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CCOC
위대한 화가와의 만남은 여기서부터
CCOC 강욱 대표
예술은 꼭 어려워야만 할까?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하는 가장 가까운 문이 되고자 하는 CCOC(Contents Creator Of Culture)는
무민원화전(2017), 안토니 가우디전(2015)를 비롯해 고흐, 클림트 명화전 등
블록버스터 전시를 성황리에 이뤄낸 전시기획사이다.
이곳의 경영자로서 대중과 가장 가깝게 접하는 예술의 트렌드를 읽어내고
대중의 반응을 살피는는 리더의 자세에 대해 강욱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CXC 아트뮤지엄의 첫 전시 헬가 스텐첼 사진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 앞에 서 있는 강욱 대표
1996년도에 전시 기획을 접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처음 접하는 분야지만 전시 분야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끼셨나요?
전시기획 분야에서는 영향력을 많이 끼치는 회사 입사하면서 이 분야를 접하게 되었어요. 당시에 유명한 규모 있는 전시들을 총괄하고, 작가 프로모션을 준비하면서 책도 만들고, 공방 운영도 했어요. 방송이나 강의도 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미술계에서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던 회사였죠. 저는 기획을 맡은 게 아니라 총무로 들어갔어요. 회사 살림을 하면서 이사장님과 사장님 옆에서 사람을 많이 만났죠. 그때 항상 회의록을 작성해서 드렸는데 편하셨는지 자꾸 저를 데리고 다니시더라고요. 그러다가 혼자 미팅에 많이 참여하게 되고 회사 내에서 다양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이사님들이 저한테 여러 가지를 여쭤보기 시작하니 저도 재미를 붙이면서 이 분야에 본격적으로 관심이 생겼죠.
흥미를 느끼니까 저도 일하면서 더 열심히 공부하더라고요. 당시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1997년 <고대 이집트 문명전>을 회사에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집트 상형문자까지도 공부했어요. 당시에는 대충 번역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었습니다. 지금은 다 잊어버렸어요. (웃음) 그렇게 느낀 재미가 쌓여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직장을 다니시다가 직접 사업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3년도에 독립하면서 CCOC(Contents Creator Of Culture)를 만들었어요. 처음부터 명확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목표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기획만 하거나 운영만 하는 형태로 다른 회사와 협업했어요. 그러면서 언젠가는 내가 기획, 홍보, 마케팅, 연출까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전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시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이제는 제가 직접 운영하는 전시 공간을 목표하게 되었어요. 지금 인터뷰하고 있는 이 공간이 저의 마지막 목표로 달성한 곳이에요. 십 년에 걸쳐서 생겨났던 목표들이 하나씩 차근차근 이루어지고 있어요. 다음 목표도 있어요. 지금 공간은 임대이고 온습도 유지가 어렵기도 해서 캐주얼한 전시에 적합해요. 다음에는 미술품 관리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좋은 전시장을 만들고 싶어요.
전시 기획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에이전트를 통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직접 작가랑 컨택해서 진행하는 경우들이 많아요.
저는 제가 발로 뛰면서 올린 전시를 더 좋아해요. 직접 찾아서 만나고 협의하고 해서 하는 게 가장 정확하고 실수도 없더라고요.
무민전이 저의 첫 독립 전시라고 말 할 수 있겠네요. 그때 일본에서 무민이 엄청 인기였는데 한국에서도 막 인기가 커지던 시점이었어요. 그래서 무민 저작권사에 직접 연락하고 핀란드에 있는 무민 박물관에도 연락해서 작품을 수급했습니다.
