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영역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하단링크 바로가기
출석 QR 팝업 닫기
예술산업아카데미

(재) 예술경영지원센터

설문참여

기업/직업 정보

  • 홈으로

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전시사업팀 (아트모아 기자단 5기 변선민 기자)

작성자 : 곽송비 조회수 : 323 2025-12-09

[아티(ATI) 기업탐방]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전시사업팀


일상의 언어로 예술을 잇다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 전시사업팀 박유진 주임



예술은 언제나 삶 속에서 질문을 던지고, 세상과의 연결을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은 그 중심에서

지역 예술가와 시민을 잇는 열린 예술의 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박유진 주임님은 예술을 어렵게 설명하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기획자입니다.

그녀에게 미술관은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생각을 나누는 생활 속 예술 플랫폼입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시민의 일상 속으로 예술을 데려오는,

박유진 주임님의 기획 철학과 아람미술관이 그려가는 공공미술의 방향을 들어보았습니다.






아람미술관 박유진 주임님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와 아람미술관에서 맡고 계신 역할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문화재단 전시사업팀의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유진입니다. 기획, 홍보, 운영을 전반적으로 하고 있지만 주 업무는 기획인 것 같아요. 



먼저 아람미술관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요. 주임님은 아람미술관을 어떤 곳으로 소개하고 싶으신가요?

아람미술관은 고양문화재단에 속해있는 미술관입니다. 아람은 ‘크고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회화를 비롯해 조각, 사진, 최첨단 미디어아트 전시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고 있는습니다. 저는 언제든지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열린 광장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름처럼 다양한 장르의 미술을 만나는 공간이 아람미술관인 것 같습니다. 




주로 현대미술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 아람미술관이 고양시에서는 큰 미술관이라 지역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과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현대미술을 요즘 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옛 소장품을 가지고 전시하는 것보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과 함께하는 게 예산이나 기획 단계에서도 수월한 부분이 많아서 현대미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람미술관은 고양문화재단에 속해있는 곳입니다. 인터뷰를 위한 조사를 하면 할수록 ‘재단’이라는 단체의 특수함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화재단은 예술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주는 것을 넘어 시민 전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공공성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지는데요. 이 간극 속에서 느껴지는 갈등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주임님께서는 전시를 기획하실 때 어떤 기획 원칙을 중요하게 두시나요? 

저는 공공성이랑 예술성이라는 개념이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이 좀 더 큰 폭의 개념이라면 그 안에 공공성이 존재한다고 봐요. 그래서 공공기관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립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보여주는 예술성이 있고, 공공기관이 보여줄 수 있는 예술성이 존재하는 거고, 저희는 공공기관이 할 수 있는 예술성에 집중하고 있어요. 그 예술성을 계속 찾아나가며 기획하고 있습니다. 



최근 아람미술관은 ‘공간’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도 마찬가지이고, 2025년 고양 미술 축제에서는 <겹,틈,결>이라는 제목으로 겹의 도시, 틈의 공간, 결의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2024년에 열린 <공간 큐레이션>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렇게 ‘공간’이라는 개념에 집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람미술관이 ‘고양’에 존재하는 정체성이 강하다 보니 이런 주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일까요?

그렇죠. 그것보다도 말씀하신 프로그램을 기획하신 분이 공간 특수성을 잘 담아내시는 분이세요. 그리고 최근 한 2, 3년 사이에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기획을 많이 해보자는 의견이 미술관 안에서 나왔어요. 특히 고양시에 예술가들이 많거든요. 이 예술가들과 함께하는 미술관 프로그램을 계속 기획하게 됐었어요. 근데 작가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굉장히 많잖아요? 전시할 수도 있고, 미술 교육을 할 수도 있겠지만 미술관이 가진 특수성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가진 이 공간의 특수성을 활용해서 지역 미술가, 시민들과 함께하는 모습에 집중하자고 이야기를 나눴죠. 굳이 저희가 가지 않고 이 공간으로 사람들을 불러서 함께하는 것이 미술관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고, 그걸 계속 잘 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고양 아티스트 365>를 통해 고양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님들을 발굴하고, 그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시민들과 작가가 함께 만나는 경험은 정말 흔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나, 실제로 운영하며 느끼신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주임님께서는 이런 ‘지역 내 만남’이 어떤 예술적 혹은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나요?

