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이젤
언제, 어디서든 예술이 일상에 스며들도록
이젤 이가현 디렉터
팬데믹 이후 온라인 전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대 미술계에서
이젤은 독창적인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예술기관들과의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빠르게 성장해온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 이젤을 통해 다양한 온라인 미술콘텐츠 제작과 운영,
나아가 온라인 전시가 미술 시장과 예술 산업계에서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해나갈 것인지 살펴보고자
이젤의 이가현 디렉터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이젤 이가현 디렉터
미술 콘텐츠 플랫폼 이젤(eazel)은 현재 온라인 전시를 제작할 뿐만 아니라 온라인으로 전 세계의 작가. 작품들을 큐레이션하고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이젤에서 제공하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젤은 전 세계의 미술 기관과 함께 온라인에서 실감형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VR 전시 제작을 모든 서비스의 모태로 합니다. 즉, VR 전시를 기반으로 하여 전시 기관과 참여 작가가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다양한 호흡과 형식의 콘텐츠로 제작해 배포합니다. 이외에도 국내외 미술계, 미술 산업과 관련한 다양한 리서치를 진행 중이며, 이로부터 받은 인사이트 역시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체가 이미지나 영상 중심으로 변해가는 것에 대해 리서치 하면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매거진 아티클과 같은 짧은 글을 소셜미디어로 제공하거나 뉴스레터로 제작하는 거죠.

다양한 카테고리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젤 공식 웹사이트
이젤의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이젤에 합류하여 함께하게 되셨나요?
저는 런던에서 공부한 이후 상업 갤러리에서 갤러리스트로 경력을 쌓았으며, 비영리 미술 플랫폼인 비엔날레에서 활동했습니다. 대구현대미술제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영리와 비영리의 경계에서 꾸준히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2017년에 이젤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젤은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는 서비스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미술 산업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바탕으로 온라인 전시 관람을 통해 미술이 일상에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러한 회사의 비전이 이젤에 합류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이젤 내에서 각각의 부서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협력하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젤에서 디렉터의 역할과 구체적인 업무는 무엇인가요?
이젤은 미술 전문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고, 미술계 유관 데이터를 다루기에 다양한 팀이 모여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AI/Data팀이 현재 세계 미술 무대에서 활동 중인 젊은 작가에 대한 데이터를 콘텐츠 팀에 공유합니다. 콘텐츠 팀의 콘텐츠 매니저들은 이를 분석하고, 유의미한 값들에 주목하여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이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UI/UX디자인 팀을 거쳐 온라인 플랫폼에 게재될 수 있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제작되고, 이는 최종적으로 웹/앱 개발팀의 개발자들에 의해 온라인상에 배포됩니다. 이젤은 서울을 중심으로 홍콩과 뉴욕에도 지사를 두고 있기에, 현지 팀과의 커뮤니케이션 역시 업무 범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현재 콘텐츠 제작 총괄 디렉터로서 콘텐츠를 제작, 배포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팀이 서로 균형을 맞춰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콘텐츠 팀은 미술계에서 활동 중인 미술계 인사이더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따라서 어떤 것을 서비스화하고 개발할 때마다 다른 팀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 기반한 전시를 제작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역량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등이 실제 전시장에서 활동하는 디렉터와는 다를 것 같습니다.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는 디렉터로써 느끼는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전시를 기획하는 기관과 큐레이터, 작가가 해당 전시를 기획하고 보여줌에 있어 중요시하는 부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해요. 전시 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전시 제작 의도와 작품 배치 기준, 조명을 포함한 전시 환경 등을 파악해야 하죠. 그다음으로는 전시가 오프라인과 최대한 유사한 힘을 가진 채 온라인상에서 독립된 콘텐츠로 작용하도록 다양한 기술적 요소들을 활용해 전시를 제작합니다. 작품의 색감이나 질감, 붓질 등을 최대한 살려 보여주고, 관람자의 예상 동선을 파악해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하죠. 온라인 유저의 관람 환경 역시 온라인 전시 제작 시 꼭 고려해야 하는 대상이에요. 따라서 온라인 전시 제작 후 최종 배포 전 디지털 기기 버전 테스트와 브라우저 테스트를 진행하고, 유저가 온라인 상태에서 전시를 관람하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율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의 질감이나 물성 등 구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이처럼 온라인으로 구현하기 힘든 부분들은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보통 질감이나 물성은 카메라에 잡혀서 잘 구현됩니다. 다만 저희가 기관이랑 소통하며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색감입니다. 특히 추상 회화나 색감이 중요한 작품들은 색이 얼마나 온전히 보이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전시 촬영 전에 미리 조명 체크도 하고, 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작품의 색감이 최대한 제대로 구현되도록 제작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색감 차이는 촬영 이후 제작 단계에서 필터를 이용해 별도 조정합니다. 다만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는 조정하기 어려워서 다른 방식으로 색감을 조정하기도 해요. 전시 촬영 후 작품 이미지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거나, 단순히 색감 조정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는 Artwork Hanger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기관으로부터 받은 고화질 이미지를 온라인 3D 형태로 제작해 일부 색감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Artwork Hanger를 활용한 이젤의 온라인 전시
이젤은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면서 다양한 예술가 혹은 기관들과 협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실제 전시장의 전시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구현하는 만큼 작업 과정에서 서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작가나 기관과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맺고 소통을 이어가는지 궁금합니다.
