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블룸워크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꽃 피우는 기업 블룸워크
블룸워크 양수연 대표
대전을 표현하는 제품을 제작,
대전에 위치한 청년 공간을 국내 최초 배리어 프리 공간으로 기획 운영,
대전 스카이로드에서 전시를 진행 등 대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디자인 업체가 있습니다.
대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들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 기업의 행보는 동시에
디자인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기도 한데요.
기업 블룸워크는 재능 있는 장애인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특별한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일상 속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창작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블룸워크의 양수연 대표님을 만나보시죠.

블룸워크 양수연 대표
가능성을 꽃피우는 일이라는 의미라고요, 기업 블룸워크 소개 부탁드립니다.
말씀해주셨듯이, 블룸워크는 가능성을 꽃피울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할 수 있습니다. 현재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블룸워크라는 이름에 ‘아트’와 같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계속 찾아보고 해나가고 싶다는 의미가 있어요.
기업의 주 사업을 디자인으로 확정하기 전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직장인용 주스를 같이 만들어 배달하는 것, 직접 찻잎을 말려서 파는 것 등 요식업 관련 사업도 도전했지만, 당시 학생이었던 제가 시작하기에 식품 관련 사업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였어요. 그리고 제가 미술 교육을 복수 전공으로 하면서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디자인은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소재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건을 사도, 어떤 자료를 봐도, 디자인은 어디에나 들어있다 보니 그 디자인을 통해 장애인 아티스트들의 디자인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함께 하고, 그렇게 인식 개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블룸워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을 만든 예술가분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상관없이 계시는 걸까요? 유니버설 디자인 개발 방식이 궁금합니다.
우선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 자체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에는 단순히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에 한정 지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기 편리한 디자인이라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죠. 그래서 블룸워크가 생각하는 유니버설 디자인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사용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장애인 아티스트들은 디자인 개발을 할 때 종이에 그림을 그려요. 일반 실물 그림을 그리는 거죠. 하지만 실물 그림은 활용 방안이 조금 한정적이어서, 이것을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다시 일일이 옮겨가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불필요한 과정이에요. 그래서 지금 저희는 드로잉 태블릿에다 바로 그릴 수 있도록 아티스트 분들의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은 모두 장애인 아티스트 분들이 작업하시고 블룸워크에서 후 작업을 맡음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작업 방식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블룸워크가 유니버설 디자인을 연구 개발한 숫자가 지금까지 400건 이상인데요.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량 제작을 의뢰받은 첫 번째 사례가 기억에 남는데요. 충남의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반 학생 중에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있는데 이 친구 그림으로 노트를 만들어서 장애인의 날 행사 때 전교생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요청하셨어요. 대량 제작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인데 부탁하신 선생님의 간절한 마음이 와 닿아서 수락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그림을 받았을 때 초등학생의 그림이다보니 기존에 작업했던 아티스트들의 그림과는 조금 달랐고, 이걸 어떻게 잘 살려서 디자인할 수 있을까 고민을 통해 제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결과물이 잘 나와 학교에서도 반응이 너무 좋았고 친구들도 그 학생에게 엄청 칭찬을 해주면서 해당 학생이 자부심도 느끼고 많이 밝아졌다고 선생님들과 부모님께서 감사함을 전해주셨어요. 이때를 시작으로 여러 학교에서 대량 제작을 의뢰하는 경우가 상당히 늘었고 저희도 학생이 자신감을 가진다는 것에 항상 뿌듯함을 많이 느끼는 프로젝트입니다.

2023년도 수어 달력과 캐릭터 수어카드(출처 : 블룸워크)
블룸워크에서 진행하고 계시는 현재 주목할 만한 디자인 제품, 혹은 프로젝트들의 자세한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저희는 현재 블룸워크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림만으로 인식 개선을 하는 것보다 더 나아간 형태를 고민했고, 디자인 자체에서 깨닫거나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블룸워크 프렌즈’라는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는데, 캐릭터들이 서로 휠체어를 밀어주거나 지팡이를 가지고 있는 장애 친구와 같이 걸어가는 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또 캐릭터들이 수어하는 동작을 만들어 수어가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품을 제작하기도 했어요. 수어 달력을 실제 농인 분들에게도 보여드린 적이 있는데 다행히 정말 좋게 생각해주셨어요. 그리고 일반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수어를 가르칠 때 캐릭터가 그려진 수어 카드를 통해 게임하듯 배울 수 있어 교육용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장애인 인식 개선과 같은 교육은 어렸을 때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아이들에게 저희의 콘텐츠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뜻 깊게 다가오고 있어요.
최근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공간을 이용하기 어려운 청년들도 있었다는 것을 이번 기회로 깨달았습니다. 청춘너나들이라는 ‘배리어 프리’ 청년 공간을 전국 최초로 운영하셨는데,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와 기획하셨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청춘너나들이 공간은 블룸워크가 지난 6월까지 직접 운영을 맡았던 청년 공간입니다. 저희가 대전 지역에서 장애 관련 프로젝트들을 하다 보니 실제로 장애인 청년들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기회가 많아요. 대전에도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몇 군데 있는데, 장애인 청년들 입장에서는 그 공간이 실제로 누구나 갈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본인은 그러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없고 가서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니까 선뜻 가기 어려웠던 거죠.
그 말에 많은 공감을 했고, 우리가 밖에서 공간이 바뀌기를 바라기 보다는 직접 공간 운영을 지원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배리어 프리라는 가치를 인정해주셔서 저희가 운영을 하게 되었는데, 이미 만들어진 공간을 배리어프리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다보니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바꿔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점자 블록을 부착하고 콘센트부터 커피머신, 냉장고 등 모든 물품들에 점자를 붙였어요. 공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 진행했습니다.
장애인분들과 비장애인 분들이 청춘 너나들이 공간에서 함께한 프로그램이나 당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장애인 청년들이 왔을 때 안전사고라든지, 기존 청년들이 불편해한다든지 그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시는 분들도 초반에는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함께 하는 분들이 사회적 가치에 의미를 두고 중요하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라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인분들이 공간에 오면 시끌시끌하고 소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여기는 배리어 프리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오시니까 이해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불편하다는 민원이 들어온 적은 없었고 오히려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프로그램의 경우는 장애인, 비장애인 청년들이 모여 예술 작업한 것들을 전시하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했었어요. 또 수어를 배우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는데, 강사분이 부모님께서 청각 장애인이신 청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농인 문화도 편견 없이 알려주실 수 있으면서 비장애인과 쉽게 소통이 되는 분이어서 효과가 좋았어요. 보통 이런 프로그램들이 일반 청년들의 흥미를 끌기가 어려운데, 반응이 좋고 신청이 많아져서 꾸준히 진행을 할 수 있었죠.