고양시에 예술가들이 많이 있거든요. 정말 유명하신 원로 작가님들이 많아요. 국내에 가장 큰 원로 작가 협회가 있는 곳이 고양시고 조각가 협회도 고양시가 꽤 크단 말이에요. 그런데 고양시에서 가장 큰 규모의 미술관이 저희니까 저희가 이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이것에 저뿐만 아니라 기관도 오래전부터 동의하고 있죠. 그래서 고양문화재단이 고양시의 작가님들을 소개해 드리고, 다른 미술관보다 아람미술관이 먼저 작가님들을 소개시켜 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계속 지속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바뀐 부분이 있다면, 원래 지역 아티스트를 선정하는 기준이 추천제였는데, 최근에 공모제로 바꿨어요.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에 좀 더 공정한 절차로 더 많은 작가님이 지원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뀐 거죠. 처음에는 최대한 많이 소개해 드리는 것에 중점을 두었는데, 요즘엔 좀 더 소규모로, 더 집중적으로 작가님들을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 지역 내 만남이 사회적 의미를 가진 가장 큰 부분은 아무래도 저희가 하는 교육인 것 같아요. 저희는 작가님들이 전시만 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어요. 사실 아직은 전시만으로 관람객들이 현대 미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보통 미술관에서는 아티스트 토크를 많이 하는데, 저희 고양시가 어린이가 많은 지역이라 교육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했어요. 성인과 어린이가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한 거죠. 작가님들한테도 워크샵 형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직접 작가님이 교육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어요. 요즘은 정말 인기가 많아서 늘 매진돼요. 무료인 것도 큰 장점이지만 작가님이 직접 진행하는 교육이다 보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찾아오세요. 작가와 더 직접적인 소통을 하는 것에 있어서 이 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저는 그간의 전시를 보면서 아람미술관이 굉장히 친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린이나 가족 단위에 대한 고려가 많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트 그라운드>나 <뮤지엄 나잇>을 통해 시민들이 예술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준 것도 그렇고 <아모아 스튜디오>를 통해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소개하셨죠. 예술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전시나 미술관을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특별히 지키는 원칙이나 집중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네. 저희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교육이 가장 문턱이 낮은 것 같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하면 미술관에서 하는 사업도 알릴 수도 있고, 진입 장벽도 낮추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되게 많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작가님이 직접 진행하는 교육도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이런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관람과 재방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획으로서 말씀드리면, 중요한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것도 지역 미술관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렵게 풀어내는 것보다 쉽게 풀어내는 게 더 어렵거든요. 하지만 주제를 쉽게 풀어내야 지역 사람들이 더 많이 올 수 있고, 그게 공공미술관의 역할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요한 내용을 정말 쉽지만, 그렇다고 가볍지 않게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일정한 지식이나 배경 이해가 필요하다고들 하지만, 아람미술관의 전시들을 보면 관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예술’이 많습니다. 박유진 주임님은 예술 감상에서 지식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술관은 관객에게 ‘알려주는 공간’일까요, 아니면 ‘함께 느끼는 공간’일까요? 기획할 때 무엇에 더 초점을 맞추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후자인 것 같아요. 저도 처음부터 미술 전시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전시는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전시는 많이 아는 것보다 많이 보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이해하든 못하든 많이 보는 게 중요한데, 많이 보려면 미술관에 많이 오게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쉬운 전시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쉬운 전시만 하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가 진행한 전시를 1년 단위로 보면 다양한 수준의 전시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주된 요지는 미술관에 많이 오게 하는 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임님의 개인적인 커리어에 대해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큐레이터의 길로 가게 된 계기를 알려주세요. 

저는 원래 사학과 학생이었어요. 우연히 들은 ‘전통미술의 이해’라는 교양 수업이 인생을 바꿨죠. 간송미술관 학예 연구원이 강의하셨는데, 그때 ‘내가 미술을 정말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단순히 그림을 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숨은 의미를 해석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미술사학과로 진학을 다시 했죠.

하지만 미술관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했고, 저도 취업 걱정이 컸어요. 그래서 경영학을 배우고 일반 회사 면접도 봤는데, 합격해도 전혀 기쁘지 않았어요. ‘내가 존중받고 있지 않다’라는 감정이 들었거든요. 그때 결심했어요. ‘차라리 미술관에서 청소하더라도,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로 준비했죠. 제주도, 안산, 수원까지 면접을 보러 다녔고 결국 지금의 미술관에 오게 됐어요.