미술 기관이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는 의도와 목적,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기관의 성격에 따라서도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죠. 비영리 공공기관이 아카이브에 더 큰 목적을 두고 온라인 전시를 제작한다면, 영리적 성격이 강한 기관은 작품 판매나 해외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홍보를 목적으로 온라인 전시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 전시 안에 단순한 작품 정보 외에 작가나 큐레이터의 중요한 아이디어가 담겨야 하는 경우에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콘텐츠를 더 완성도 있게 제작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작가분들이 직접 의뢰를 하시는 경우에는 온라인 전시 제작을 통해 어떤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최근에는 한국 미술계에 대한 국제 미술계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이고, 해외 기관과의 네트워킹 혹은 국제 미술 무대로의 확장을 계획하시는 작가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최대한 국내 작가분들이 영문자료를 확보하실 수 있도록 국문 자료를 번역해드리거나 매거진 형식으로 영문 인터뷰를 제작해 활용하실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젤 이가현 디렉터
공식 웹사이트에 미술계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트 월드 모멘텀 추적 프로그램(Art world momentum tracking project)’가 소개되어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의 기획과정과 운영방식, 효과 등이 궁금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계에서 유의미하게 활용되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상에서 미술계 관계자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미술 활동을 이어가는지를 분석하는 서비스입니다. 콘텐츠 팀과 AI/DATA팀이 함께 미술 산업의 생태를 분석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의 인사이트와 결과값을 정리해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다만 해당 서비스는 현재 외부에 공식적으로 제공되고 있지 않으며, 별도로 의뢰를 주시는 일부 프라이빗 클라이언트에 한해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온라인 전시와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지만, 여전히 직접 현장에 가서 작품과 전시를 실감하는 것이 선호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전시와는 달리 온라인 전시만이 지니는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젤은 온라인 전시가 오프라인 전시의 대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거나 혹은 오프라인의 장점이 증폭되는 방향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이젤이 제작하는 온라인 전시도 이런 온라인의 특성을 이어받았습니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이 없다는 특성상, 전시를 관람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분들이나 전시를 다시 보고 싶은 분들, 오프라인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관람을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시간·지리적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관람 가능한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온라인 전시가 새로운 시대의 아카이브 형태라는 것입니다. 온라인 전시는 사진과 텍스트, 영상이 가지지 못하는 ‘실감성' 및 ‘관람자 자유 이동성' 등을 통해 기존 아카이브 매체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어요. 물론 지금은 온라인 전시가 영상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어도 온라인으로 보존된 전시가 100년 뒤 미래에도 체험 가능한 가치 있는 유산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젤은 전시의 확장성과 정보 비대칭 해결, 미래 유산으로서의 활용에 중점을 두고 온라인 전시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젤 공식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전시들
‘이젤’이 2015년에 설립된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빠른 성장을 이루어 온 것 같습니다. 특히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온라인 전시나 플랫폼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디렉터로서 체감했던 변화나 성장의 경험이 있다면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팬데믹 기간에 온라인 전시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온라인 제작 서비스뿐만 아니라 이젤이라는 회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젤을 원래 알고 있던 분들도 연락을 많이 주시고, 모르셨던 분들도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싶다며 연락을 많이 주셨거든요. 미술계 관계자들은 팬데믹 상황에서 전시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이젤의 온라인 전시가 이에 대한 해답처럼 언급되기도 했죠. 하지만 이 시기 회사 내부에서는 팬데믹 이전인 2015년부터 회사를 운영해 온 비전과 목적이 있었기에 온라인 전시가 팬데믹의 맥락에서만 읽히고 소비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온라인 전시 제작과 배포에만 그치지 않고 온라인 전시가 팬데믹 이후에도 어떤 역할로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리는 일들을 병행했죠. 이런 노력들을 외부에서도 많이 응원해주셨습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이젤의 서비스와 여러 사업을 많이 알아주시고, 찾아주셔서 뿌듯한 마음이에요.
최근 들어 예술계에서는 온라인 전시뿐만 아니라 아트페어, 미술품 수집 및 거래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젤이 설립되었던 초기와는 달리 정말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들이 생겨났죠. 이러한 상황에서 이젤은 다른 플랫폼과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려고 노력해왔는지 궁금합니다.
이젤은 시장에만 포커스를 두고 운영되는 마켓 플랫폼이 아니며, 다양한 성격의 미술 기관과 함께 가치를 공유합니다. 다른 온라인 전시 제작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온라인 전시 제작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온라인 전시를 중심으로 미술 산업 전반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에 더 큰 중점을 두고 있거든요. 다시 말하면 시장보다는 미술 ‘산업' 전반에, 온라인 전시 제작보다는 ‘콘텐츠 제작'에 기반해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이 이젤이 가지는 차별성이라고 생각해요. 미술 산업이 이를 구성하는 기관의 성격에 따라 영리와 비영리로 나뉠 수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는 영리와 비영리로 분리되기보다 서로 연계하여 하나의 산업을 만들고 있어요. 이젤은 이러한 산업의 중심에서 다양한 성격의 요소들(figures)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젤’, 또는 관련 분야의 취·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취·창업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미술계 취·창업을 꿈꾸시는 분들이라면 미술사나 미술 관련 이론에 대한 지식은 어느 정도 다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그다음으로 꼭 필요한 부분은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했던 것과 다른 순간들이 많아서 실질적으로 일을 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요. 그 순간이 왔을 때 새로운 걸 더 많이 습득하고자 하는 태도와 열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젤의 경우 국내를 넘어 전 세계 미술 관계자와 미술 애호가들과 가치를 나누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감각과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미술 산업 전반에 대한 호기심과 ‘동시대' 미술 현장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콘텐츠 매니저를 희망하시는 분들께는 주말에 친구들과 그리고 가족들과 보는 ‘미술 전시' 한 편이 어디에서, 누구에 의해, 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는지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볼 것을 제안하고 싶어요. 미술 전시는 미술 산업의 가장 코어이며, 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되고 또 작동하고 있는지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