대전 중구에 있는 ‘카페에이블’에서 장애인 아티스트분들의 드로잉 교육과 장애 학생들의 현장 체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에이블아트 갤러리에서 전시도 준비 중이다.
대학교 때 특수교육학을 전공으로 교사를 꿈꾸셨고, 교생 실습도 나가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블룸워크 기업도 이와 같은 가치를 담고 있는 기업인데요. 교직이 아닌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창업 당시 대표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중고등학생 때 부모님께서 장애인 관련된 봉사도 하시고 특수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전공을 고민하면서 특수교사라는 직업이 사명감 없이는 못하는, 굉장히 가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대학생 때 전공으로 공부하면서 교사가 되려고 했었죠. 그런데 교생 실습을 나가서 중학교 학생들을 만났는데, 중학생인데도 부모님들이 고등학교 졸업 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어요. 당시에는 왜 이렇게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하실까 싶었는데, 실제로 학생들이 졸업 이후 성인이 되면 대부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복지기관으로 연결되겠지 생각하지만 그것도 충분하지 않아서 부담이 전부 부모님에게로 가고 있죠.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도 결국 졸업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도 많이 답답해 하셨어요. 그리고 이 부분은 학교 안에서 교사가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교생실습 당시 한 학생의 그림을 엽서로 만들어서 판매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제가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중에도 이 때 생각이 계속 드는 거예요. 그래서 한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초반에는 제가 교사의 마인드로 생각하니까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고, 학생들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마음만 너무 앞서서 그 조화를 맞추기가 어려웠어요. 이제 몇 년 정도 사업을 하면서 교사와 사업가의 마음의 균형을 맞추어 가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재능을 펼치며 살아갈 수 있기 바라는 마음으로 블룸워크가 시작되었습니다. 블룸워크의 앞으로의 계획과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장애인분들과 일을 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블룸워크의 초기 목표를 이룬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단단하게 나아가기 위해 수익의 안정화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겠죠. 현재는 프로젝트 안에서 장애인들을 고용할 수 있는 직무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보고 이것이 수익과 연결되어 고용 창출이 가능한지 고려해 점차 분야를 확장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최종 목표라면 ‘에이블아트’를 대중화하는 것인데요. ‘에이블아트’가 아직은 장애인 예술로 한정되어 있지만, 가능성 예술이라는 뜻인 만큼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어서 누가 만든 디자인인지가 오히려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면 좋겠습니다.
특수 교육을 공부한 사람, 그리고 관련 분야 기업의 대표님으로써 장애인 예술가들의 현재 입지와 우리 사회가 이와 관련하여 나아가야 할 부분을 설명 부탁드립니다.
굉장히 인기가 많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나 연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정은혜 작가님의 경우처럼, 이런 사례들이 미디어에 많이 나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진 것은 확실해요. 그렇게 기업들도 장애인 예술에 관심 갖게 되고 전체적인 시장도 커지고 있고요. 최근에 블룸워크에 소속되어 있는 장애인 분들 중에서도 네다섯 분 정도가 취업을 하셨습니다. 저희랑은 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다가 취업이 되신 거죠. 저희가 그 분들을 작가로 고용해서 교육하고 전시했던 것들이 이력이 되어 취업을 하는데 중간 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다만 발달장애인분들의 일자리 같은 경우에는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재택근무 형태가 많죠. 재택근무를 하니까 사실상 어떤 장소로 출근을 하지도 않고, 동료들을 만나는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을 밖에서 하지 않아요. 그래서 회사에 소속감을 느끼거나 직업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부모님들도 취업은 했지만 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보니 직업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가 어렵다고 하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양적인 일자리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말 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사회인으로서의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은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블룸워크 양수연 대표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직무나 사회적 기업 창업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조언이나 응원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들이 증가하고 이러한 가치를 선호하는 젊은 층들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일이지만, 실제로 일해보기 전에는 약간 환상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름다운 일을 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어려움들도 많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자기 분야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없으면 일을 할 수 없습니다. 여러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기업에서는 아무래도 1인이 해야 할 역할도 훨씬 많고 다양한 역량과 맡은 일을 끝까지 완료하려는 책임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