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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쏘아(SOA) (아트모아 기자단 6기 주기쁨)

작성자 : 머니볼1 조회수 : 94 2026-10-28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판화 전공자에서 소울팔레트를 만들기까지

쏘아(SOA) 이예린 대표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 이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브랜드가 있다. 

물통도 팔레트도 필요 없이, 가볍게 들고 다니며 수채화를 그릴 수 있는 컬러링 키트 브랜드 ‘소울팔레트’다.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샵을 비롯한 여러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제품은, 쏘아(SOA)를 이끄는 이예린 대표가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던 경험에서 시작됐다.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한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오랫동안 미술을 가르쳤다. 

직접 개인 수업을 열거나 기업의 미술 동호회 강의를 맡기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왔다. 

그곳에서 마주한 이들 중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이 많았다. 

2018년 선보인 ‘소울팔레트’는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제품이다.


출시 초기, 제품을 알리기 위해 담당자 앞에서 직접 시연을 하는 등 발로 뛰며 기반을 다졌던 소울팔레트는 

현재 공공기관 50여 곳과 계약을 맺을 만큼 성장했다. 

최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가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진출을 향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브랜드를 뚝심 있게 키워낸 이예린 대표를 만나 시행착오와 성장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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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이예린 쏘아(SOA) 대표. 사진 제공=쏘아

 

Q. 순수예술, 그중에서도 판화를 전공하셨습니다.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창업은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선택이기도 한데요. 작품을 만드는 일에서 제품을 만드는 일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사실 판화를 전공하면서 ‘나는 창업할 거야’하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에요. 대학교 때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긴 했지만, 돈을 버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모아 무언가를 함께해 보는 데 더 관심이 있었어요. 새로운 걸 시도해 보는 걸 워낙 좋아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원래는 큐레이터에도 관심이 많아서 갤러리에서 일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미술을 가르치는 일이 저한테 더 잘 맞더라고요. 학원 강사로 일하기보다는 제 방식대로 자유롭게 가르쳐 보고 싶어서, 운영하던 블로그에 제가 그린 그림을 올리고 ‘그림 배우실 분’이라고 적었어요. 그걸 보고 연락 주신 분들과 주말마다 하루 서너 타임씩 수업을 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대학원 등록금을 냈죠.

그때 처음으로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아도 제가 직접 사람을 모으고 수업을 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돌아보면 이런 경험들이 하나씩 이어지면서 지금의 소울팔레트가 된 것 같아요.


 

Q. 오랜 시간 미술을 가르쳐 오셨는데요. 수업에서 만난 수강생 중 특히 기억에 남는 모습이 있으셨나요? 

A. 6~7년 정도 카카오, 네이버 같은 IT 기업에서 미술 동호회 강사로 활동했어요. 여행 가서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며 배우러 오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막상 다녀와서는 못 그렸다고 하시는 거예요. 이유를 여쭤보면 너무 막막하고 어려웠다고, 재료도 뭘 가져가야 할지 몰라서 그냥 안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저도 미술을 전공했지만 여행 가서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6개월 동안 그림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하면서 재료 몇 개와 약간의 가이드만 있어도 사람들이 그림을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Q. 소울팔레트 인스타그램에서 여행지 광장에 둘러앉아 외국인들과 그림을 그리는 사진이 인상 깊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A. 여행지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을 보면 저도 모르게 쳐다보게 되잖아요. 제가 풍경 앞에서 그림을 그릴 때도, 집중하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 구경하고 있더라고요. 민망해서 짧은 영어로 ‘너도 해볼래?’ 하고 물어보면, 다들 아니라고 재밌어 보여서 보는 거라고 했어요.

그때 친언니와 함께 여행했었는데, 누가 그리든 사람들이 꼭 구경하러 왔어요. 한국에서는 그림 그린다고 하면 잘 그려서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여행지에서는 조금 더 자유롭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부담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저희 옆에 작은 판을 한번 벌여보자 싶었어요. 챙겨간 재료를 펼쳐두었더니 한두 명씩 앉기 시작했고, 그게 서너 명, 대여섯 명으로 늘었어요. 제가 그린 밑그림을 복사해 두니 색칠해 보겠다는 분들도 많았고요.

