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탐방
[아티(ATI) 기업탐방] 리움미술관
현대미술과 고미술을 융합하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 오세현 책임
1년 7개월간의 재정비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문을 연 리움 미술관은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입니다.
올해 초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계 악동’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를 통해
하루 2,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현대미술뿐만 아니라 국보급 고미술 작품들을 통해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융합 미술관,
리움의 운영 방식 및 자세한 이야기들을 오세현 책임께 들어보았습니다.

리움미술관 오세현 책임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및 리움미술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2년에 입사하여 약 12년째 리움미술관의 운영실에서 일하고 있는 오세현입니다. 리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립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고미술 컬렉션과 현대미술 컬렉션을 동시에 소장하는 기관이라는 점이 특징이죠. 단순히 기획 전시의 흥행보다는 의미 있는 주제를 발굴하거나 중요한 작가를 소개하고자 노력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 일하시게 된 계기 및 과정이 궁금합니다.
오래전의 일이라 가물가물합니다. 뭔가 엄청난 목표나 구체적인 동기가 있지는 않았습니다만,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했던 첫 직장은 조선∙해운업을 영위하는 회사였습니다. 그 와중에 막연하게나마 문화예술 분야에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도중 우연히 리움이 속해있는 삼성문화재단의 공채모집 공고를 통해 원서를 쓰고 운 좋게 면접을 보게 되어 리움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리움미술관의 운영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나요?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라고 하면, 전시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부서나 작품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부서가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운영실에서는 관람객이 미술관에 방문하기 전에 예약·예매하는 단계에서부터 관람 요금 정책, 미술관에 입장하고 나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서비스적인 부분들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죠. 쉽게 말해, 관람객이 미술관에서 경험하는 것과 관련된 업무를 맡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반적인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와 차별적인 리움미술관만의 디지털 도슨트를 제공합니다. 관람객들이 돌아가고 나면 수시로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이를 통해 수렴한 관람객의 VOC를 다른 부서에 공유하는 등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부 기관 등과 협력하기도 합니다. 특히 모기업이 삼성이다 보니 삼성전자나 제일기획 같은 여러 관계사와 맺는 제휴나 협업도 운영실에서 주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힘들거나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나 미술관 투어를 진행하며 관람객들이 진심으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삼성 신입사원이나 승진하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미술관 투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강할 때도 있고 온라인을 통해 도슨트를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이런 과정에서 많은 분이 투어를 재미있게 보시고 실시간으로 댓글을 남겨주실 때 굉장히 뿌듯하고 즐거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제가 리움미술관에 입사하고 나서 저의 업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디지털 가이드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디지털 가이드란 세계 최초로 미술관 내에서 실내 위치 추적이 가능한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들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위치에 따라 자동으로 재생되는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 프로그램입니다. 작년에 이 디지털 가이드로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2’의 커뮤니케이션 부문과 서비스 디자인 부문에서 본상을 받았거든요. 현재도 많은 관람객이 디지털 가이드를 활용해 더 유익한 전시 관람을 경험하는 것을 통해 보람을 느낍니다.

