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이지(EG)뮤지컬컴퍼니
무에서 유를 만든다.
동시대의 고민과 지향점을 찾아가는 창작뮤지컬 제작사
이지뮤지컬컴퍼니 이응규 대표
끊임없이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이지(EG)뮤지컬컴퍼니는 대구를 기반으로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이응규 대표는 무대 감독, 음악 감독, 뮤지컬 크리에이터 및 프로듀서로 무대를 만들어내면서 많은 커리어를 펼쳐왔다.
2023년에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창의인재동반사업 지원을 받아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에서 공연중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즐거움’. 동시대의 고민과 지향점을 담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응규 대표
이지(EG) 뮤지컬컴퍼니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 이지(EG)뮤지컬컴퍼니는 엘리트 오브 제너레이션(Elite of Generation)의 약자를 쓰고 있어요. 우리 시대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탐구하고 이를 토대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이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지뮤지컬컴퍼니 로고
대표님은 회사 운영을 비롯한 여러 역할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창작자와 프로듀서를 병행하고 있어요. 처음 작품 개발부터 시작해서 스토리텔링, 작곡, 콘텐츠 제작, 프로듀싱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지(EG) 뮤지컬컴퍼니에서 만든 작품들 소개 부탁드립니다.
상업(일반) 뮤지컬, 학생 뮤지컬, 역사 뮤지컬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상업 뮤지컬은 <유앤잇> <기억을 걷다> <러브랭귀지> 라는 작품이 있고, 학생 뮤지컬은 <페이크북> <마이선> <온새미로> 그리고 지금 신작으로 개발 중인 놀부 자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이 있습니다. 마지막 역사 뮤지컬로는 <기적소리> <들불> <모하당 김충성> 등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
창작뮤지컬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뮤지컬 창작 관련 학과를 졸업했어요. 미국에서 정통 뮤지컬 창작 공부를 한 이후에 한국에 와서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창작 활동이 적성에 맞고 행복함을 느낍니다.
이 중에서 올해 관객들을 만난 작품이죠,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절망감 속에서 살고 있던 남편이 어느 날, 죽은 아내와 똑같은 AI를 복제해 준다는 회사로부터 메일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아내와 똑같은 AI가 남편 곁으로 돌아와서 사랑을 다시 시작하게 되는데 과연 행복이 끝까지 유지가 될까요? 작품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아무리 현대 과학 기술이 발전했지만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서 담고 있습니다. 이 뮤지컬을 개발한 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면서) 이제 5년째이며 그동안 많은 작품들을 쌓아오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유앤잇 뮤지컬 포스터
이지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작품 목록 중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새미로>라는 작품이 눈에 띄던데요, <온새미로>는 어떤 작품인가요?
전국적으로 다문화 가정이 엄청 많아요. 뮤지컬 온새미로는 베트남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김온새미로’라는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이 친구는 한국에서 자라서 한국말도 너무 잘해요. 그런데 생김새가 약간 다르다는 것만으로 학교에서 지나친 관심과 친절 및 베풂 등을 받아요. 근데 이런 지나친 과잉보호와 친절이 이 친구한테는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뮤지컬 온새미로는 다문화 가정의 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통해서 겪는 역차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온새미로 뮤지컬
청소년들을 위한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 오고 계신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엄청 시골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문화적 혜택을 거의 못 받았거든요. 대학교를 대도시로 간 후에 ‘이런 문화가 있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이전까지 문화적 소외를 받으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뉴욕에서 뮤지컬 공부를 할 때 어린아이와 부모님이 같이 손을 잡고 팬텀 오페라를 보러 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문화적인 부분들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한국에 돌아와서 많은 기회를 통해 청소년들을 위해서 뮤지컬을 만들고 있습니다.
2018년에 이지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해서 ‘대한민국 창작 뮤지컬의 선두 주자’로 평가받을 만큼 그동안 많은 작품을 만들어 오셨는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내가 담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작품 <온새미로> 같은 경우에는 제 고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보면서 기획한 작품입니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유앤잇> 이라는 작품의 경우는, 세계 최초의 시민권을 부여받은 AI 로봇 소피아가 한국에 온 적이 있었거든요. 인터뷰 방송을 보는데 정말 사람처럼 인터뷰를 진행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시기에 알파고가 이세돌을 바둑으로 이기는 이슈도 생겼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로봇이 인간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서 만들게 된 거 같아요. 이처럼 저는 시대와 함께 더불어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보고 인상 깊어 만든 장면 - 유앤잇의 뮤지컬 장면
2019년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지원금 대상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오랜 기간 동안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 오고 계신데요, 그동안 뿌듯하거나 행복했던 경험들도 많으실 거 같아요.