나중에는 폼보드로 ‘Free drawing’이라고 적힌 판을 만들었어요. 누구나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하고, 대신 저희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달라고 했죠. 판이 커진 김에 도시마다 도장 깨기를 하듯 다녀보자고 해서, 파리 샹드마르스 광장이나 프라하 성당 앞에서도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어요. 언니와 함께였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지, 혼자였다면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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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파리 샹드마르스 광장에서 열린 그림 버스킹. 사진 제공=쏘아

 


Q. 여행지에서 사람들과 밑그림을 나눠 칠하던 경험이, 종이 한 장에 밑그림과 물감을 함께 담은 소울팔레트로 이어졌습니다. 이 형태를 처음 만들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여행을 다니다 보면 모든 게 짐이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는 게 첫 번째 목표였고, 쓰기 편했으면 좋겠다는 게 두 번째였어요.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두고 계속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종이에 물감을 롤러로 발라 말린 뒤 잘라 붙여보기도 했어요. 인쇄소를 다니면서 물감을 잉크처럼 만들 수는 없는지, 번지는 잉크를 쓸 수는 없는지도 많이 여쭤봤고요. 네모 모양으로도 해보고, 테이프로 붙여보기도 하고,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를 모두 고려해서 크기와 모양도 여러 가지로 바꿔봤어요.

지금처럼 종이 위에 물감을 작은 동그라미 모양으로 올린 형태는 사실 제 그림 습관에서 떠올렸어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물감을 종이 가장자리에 덜어두고 칠하곤 했거든요. 어차피 말려서 쓰는 물감이니까 종이에 바로 올려두면 되지 않을까 싶었죠. 한 번에 찾아냈다기보다는, 수없이 시도하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나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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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종이 한 장에 밑그림과 물감을 담은 소울팔레트. 사진 제공=쏘아

 

Q. 형태를 찾은 뒤에는 그것을 어떻게 생산할지가 또 다른 과제였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직접 기계를 개발해 특허까지 받으셨는데,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A. 형태를 찾는 것도 어려웠지만, 사실 생산이 더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물감을 연필 뒤쪽 끝으로 하나하나 찍었거든요. 이 방법은 잘 찍어 나가다가 하나만 망쳐도 그 종이를 통째로 못 쓰게 돼요. 사람 손으로 일일이 하다 보니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버려지는 것도 많았어요.

그래서 결국 기계를 개발하게 됐어요. 그때 을지로4가 인쇄소 거리에 살면서, 어떻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을지 근처 공장들에 계속 자문하러 다녔어요. 자동화하기까지의 시간이 정말 곤욕스러웠지만, 그 과정을 거쳐 지금의 기계를 만들고 특허도 받을 수 있었어요.


 

Q. 그렇게 완성한 제품은 어떻게 처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나요?

A. 처음에는 펀딩으로 올렸어요. 인터넷에 노출되니까 기업 담당자분들이 ‘이걸 우리 굿즈로 만들면 좋겠다’라며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그 당시 학교에서 일하고 있어서 바로 응하지는 못했는데, 그런 연락이 계속 오니까 사람들이 정말 이걸 찾는구나 싶어서 신기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해보기로 했죠.

첫 거래는 ‘더현대’였어요. VIP 고객에게 줄 굿즈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었는데, 거래를 하려면 사업자 등록증과 사업자 통장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쏘아’라는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됐죠. 그 뒤로도 협업 문의가 이어졌고, 하나둘 쌓이다 보니 어느새 4년 차가 됐어요.


 

Q. 여행길에 동행했던 언니분을 비롯해, 소울팔레트를 만들어오기까지 어떤 분들과 함께하고 계신가요?

A. 언니와는 여행에서 돌아와 제품도 같이 개발했어요. 언니가 경영학을 전공하고 컨설턴트로 일했던 터라, 펀딩할 때 큰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엑셀로 정리해 줬어요. 다만 창업 과정에는 함께하지 않았고, 제품을 탄생시키는 과정까지만 도와줬어요.