리움 디지털 오디오 가이드 (출처: 리움 미술관 공식 웹사이트)
지난 7월 16일, 《마우리치오 카텔란:WE》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화제의 전시였던 만큼 향후 준비하실 다른 기획전들의 방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요, 지난 전시에 대해 내부에서는 어떤 평가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내부에서도 관람객분들이 많이 찾아주신 것에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전시 준비 단계에서는 관람객이 얼마나 올지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적잖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다만 2023년 하반기부터 2025년 정도까지 이미 계획되어 있는 기획 전시들이 있어서, 카텔란 전시가 흥행했다고 계획되어 있는 전시 주제나 선정된 작가 자체가 변경되지는 않습니다. 전시를 기획하는 담당 큐레이터들이 카텔란 전시 때의 경험을 참고는 할 수 있겠지만요. 관람객 서비스 차원에서도 이전보다 더 확실한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관람객이 순간적으로 수천여 명씩 몰리는 건 저희도 카텔란 전시를 통해 처음 경험해봤거든요. 그래서 점점 몰리는 관람객들의 불편을 최대한 덜어주고자 전시 관람을 예약제로 진행했었는데, 오히려 현장에서 관람객들의 대기 시간이 길어지거나 예상치 못하게 죄송스러운 부분들이 생겼어요. 앞으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관람객 대응 방안이나 운영 정책 등을 더욱 보강해나가고자 합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WE》 전시 전경
《마우리치오 카텔란:WE》의 기획과정에서 막대한 예산이 들었을 것 같은데, 무료 전시로 진행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재개관 이후 무료 기획전도 있었고, 유료 기획전도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고미술과 현대미술 기획전을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며, 더 많은 대중이 부담 없이 미술관을 즐길 수 있도록 공익적인 측면에서 무료 전시로 결정되었습니다.
미술관 재개관 이후 기획전뿐 아니라 상설전, 특히 고미술 소장품에 대한 대중의 전반적인 관심도 또한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리움미술관이 고미술 컬렉션과 현대미술 컬렉션을 모두 다룬다고 해서 두 장르의 전시를 번갈아 진행하진 않습니다. 주로 현대미술 기획전을 더 자주 하다가 고미술 전시를 여는 식으로 진행하죠. 2011년, 2013년, 2015년에도 고미술 기획 전시가 있었는데요. 올해 열린 조선백자 전시는 정말 오랜만에 열린 대규모 전시였어요. 더불어 같은 시기에 열린 카텔란 전시가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고미술 소장품 전시도 그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크게 흥행한 기획 전시가 있으면 그 이후 전시도 관람객들의 관심을 더 오래 받게 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조선 병풍 전시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렸잖아요. 이렇게 다른 기관에서 열린 비슷한 장르의 전시들에 의해서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아 고미술 소장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올라간 것 같습니다.
리움미술관을 찾는 사람들이 고미술 소장품을 쉽게 즐길 수 있는 관람 팁이 있을까요?
전시를 보러 오실 때 너무 배경지식에 의존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미술은 역사적인 배경을 통해 작품을 보는 눈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하잖아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저는 관람객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상식선에서 각자 입맛대로 즐기길 바라요. 최근에는 유튜브 콘텐츠로도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경로가 많이 생겼지만, 그런 배경지식이 반드시 작품을 깊이 관람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각자의 창의적인 시선으로 작품들을 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재개관을 하며 전시뿐만 아니라 미술관 운영 방식에서도 다양한 대외적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본격적인 ESG 도입이 눈에 띄어요. 이를 어떤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시 기획과정에서 폐기물을 최소화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예를 들어, 기획 전시의 레이아웃 공사 시 모듈 타입의 가벽을 사용한다든지 재활용이 가능한 자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어요. 협력 업체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환경 보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리움에서 직원들에게 전용 텀블러를 지급해줬는데, 이 텀블러를 미술관 내에 입점한 카페에 가져가면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카페에서도 친환경 소재로 제작된 포장재나 빨대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이 20년 전에 지어진 건물이다 보니 여러 가지 하드웨어적인 제약이 있지만, 접근성에 대한 문제들도 열심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비교적 적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꾸준히 논의하고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주요 작품 수어 해설을 제작하거나, 1년에 한두 차례씩 장애인 초청 행사를 진행하기도 해요. 삼성 문화재단에 속한 또 다른 미술관인 호암 미술관의 경우, 색맹이나 색약이 있는 관람객들을 위한 특수 안경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이 리움미술관에도 앞으로 더 도입될 예정입니다.

텀블러를 사용하는 오세현 책임
최근 국내 미술계의 주요한 흐름과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11년간 미술계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제가 최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미술관 관람객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영화나 뮤지컬 관람보다 미술관 관람 빈도가 현저히 낮았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굳이 크게 홍보하지 않아도 관람객들이 멀리서부터 전시를 보러 오세요. 이렇게 전시를 관람하는 인구수가 늘어난 것이 가장 뚜렷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관람 문화가 캐주얼하게 변화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전시를 보러 갈 때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등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개념 같은 것들이 암묵적으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등산복을 입고 오는 분들도 계세요. 그냥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편안하게 방문하는 경우도 있죠. 저는 이런 모습이 관람객들이 미술관 자체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여서 좋아요. 국공립, 사립기관들에서도 이를 긍정적으로 보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미술관과 전시 공간을 더욱 편안하게 생각하고 방문하도록 전시와 운영 체제를 변화해갈 것 같습니다.

리움 입구
문화재단이나 미술관에서 일하려면 관련 학문을 전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운영실을 비롯한 동료 직원들의 경우 전공이 어떠한지, 또 주로 어떤 역량과 비전을 지니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독어독문학과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한 것처럼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도 제각기 다른 분야를 전공했습니다. 물론 전시를 기획하거나 소장품을 연구하는 특정 부서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도자사나 불교 미술 같은 구체적이고 특징적인 전공 분야를 가지고 계시죠. 하지만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문이나 이공계열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재단이나 미술관에서 근무하기 위해 반드시 미술 관련 전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애정만큼은 확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분야에도 자기가 하는 일을 정말 좋아해서 하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단순히 문화재단이나 미술관에서 근무하길 희망한다면 너무 전공에 연연할 필요 없이 자신이 할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태도를 지니길 바랍니다.
리움미술관의 경우 거쳐야 하는 취업 경로가 어떻게 되나요? 모기업의 채용 기준을 따르는지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모기업의 채용 기준을 따릅니다. 다만 리움미술관의 경우 TO가 많진 않아서 매 시즌 채용 공고가 있진 않아요. 공고의 단계도 조금 다릅니다. 리움미술관의 채용 공고는 주로 리움미술관 홈페이지나 삼성 문화재단 홈페이지에 게시됩니다. 그 이후의 인적성 검사나 면접 전형 등은 삼성 기준의 공통적인 프로세스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취업을 목표로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해 조언과 응원의 말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13. 현재는 과거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에 대한 대우를 비롯해 여러 가지 가능성이 훨씬 풍부해진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술관에서의 근무를 비롯해 문화예술 분야의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자신의 꿈에 더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대신, 취업만을 목표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반드시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틀에 갇혀서 스트레스받기보다는 프리랜서 같은 다양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