처음부터 ‘기획자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미술관에서 어떤 일이든 하고 싶었죠. 홍보도 하고, 대관도 하고, 교육도 다 해봤어요. 덕분에 미술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기획을 맡았을 때, 그때 느꼈어요. ‘이건 정말 내 일이다.’ 내가 상상한 게 전시장 안에 그대로 실현되는 걸 보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에요. 힘들지만 그만큼 강한 마력이 있는 일이에요. ‘여기 커튼을 달면 이런 느낌이 날 거야’라고 상상하고 그게 실제로 구현될 때 느끼는 짜릿함이 있죠. 그게 제가 이 일을 계속하게 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활동에 영향을 준 경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인상 깊은 전시가 있으신가요?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는 예술의전당에서 봤던 마크 로스코 전시였어요. ‘이건 꼭 봐야지’ 하고 갔는데, 솔직히 충격이었죠. 로스코의 작품은 본래 아주 조용한 공간에서, 마치 예배하듯 관객이 명상하듯 감상하는 분위기가 어울리잖아요. 그런데 그날 전시는 사람들로 붐비고, 작품 앞에서 사진 찍고, 줄 서서 밀치고… 작가가 의도했던 고요한 감상은 전혀 없었어요. 전시의 본질이 상업성에 가려졌다는 느낌이 들었고, ‘좋은 전시란 뭘까?’를 깊이 고민하게 된 계기였죠. 반면 최근에 본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전시는 정말 좋았어요. 사실 그 전시를 매년 봐왔지만, 늘 이해가 안 됐거든요. 작가들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큐레이터의 기획이 묻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올해는 달랐어요. 작가와 큐레이터의 ‘합’이 잘 맞았다고 해야 하나, 메시지와 작품의 흐름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었어요. ‘아, 이런 게 좋은 전시구나’ 싶었죠.

그리고 제가 직접 기획한 전시 중에는《플라스틱 파라다이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전시였는데, 하나의 주제 아래 다양한 작가들의 전시가 어우러지는 경험이 정말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기후 위기의 주제를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환경이나 사회 문제처럼 복잡한 주제를 전시로 다룰 때, 메시지를 관객에게 쉽게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맥락이나 정보가 생략될 때도 있잖아요. 기획자로서 그런 생략과 표현의 균형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전시를 기획할 때 ‘얼마나 많이 설명하느냐’보다 ‘어떻게 보여주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후 위기를 다루는 전시라면, 탄소 배출량이나 분해 기간 같은 과학적 수치는 제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분석의 영역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은 ‘이 문제를 보고 우리가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할까’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줄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풀었다고 봐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 이야기를 전할 때, 작가들은 수치를 나열하지 않아요. 대신 바닷가에서 주운 스티로폼 조각과 플라스틱 쓰레기를 그대로 전시장에 설치하죠. 플라스틱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한 장면으로 보여주죠. 그 한 장면이 다른 설명보다 강력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은 글을 쓰는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미술이 질투 난다. 작가는 한 장의 그림에 모든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데, 글을 쓰는 사람은 같은 말을 계속 풀어서 써야 한다.’ 그 말을 듣고 공감했어요. 미술은 긴 글로 표현해야 하는 말을 단 한 장면에 담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현재 아람미술관에서 20세기 거장 마르크 샤갈의 대규모 전시 《마르크 샤갈: 색채와 환상을 노래하다》를 진행 중입니다. <아트스튜디오 365>와 같이 고양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동시대 미술을 다루는 미술관으로서, 샤갈과 같은 거장의 전시를 기획한 특별한 이유나,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 지역사회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샤갈 전시는 사실 저희가 처음부터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는 아니에요. 해외 갤러리나 큐레이터와 협업해서 가져오는 이런 대규모 콘텐츠는 저희 미술관 단독으로 추진하기엔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전문 기획사에서 제안해 주신 전시였고, 내부적으로도 ‘이건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어요. 샤갈이라는 이름 자체가 관객들에게 큰 매력을 주잖아요.

그동안 저희는 주로 고양 지역 작가나 동시대 미술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어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많은 관객이 미술관을 찾게 하려면, 때로는 이런 거장들의 전시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 작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역에도 이런 수준의 전시를 할 수 있는 미술관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역 작가를 꾸준히 발굴하면서도 동시에 세계적인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기획 방향은 협력 기획사에서 진행했지만, 저희도 공간 구조나 동선, 연출 면에서 일부 수정했어요. 예를 들어 제주에서 진행된 전시와는 달리, 저희 공간에 맞게 구성과 분위기를 조정했죠. 같은 콘텐츠라도 공간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전시로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이번 샤갈 전시는 유화, 판화, 드로잉을 망라한 300여 점의 그래픽 아트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현대미술을 친절하게 풀고자 노력해 온 아람미술관의 기조에 비추어 볼 때, 거장의 방대한 컬렉션을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한 장치나 큐레이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샤갈 전시는 정말 방대한 규모예요. 유화, 판화, 드로잉까지 300점이 넘는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으니까요. 그래서 공간의 리듬감에 많이 주목했어요. 이미 기획사 단계에서 세션별로 구성이 잘 짜여 있었지만, 실제 전시장에서는 작품 배치나 조명, 동선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큐레이터님과 공간 하나하나를 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한 구역은 색감이 강하고 작품이 밀도 있게 배치되어 있어서 시각적으로 꽉 차 있다면, 그다음 구역은 여백과 조명을 활용하는 식으로요. 이렇게 전시장 전체에 리듬을 주면, 방대한 그림이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공간별로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샤갈의 작업이 시대별, 주제별로 다채롭다 보니, 각 구역이 마치 하나의 방처럼 독립적인 감정을 전달하도록 구성했죠. 