지금은 저를 포함해 총 세 명이 함께 일하고 있어요. 주문량이 늘면서 제품 제작부터 포장까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졌는데, 함께 일하는 분이 재료 정리와 출고 전 포장을 맡아 주고 계세요. 덕분에 저는 제품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 고객을 만나는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Q. 적은 인원으로 브랜드를 꾸려가고 계시군요. 미술을 가르치던 시절과 비교하면, 대표로 일하는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A. 강사나 교육자로 일할 때는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만 집중하면 됐어요. 그런데 창업을 하고 나니 세무, 기획, 디자인, 마케팅, 재무 관리, 재고와 고객 관리까지 다 챙겨야 하더라고요. 소수로 일하다 보니 신경 쓸 게 강사로 일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아졌어요. 힘들긴 하지만, 제가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만족하고 있어요.

 


Q. 창업 후에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일들도 많이 맡게 되셨는데요. 그럼에도 예술을 전공한 경험이 도움이 된 부분도 있었을까요?

A. 예술을 전공했는지가 크게 작용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원래 성격상 생각난 게 있으면 바로 해보고, 수습은 나중에 하는 편이었어요. 다른 사람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데 장벽이 낮았죠. 그런 성격이 예술을 전공하면서 더 커진 것 같아요.

예술도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잖아요. 처음부터 답을 정해두기보다는, 하다가 바뀌기도 하고 방향을 틀기도 하고요. 타고난 성격에 창작의 과정이 더해지면서, 창업할 때도 일단 시도하고 부딪혀 보는 힘이 된 것 같아요.

 


Q.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고민은 ‘자금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대표님은 초기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품을 만드는 데 아주 비싼 재료가 드는 건 아니어서, 처음에는 사비로 해결했어요. 그런데 알아보니 정부 지원금처럼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창구가 많더라고요. 그런 걸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최소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가지고 시작하길 권하고 싶어요.

 

 

Q. 초기에는 박물관과 공공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제품을 알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헤쳐 나가셨나요?

A. 온라인에 올려도 조회 수가 1이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게다가 소울팔레트는 사진만 보면 엽서인지, 물감은 어디 있는지 알기 힘든 제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편하게 사용하실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직접 보여드리기만 하면 제품을 쓰실 거라고 믿었죠.

문제는 그때가 코로나19 시기였다는 거예요. 박물관 한 번 들어가려면 주차장에서, 입구에서 몇 번씩 출입 허가를 받아야 했어요. 그렇게 들어가서 담당자처럼 보이는 분을 붙잡고 눈앞에서 제품을 시연했어요. 물감이 풀리고 스케치에 스며드는 걸 보여드렸더니, 다음 프로그램에 쓰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온라인 마케팅도 할 줄 몰랐으니 절박한 마음으로 하루에 서너 곳씩 돌아다녔어요.

찾아갈 곳을 고를 때는 그림으로 옮기기 좋은 콘텐츠가 있는지를 확인했어요. 곤충박물관이라면 곤충, 독립기념관이라면 열사들의 모습처럼요. 방문하기 전에 미리 그 콘텐츠를 밑그림으로 그려서 예시로 보여드렸어요. 모든 곳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건 아니지만, 소량이라도 절반 넘게는 계약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처음 인연을 맺은 곳들이 대부분 공공기관이었고, 그 관계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Q. 사업자 등록을 한 첫해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2022년이었는데,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캠페인을 열었어요. 카카오메이커스는 상시 판매가 아니라 일주일 동안만 주문을 받는 방식이라, 미리 물량을 준비해 둬야 해요. 예를 들면, 500개를 만들었는데 50명만 주문을 할 수도 있고, 100개를 만들었는데 2천 명이 몰릴 수도 있는 구조예요. 그래서 1천 개를 기준으로 준비했는데, 3~4일째쯤에 주문이 2천 개 가까이 들어온 거예요.