에이전트와 같은 중간다리를 거치면 아무래도 조금 복잡해져요. 그렇지만 어떤 작가들은 에이전트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경우도 있죠. 올 봄에 성공적으로 열린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이 에이전트를 통해 열게 된 전시 중에서도 성공적인 경우에요. 3년 전, 테레사를 소개받았을 땐 에이전트가 없고 진행이 어려웠어요. 그러다 작년에 에이전트를 통해서 전시 준비를 시작하게 되고 올해 전시를 올리게 되었어요.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사진은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색감이 특징이다. ⓒCCOC
하시는 많은 업무 중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획을 제일 좋아해요. 처음에 작가의 작품이나 이미지를 보고 저걸 어떻게 전시로 표현할지 생각하는 걸 가장 즐겨요. 영화도 같은 시나리오가 어떤 감독의 손을 거치는지에 따라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그런 것처럼 같은 작가라도 기획에 따라 관람객들한테 보여지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기획 과정을 가장 좋아합니다. 관객의 반응을 예측하면서 만들어가는 것들을 좋아해요.
전시 기획분야에서 CCOC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라시나요?
10년 전, 제가 전시 기획사를 만들 때만 해도 우리가 전시 트렌드를 선도했었는데 독립하고 몇 년 후부터는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서 이제 쫓아가는 것은 통하지 않아요. 좋은 전시라는 게 특징이 없잖아요. 유명 작가들의 유명한 그림들을 가지고 하는 전시 보다는 관람객의 관심사를 찾아서 여러분들의 시선에 맞는 전시를 지속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빠르게 바뀌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제가 보기에 사람들의 관심사가 제일 잘 반영된 곳이 카페예요. 작년 8월에 일본에 다녀왔어요. 도쿄 요미우리랜드에 식물원이 있는데 안에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어요. 아주 고급스럽거나 접근성이 좋지는 않은데 보테니컬 카페로 잘 만들어 놨더라고요. 그곳에서 일정 시간에 한 번씩 벽 한쪽에 스크린이 내려와서 미디어 전시를 보여줘요. 이런 컨셉이 사람들이 즐기기에 굉장히 좋더라고요. 형식은 몇 년 전 유행한 보테닉 전시와 비슷한데 색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이것을 잘 반영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강욱 대표는 관람객이 작품을 잘 즐길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전시장의 동선을 꼽는다.
CCOC는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작품을 대중이 즐겁고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전시로 탈바꿈시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집중해서 흥미롭게 볼 수 있을까 생각해요. 소설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전시에도 스토리텔링과 반전이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동선을 중요시합니다. 가능하면 한 번에 안 보이고 저쪽 너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게 하는 형태의 전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꾸 궁금하게 만드는 거죠. 전시장 안에서 감탄이 나오는 곳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곳을 가도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해요. 카페도 그곳의 시그니처 스폿이 있잖아요. 전시와 카페 둘 다 콘텐츠는 다르지만 즐기는 방식은 어느 정도 비슷해요. 다양한 배경의 방문객 중에서도 저희가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관객에게 맞는 좋은 질의 전시를 만들기 위해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하여 지금의 미술 전시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대표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과거에는 전시라고 하면 예술의 전당에 걸리는 회화 전시가 전부였어요. 한 10여 년 전부터는 사진전이 나오기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를 잡았죠. 미디어 전시도 마찬가지에요. 프랑스에서 열린 초기 미디어 전시가 망하면서 한국에서는 더더욱 시간이 오래 지나야지만 전시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미디어 전시가 시대를 선도하고 있죠. 이처럼 새롭게 자리잡는 장르가 점점 많아지리라 생각해요.