마르크 샤갈 전시



요즘 미술관의 역할이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전시를 보여주는 공간이 아니라, 아람미술관처럼 지역 사회와 함께 문제를 제안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플랫폼이 되고 있는데요. 박유진 주임님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 구축해 가고 싶은 큐레이션의 세계가 있으신가요?

저는 사회적 이슈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전시에 흥미가 많아요. 예술이 너무 어려워지면 관객이 마음의 문을 닫게 되잖아요. 저는 오히려 예술이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시를 기획할 때도 주제를 먼저 정해요. ‘사랑’이라든가 ‘환경’, ‘기억’ 같은 보편적인 화두를 던지고, 거기에 맞는 작가들을 찾죠. 그리고 작가들에게 이렇게 제안해요. ‘이 주제에 대해 당신의 언어로 말해달라.’ 이런 식으로 주제 중심의 협업형 큐레이션을 추구하고 있어요. 함께 일하는 큐레이터님들은 각자 강점이 달라요. 어떤 분은 작가의 세계를 깊이 탐구해서 그 작품이 가진 맥락을 정말 섬세하게 풀어내시고, 어떤 분은 지역 작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뛰어나시죠. 저는 조금 다르게, 사회적 메시지를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역할을 맡는 편이에요. ‘이 주제가 왜 지금 필요한가’를 중심으로 서사를 구성하고, 거기에 맞게 작가와 작품을 배치해요. 그러다 보니 제 전시는 개별 작가보다는 전체 주제의 결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전시도 그랬어요. 환경문제를 다룰 때 과학적 설명을 늘어놓기보다, 관객이 ‘이건 내 이야기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죠. 작가들이 시각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고, 관객은 그 안에서 감각적으로 사고를 전환하게 돼요. 저는 그런 과정이 예술이 가진 진짜 힘이라고 생각해요. 아직은 회사의 구조 안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기회가 온다면 이런 주제 기반의 참여형 큐레이션을 더 확장하고 싶어요. 관객이 전시의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 함께 생각하고 반응하는 전시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직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에게 주임님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문화재단의 전시기획자로서 어떤 역량이 가장 중요한가요? 

미술관 전시기획자를 꿈꾸는 분들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획’은 전시 안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모든 일에 기획력이 숨어 있어요. 단순히 시키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자기 생각을 조금만 더 얹어보면 훨씬 재미있고 성장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홍보 업무를 맡았을 때도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 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홍보를 하면 어떤 느낌이 날까?’를 고민해 보는 거죠. 저는 그렇게 모든 업무를 기획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어요. 엑셀 파일을 정리하든, 공문서를 쓰든, ‘박유진이 만든 거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자기 색깔이 드러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세요. 결국 기획자는 문서 하나, 메일 한 줄에서도 기획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직업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걸 알아야 해요. 조명의 밝기라든지, 페인트 재질, 시트지 접착력 같은 사소한 기술적인 것까지요. 저는 그런 걸 몰랐다가, 현장에서 직접 겪으면서 ‘아, 이런 것도 내가 알아야 하는구나’를 깨달았어요.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서는 페인트 재질 때문에 글씨 시트지가 계속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는데, 결국 그 원인을 파악해서 다음엔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해결했죠. 이런 식으로 세세한 디테일까지 책임지는 태도가 정말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너무 빨리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서두르지 말라고 말해요. 미술관 운영, 교육, 홍보, 설치 등등 이런 과정을 다 경험해 보면, 나중에 기획을 맡았을 때 훨씬 단단한 기반이 생깁니다. 기획은 모든 예상 가능한 상황을 대비해야 하는 J이면서도 동시에 P여야 해요. 전시를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쏟아져 나와도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순발력을 가져야 하니까요. 천천히 꾸준히 경험을 쌓다 보면 언젠가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큐레이터로 성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