창작 뮤지컬상을 받았을 때가 정말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이 작품을 만들면서 “해외 진출작 유앤잇”이라는 폴더를 만들어서 작품을 시작했더라고요. 근데 이 <유앤잇> 작품으로 상도 받았지만 이 작품을 대만에 수출할 때 너무 신기했습니다. 그냥 단순히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마음먹었을 뿐인데 현실이 되는 걸 직접 느꼈으니까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죠, 딤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있으실 거 같은데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어떤 행사인지 소개해 주세요.
DIMF는 아시아를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뮤지컬 페스티벌이라고 명시되어 있어요. 17회까지 열리는 동안 수많은 창작 작품이 배출되었고, 그중에 명작들은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 및 해외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뮤지컬 관련 기업들이 DIMF에 참여하기 위해서 먼저 콜업(Call up)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DIMF 페스티벌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거죠. 저도 DIMF 1회 때부터 많은 일을 했어요. 그래서 DMF는 저한테는 고향 같습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2023년에 진행된 17회 DIMF 포스터
구체적으로 DIMF에서 무슨 일을 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제가 제1회 DIMF 뮤지컬 페스티벌 대학생 부분에서 창작 작품 뮤지컬 인기상을 받았고, 뮤지컬 대상작에서는 음악 감독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DIMF 뮤지컬 페스티벌 개막식의 지휘자로서 3년 동안 개막식을 이끌었고, <투란도트> 라는 작품에선 오케스트라 지휘를 했습니다. <기억을 걷다>와 <유앤잇> 두 창작 작품으로 창작 지원작에도 선정이 되었고, 최근에는 <나인 투 파이브>라는 뮤지컬에서 뮤지컬 디렉터 역할로 공연했었어요. 중간에 유학 갔다 온 시간만 빼면 늘 함께 해왔습니다


나인 투 파이브 뮤지컬 디렉터로 활동한 이응규 대표의 모습

뮤지컬 <기억을 걷다> 포스터 (뮤지컬 <유앤잇>과 더불어 창작 지원작에 선정된 작품)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창제작유통지원사업의 지원받아서 8월 2일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서 2달 동안 공연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유럽 관객들과 함께 할 공연, 기대도 크실 거 같은데, 이번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좀 들려주세요.
저는 메인 프로듀서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메인 프로듀서 전에 창작자이기도 해요. 그래서 캐스팅 완료된 음악 감독님, 현지 작가님과 먼저 작업할 예정입니다.
유럽에서 9월부터 진행되는 공연은 무슨 공연인가요?
현지에 있는 프로듀서 피터라는 친구랑 함께 <유앤잇> 런던 버전을 새로 재창작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런던에 있는 배우 및 크리에이터를 캐스팅해서 런던 버전으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뮤지컬 유앤잇 영국버전 포스터
이응규 대표님은 뮤지컬 분야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으셨나요? 어떤 계기로 이지(EG)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하게 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20대 초반부터 조명 및 무대 만드는 일로 공연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언젠가 서포트하는 역할이 아니라 메인 스텝으로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만들었던 작품이 뮤지컬 <너는 내 운명>이었고, 그게 제1회 DIMF 뮤지컬 페스티벌 대학생 부분에서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은 다양한 경력(성균관대 박사 및 뉴욕대 석사)을 쌓아 오셨는데요, 커리어를 만들어 가며 구축한 감독님만의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1회 DIMF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대학교 뮤지컬 인기상을 받았을 때, 제가 시상식장에서 “뮤지컬 작곡가 이은규입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어요. 시상식이 끝나고 리셉션장에서 어떤 프로듀서 선생님이 저한테 오시더니 ‘작곡이면 작곡이지, 뮤지컬 작곡이라는 게 어딨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는 뮤지컬이 이렇게 대중화되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저는 뮤지컬 작곡가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서 뉴욕대학교에서 뮤지컬 작곡을 공부했습니다. 사람들한테 뮤지컬 작곡이랑 작곡이랑 뭐가 다른지에 대해서 명백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저의 강점인 거 같아요.