앞서 말씀드린 이집트전을 열 때만 해도 홍보 매체는 텔레비전과 신문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정말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여러 방식으로 홍보가 되죠. 어떤 면에서는 전시가 매체와 좀 더 밀접해지기도 했어요.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소위 ‘인스타그래머블’ 한 전시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그런 건 원래 있었어요. 이전에도 있었는데 인스타그램이 발달하니까 그에 맞춰진 것처럼 보이는 모습인거죠. 결국 사람의 기호에 따라서 만들어지는 거니까요. 트렌디한 작품도 인기가 많지만 명화전도 인기가 많아요. 수요는 다양하고 트렌디함을 추구할 수 있지만 또 틈새를 추구할 수도 있어요.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빠르게 발맞춰야 하다 보니 저희는 먹고살기 힘들지만요. (웃음)
어떤 이력을 거쳐오셨나요? 거쳐오신 길이 전시 기획 일을 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미술을 잘 안다고 전시를 잘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감각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게 중요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예술로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예술로 성공한 사람보다는 예술에 관심이 큰 비즈니스 전공자가 훨씬 적합해보여요. 종종 예술가는 예술적인 성취에 집중하면서 비즈니스 관리에 필요한 테두리를 넘어가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해요. 무언가를 선보일 때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그것이 지닌 장점을 부각할 수는 있거든요. 보여주는 방식을 다르게 하는 거예요.
고민되는 순간들이 오죠. 이럴 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 무엇일지 집중해야 해요. 관람객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자꾸 전공자의 시선으로 보면 전시가 어려워지고 글도 어려워져요. 관람객의 많은 경우는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그분들의 관점에서 전시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전공자들은 전문 분야에서 하던 대로 글을 쓰고 자기가 아는 내용들을 최대한 많이 전달해주려고 해요. 근데 관람객들은 그런 부분들을 부담스러워하기도 합니다. 쉽게 쓰인 있는 글도 충분히 알찬 내용을 담을 수 있잖아요.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함께 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예술을 선보이고 싶어요.

헬가 스텐첼 사진전의 전경
전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능력이 가장 필요할까요?
오픈마인드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요. 글로벌 언어인 영어도 필요해요. 대부분의 전시가 해외에서 와요. 이런 경우에는 조직의 내부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필요한 부분을 정확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어요. 통역을 거치면 잠깐은 대화가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소통이 어렵죠. 그리고 전시를 많이 봐야죠. 보다 보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전시의 기준이 생겨요. 본 것을 기록으로 남기면 나중에 적용할 수 있죠. 요새는 사진 찍고 그냥 저장해 놓으면 되니까 분류만 잘 해놓으면 언젠가 써먹을 수 있거든요. 기억은 기록을 이기지 못하니까 늘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인테리어와 작가 자료를 모아요. 공간과 내용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요.

CCOC의 다음 전시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캐릭터인 미키 마우스를 조망한다.
마지막으로 전시 기획 분야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보기에 비해서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에요. 기획, 홍보, 인테리어를 다 하니까요. 최근에 저희가 진행중인 전시의 경우에는 인테리어 비용이 3억이 들어요. 비용을 쓰고 그걸 회수할 자신이 있어야 해요. 쓰는 건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적절하게 쓰는지, 쓰고 회수가 가능한지 계산할 줄 알아야 되거든요. 그래서 비즈니스 마인드가 필수라는 말씀을 드려요. 왜냐하면 저희의 일은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닌 운영이니까요. 좋은 작가나 좋은 전시를 찾아서 기획하고 관람객들을 맞이해서 돈을 벌죠. 그러면 직원들 급여, 작가 계약비도 줘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전시여도 결국 관람객이 안 오면 그건 좋은 전시가 아니에요. 막연히 전시를 연다고 사람이 온다고 기대하지 않죠. 내가 쓸 수 있는 것, 정보를 잘 정리해서 작동하는지 꼼꼼히 계산해 보고 전시를 꾸리게 됩니다. 이런 게 바탕이 되려면 현장에서의 감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것들을 꼼꼼히 쌓아야겠죠. 공연기획사, 전시기획사, 영화가 각기 다른 콘텐츠를 담지만 시스템이 비슷해요. 이런 분야에서 최소한 3년은 일해봐야 해요. 이 시장의 한 회전이 3년에 걸쳐 이루어지거든요. 그 이후에 재미없으면 빨리 이 분야에서 나가고, 그래도 할 만하다 싶으면 이 분야에 집중하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