2주 안에 배송을 마쳐야 하는데 2천 개를 새로 만들어야 했어요. 소울팔레트는 통으로 찍어내는 제품이 아니라 집게, 붓, 물감처럼 자잘한 구성품이 많아서, 완제품을 만들기까지 18단계쯤 거쳐야 하거든요. 게다가 코로나19 시기라 해외에서 오는 박스가 인천에서 묶여 있기도 했고, 제가 격리돼서 현장에 못 나가는 일도 생겼어요. 그때는 정말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웠어요.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일을 어떻게 할지, 제가 없을 때는 누가 일할지 정하고, 한 업체가 안 될 때 플랜 B, C까지 마련하면서 억지로라도 시스템을 맞춰 갔어요. 그전까지는 되는 대로 해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체계가 잡혔죠. 가장 힘들었지만, 그만큼 가장 크게 성장한 시간이었어요.

 


Q. 카카오메이커스를 비롯해 지금은 여러 온라인 채널에서 소울팔레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채널에 입점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A. 채널은 많이 들어갈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다만 그중에서도 신뢰도가 있는 곳을 우선으로 봐요. 단순히 그곳에서 판매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채널이 가진 이미지가 저희 제품에도 함께 투영되거든요.

그래서 가끔 저희와 결이 맞지 않는 곳에서 입점 제안이 오면 피하는 편이에요. 저희 제품의 성격과 잘 맞는지, 그 채널의 이미지와 저희 이미지가 어울리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요.

 

 

Q.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이라는 점에서, 2023년 국립중앙박물관 기념품샵 입점은 특별한 의미였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입점하게 되셨나요?

A. 관광기념품 공모전이라는 박람회에 참가했을 때였어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소개하면 좋을 만한 굿즈를 모은 박람회였는데, 한 담당자분이 저희 제품을 호기심 있게 보시더니 이런 공모가 있으니 한번 지원해 보라고 제안해 주셨어요. 그전까지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 굿즈)’를 잘 몰랐는데, 그분이 알려주신 덕분에 지원할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인 만큼, 그곳에 저희 제품이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것 같아요. 연락이 오는 분들 중에 ‘박물관에서 봤어요’ 하는 분이 많은데, 박물관의 이미지와 저희 제품을 함께 떠올리다 보니 더 믿음직스럽게 봐주세요. 그래서인지 협업도 조금 더 순탄하게 이어졌고,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이후로는 외국인 방문객의 구매도 늘었어요.

 


Q. 최근에는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셨습니다. 해외 무대에 서 보며 새롭게 알게 된 점이 있나요?

A. 작년에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통해 해외 IR 투자 발표회에 참가했어요. 2박 3일 동안 제주도에 가서, 해외 투자자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고 그분들의 반응을 살폈죠. 해외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도 제품을 팔아 봤고요. 그러면서 해외에도 저희 고객이 있겠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확실하게 발견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박람회 ‘메종 오브제’에 참가하게 됐어요.

박람회에서 배운 게 정말 많아요. 킥스타터로 저희 제품을 접한 분들이 한국적인 걸 좋아해서, 박람회에서도 한국적인 걸 많이 내세웠거든요. 그런데 막상 나가 보니 너무 한국적인 것보다는 조금 더 글로벌한 게 받아들여지기 쉽겠더라고요. ‘해외 고객은 전통적인 걸 좋아할 거야’라는 틀이 깨진 거죠.