이응규 대표 (뮤지컬 음악 지휘감독) 모습
그렇다면 뮤지컬 작곡과 작곡의 차이점을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억양과 속도가 다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경상도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작곡을 생각합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억양이나 말투, 속도, 어휘 등이 중요하거든요. 이것을 먼저 파악하고 나면, 이 사람에 대해 어떤 곡을 쓸 건지부터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필요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보통은 대부분 리듬이나 화성부터 접근하거든요. 근데 뮤지컬 작곡가로서 뮤지컬을 만들 때는 먼저 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파악하고, 리듬과 화성을 쌓아가는 순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저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지뮤지컬컴퍼니 직원분들은 뮤지컬 관련 학과나 예술 분야를 전공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직원분들은 어떤 이력을 갖고 계신가요?
보통 예체능 전공한 친구들이 직원으로서 같이 일하고 있어요. 음악 부분에선 오케스트라도 같이 운영하고 있어서 작곡 전공을 한 친구가 있고요. 기획 업무에서는 문화 예술 및 경영학과를 나온 친구가 일하고 있고, 뮤지컬 배우가 기획 및 홍보 업무를 같이하고 있기도 해요.
뮤지컬을 비롯한 예술 공연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분들이 준비해야 하는 경력이나 필요한 경험, 활동들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제가 뉴욕대학교를 졸업할 때, (지금 돌아가신) 학장님이 “이쪽 뮤지컬 공연 업계는 실력은 아주 출중하지 않지만 인성이 좋은 친구가 더 잘나갈 것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많은 분야의 사람들과 화합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오래 가고 잘될 거라는 말씀이셨죠. 무대 예술은 여러 분야 사람들이 같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 양보와 배려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협업 과정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공연 예술 분야에 적합하지 않은 거죠.
조금 업무 외적인 질문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일상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있으신지요?
제가 지금도 영어를 잘하진 못해요. 하지만 저의 현재 상황 속에서 영어를 놓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영어 학원을 꾸준히 다니고 있고, 아침 출근 시간에 8시부터 8시 50분까지 영어 전화 화상 영어를 하며 출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들을 더 하고 싶으신지, 대표님의 꿈과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영국 공연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투자를 해주시면 2년 안으로 제 이름이 적힌 뮤지컬 <유앤잇>의 간판을 영국 웨스트엔드에 걸어보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나왔어요. 근데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꿈을 꾸면 이루어지는 예전의 기억을 생각하며 말을 했어요. 꼭 해보고 싶어요.
끝으로 뮤지컬을 비롯하여 예술 공연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현업에 계신 분으로서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거 어려운 질문인 거 같은데, 항상 관찰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할머니가 박스를 들고 들어오는 장면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저 할머니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수없이 생각하면 할머니가 주인공이 되는 거죠. 이 과정을 통해서 상상의 세계들이 펼쳐지니까 이 세상에 어떤 조연도 없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세상을 살아갈 때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소재화한다면 모든 것들에는 생명력이 있을 거라고 교육받았거든요.
모든 생활을 장면으로 생각하고 그 부분을 확장시켜 나가라. 이런 말씀 맞으실까요?
네, 모든 것들이 다 창작뮤지컬의 소재가 될 수 있어요. 그러니 주위를 하나하나 잘 살펴보면서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소재를 발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뮤지컬 프로듀서나 음악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 장르를 다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뮤지컬 분야만 좋아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 관심들을 뮤지컬에 쏟아내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앞서 말한 내용 이외로 뮤지컬을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부탁드려도 될까요?
요즘 창작 관련 플랫폼이 많이 생겼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DIMF 뮤지컬 페스티벌도 마찬가지고, 창의인재동반사업이라고 혹시 아세요? 한국에서 창작자를 발굴해내는 플랫폼이에요. 항상 제작자들은 새로운 작품을 찾기를 원하고, 창작자들이 만든 작품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러한 플랫폼들을 통해서 창작 작품을 많이 지원해보면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씀해드리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