래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지만, 예술이 기술의 흐름 속에서 비판적이고 사유적인 시선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퓨추라캔버스 세션에 참여하고 있는 전혜인 대표 (c) FuturaCanvas 2025

 


기술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느끼는 가장 큰 매력과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우리가 평소에는 미처 바라보지 못했던 면들을 끄집어내서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작품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떤 콘텐츠를 봤을 때 느껴지는 ‘와우 모먼트’가 있잖아요. 이미 우리 삶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을, 전혀 다른 관점이나 시도로 풀어낸 결과물들을 마주할 때 오는 그 순간이 재미있죠. 그런 작업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활성화하지 못했던 감각이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부분들을 자극합니다. 마치 감각을 깨우는 촉매제 같은 역할을 하죠. 그래서 그게 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점은 기술이 계속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기술이라는 건 본래 일정한 사용 방식이 있지만, 아티스트들은 그걸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기술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다 보니, 우리가 짚어야 하는 포인트들도 계속 바뀝니다. 그래서 늘 공부하고, 새로 배우고, 다시 질문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앱 하나만 봐도 업데이트가 정말 자주 되잖아요. 그만큼 미디어의 속성과 그것을 경험하는 방식도 계속 변화해요. 미디어아트는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계속 리서치하고 공부하면서 새로운 맥락을 따라잡는 게 필수적입니다.

가끔은 프로그램이나 기술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면 저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아요. 아무리 공부해도 완벽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럴 땐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작가님들과 협업하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결국 이 분야는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늘 업데이트하고, 리서치하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돼요. 그 과정 자체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퓨추라캔버스 아티스트퍼포먼스 - WYXX (c) FuturaCanvas 2025

 


미디어아트 및 디지털아트 분야에서 한국의 예술 생태계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시나요?

2014년에 처음 아트센터 나비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미디어아트 전문 미술관’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낯설었어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작가들이 상업적인 시장 안에서 협업하는 사례도 훨씬 많아졌고, 공공 영역에서도 미디어아트를 지원하거나 페스티벌, 창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디지털 기반의 예술이 영화, 음악, 무용 같은 다른 창조산업과 더 폭넓게 연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동시에 ‘균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작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외부 기업이나 기관과 협업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협업이 예술의 비판적 시선이나 본질적인 탐구까지 희석시키면 안 된다고 봅니다.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이 가진 가능성을 단순히 상업적 구현 수단으로만 소비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과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작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1960~70년대 한국 현대미술 비평가들이 고민했던 지점들과 맞닿아 있다는 걸 느낍니다. 그 시기에도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한국 예술만의 방향은 무엇인가?”를 두고 많은 논의가 있었거든요. 지금 한국의 예술 생태계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만, 특히 디지털 기반의 예술은 외부 협업이 많고, 대중과 더 가까운 영역에 있죠. 그만큼 더 세밀한 균형 감각과 비판적 시선이 필요하다고 느껴요. 자본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도 예술이 지닌 고유한 사유와 역할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예술·기술 환경 속에서 스스로 성장시키는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요즘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체력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은 꼭 운동하려고 하고, 비타민도 챙겨 먹습니다. 운동이 단순히 몸을 위한 게 아니라 멘탈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느꼈거든요. 최근에는 2~3km 정도 가볍게 뛰면서 몸의 움직임에 집중해요. 그러면 다른 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정리돼요. 그런 시간이 저한테는 일종의 명상처럼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기 성찰과 성장입니다. 저는 ‘메타인지’가 성장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자책하기보다는, “이번엔 안 됐네, 다음엔 해보자” 이런 식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예전엔 부족한 걸 채우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은 내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요. 예를 들어 『경험의 멸종』 같은 책처럼, 제 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도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인사이트를 메모해두거나 일기로 정리해요. 저는 아직도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편인데, 예전 기록을 읽으면 “그땐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면서 제 변화가 보입니다. 결국 성장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느껴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쌓인 기록을 통해 “아, 내가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를 확인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몸이든 마음이든 건강해야 지속할 수 있고, 스스로를 기록하고 돌아보는 일은 그 건강을 지탱해주는 버팀목 같아요. 그래서 요즘 제 삶의 두 축은 체력 관리와 자기 기록입니다.

 


문화예술계 진입을 꿈꾸는 청년 기획자들에게, 갖추면 도움이 될 역량이나 자세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는 ‘뭐든 일단 해보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잘 안 되더라도 시작 자체에 의미가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해보면, 설령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그래도 해봤다”는 경험이 남아요. 그게 결국 다음 걸음을 만들어 주더라고요. 요즘엔 청년 기획자들이나 창업하려는 분들이 훨씬 더 빠르고, 정보 활용도 잘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예비창업패키지나 정부 지원사업같은 제도적인 지원도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꼭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실행해라”라고 이야기합니다. 또 1인 미디어 시대인만큼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많습니다. 콘텐츠 하나를 잘 만들어두면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도 있어요. 단순한 홍보가 아니라, 기획자의 생각과 방향성을 스스로 발신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작은 것이라도 일단 시작하는 용기인 것 같아요. 아트리의 온라인 플랫폼도 단순히 내부 프로젝트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 채널과 연결과 확장을 시도하는 구조로 리뉴얼하고 있거든요. 청년들이 갖춰야 할 자세는 시도하고, 연결하고, 확장하는 실행의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시도하다 보면, 나에게 필요한 기회와 도움이 되는 사람들을 자연스레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아트리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개인적으로 실현하고 싶은 비전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저는 요즘 미디어아트의 유통 구조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미디어아트는 전시 중심으로만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아트 페어 등 시장의 형태로 확장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직 그 시장이 공고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의 유통 플랫폼을 제안해보고 싶습니다. 유통이라고 하면 두 가지 방향이 있을 것 같아요. 하나는 작품의 향유 방식과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작품이 실제 거래될 수 있는 시장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제가 진행하는 전시나 외부 프로젝트, 혹은 용역형 협업 속에서도 이런 구조를 실험해 보고 싶습니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기존 아트페어와는 다른 형태의 ‘미디어아트 마켓’을 만들고, 그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제시하는 것이 아트리의 다음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미디어아트는 물리적인 작품이 아니라 디바이스 기반의 매체이기 때문에, 보존과 거래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 미술 시장의 방식으로는 다루기 어렵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작품의 경험 자체가 ‘휘발성’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그걸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전환하고, 다른 형태의 가치로 교환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