오히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저희 제품의 형태, 그리고 한국에서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기술력으로 경쟁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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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박람회에서 소울팔레트를 소개하는 이예린 대표. 사진 제공=쏘아

 

 

Q.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은 커스텀 제작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관을 찾아갈 때마다 그곳의 콘텐츠를 미리 그려 가셨다고 하셨는데, 이 서비스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A. 사실 따로 시작했다기보다는 제품 개발과 거의 동시에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여행에서 직접 그린 그림을 포토샵으로 편집해 제품에 적용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림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관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기관에서는 주로 사진을 보내주세요. 사진과 똑같이 그려 달라기보다는, 사진을 바탕으로 무궁화를 앞쪽에 배치해 달라는 식으로 요청하시죠. 초기에는 이런 작업을 모두 직접 손으로 그렸어요. 약 3년 동안 다양한 그림을 제작하면서 소울팔레트만의 그림체와 표현 방식도 자연스럽게 쌓였고요.

지금은 그동안 축적한 작업물과 디자인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제작 과정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진을 일러스트나 수채화 느낌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해 보기도 했어요.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되, 소울팔레트만의 그림 스타일과 감성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어요.

 


Q. 소울팔레트는 ‘웰니스’라는 키워드로도 소개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를 이 방향으로 넓히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사실 ‘웰니스’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창작이나 문화예술 활동에 그치지 않고, 내 감정을 색이나 붓질 같은 촉감으로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이름을 ‘소울팔레트’라고 지은 것도, 그림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면을 정화하는 행위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웰니스와 예술이 동떨어진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림은 감정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데도 큰 도움이 돼요. 당장 웰니스를 내세운 서비스나 제품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그런 서비스도 도입하고 싶어요. 지금은 마음을 돌보는 가치를 품은 브랜드로 계속 시도하고 있어요.

 


Q. 예술을 전공하고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창업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 봐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미리 보내주신 질문지 중에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웠어요. 생각해 보면 결국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지속 가능성에도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현실적인 지속 가능성이에요. 시작하기 전에 거꾸로 계산해 봤을 때 적자가 나지 않을 만큼의 자금은 마련해 둬야 해요. 다른 하나는 마음의 지속 가능성이에요. 일이 무너지거나 실패해도 다시 해 볼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해요.

그다음에는 아이디어를 작게라도 시험해 보는 게 중요해요. 완벽하게 만들어서 내놓기보다는 작은 플리마켓에 나가 보거나, 펀딩을 하거나, 구글 폼을 만들어 보는 식으로요.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과 실제로 지갑을 여는 건 다르거든요. 조금 덜 다듬어졌더라도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은 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어도 사지 않아요.

제 주변을 봐도 완벽주의인 친구들은 4~5년째 출시를 안 하고 있어요. 반면 일단 시작한 친구들은 그사이에 모델을 여러 번 바꾸고 사업을 확장했어요. 조금 엉성해도 내가 몰랐던 사람들의 반응을 알 수 있으니, 일단 해 보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요.

 


Q. 지금까지의 경험을 가지고 창업 초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자신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A. 그때 이걸 알았더라면 하는 거창한 조언은 없지만, 앞서 했던 이야기와 이어지는 게 하나 있어요. 아무리 좋은 걸 만들어도 알리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조금 아쉽더라도 많이 알렸으면 좋겠고, 아주 좋은 건 더 많이 알렸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지금 마케팅이 가장 어렵거든요.

또 하나는 기록이에요. 매출, 재고, 일정, 자금 같은 걸 꾸준히 기록하고 수치화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더라고요. 과정을 남기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은 영상도 하나의 언어라서, 내가 겪은 과정이나 서사를 계속 기록하고 어딘가에 보여주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여행하며 그림 버스킹을 했던 순간을 거의 찍어 두지 않아서 아쉬움을 많이 느껴요. 몇 년 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훨씬 더 많이 남겨 뒀을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소울팔레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A. 저는 그림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도구를 판매하고 있지만, 박람회 같은 현장에 나가면 ‘어렵지 않나요?’, ‘잘 못 그릴 것 같아요’ 하는 이야기를 여전히 많이 들어요.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만든 제품인데도, 많은 분이 정답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삶도 그림도, 꼭 완벽한 결과를 내야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음이 조금이라도 차분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니까요.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이 결국 소중한 하루의 일부로 남는다고 믿어요.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 각자의 속도로 일상을 즐기며 살아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