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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아트프로젝트보라

작성자 : 이지원 조회수 : 1,430 2023-09-18



춤의 영역을 확장시켜 동시대를 읽어내는 사람들, 아트프로젝트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 김보라 대표

 


여기 춤을 통해 장르, 분야, 방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프로젝트그룹의 김보라 대표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깨달음과 보람이 소통의 영역을 넓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동시대적인 발상과 방법으로 자신들의 움직임을 나누는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춤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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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로젝트보라 김보라 대표



먼저 대표님의 자기소개와 아트프로젝트보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보라이고요,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고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예술감독이자 대표로 있어요. 저는 몸을 탐구하는 걸 흥미로워하는 안무가예요. 몸을 주체로 바라볼 때 탄생하는 이미지들을 다시 춤으로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트프로젝트보라의 시작은 현대무용을 주축으로 하는 공연예술 크리에이티브 팀이었지만 다양한 장르 또는 분야와 협업하면서 공연뿐만 아니라 워크숍, 기술과 융합하는 혼합 제작방식,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저희는 현대무용을 주축으로 모인 크리에이티브 팀이고, 장르와 장르의 벽을 허물고 동시대적인 발상과 방법으로 춤과 함께하는 단체입니다.



아트프로젝트보라를 만들기까지 대표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먼저 무용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은데, 원래도 춤을 좋아하는 어린이셨나요?

아니요. (웃음) 7살 때부터 춤을 시작했는데, 제가 춤을 좋아해서 부모님께서 무용학원에 보내신 게 아니라 정반대였어요. 저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못 하고 집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걸 너무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싶으셨나 봐요. 처음엔 춤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이 쑥스럽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힘들다는 이유로 그만두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몰랐던 리더십을 발견하고, 창작성을 발견하고, 미적 감각을 발견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발견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춤이 너무 좋더라고요. 

문득 떠오른 기억인데, 초등학생 때 학교 국민체조 안무를 만든 경험이 있어요. 그저 무용반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선생님과 함께 만들게 되었는데 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네요. 



춤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셨군요. 그렇게 시작한 무용을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지속하신 거고요?

네.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창작 수업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수업에서는 수련해서 도달해야 할 곳이 보였다면 ‘창작은 내 세계를 펼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주도적으로 창작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서는 친구들의 기량이 너무 좋으니 치열하게 생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들을 쫓아가다가는 내 빛을 잃겠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했던 게 무엇이지?’라는 생각 끝에 입시를 겪으며 잊고 있던 안무 창작에 대한 흥미를 기억하게 됐고요. 누군가에게 제가 안무를 만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한 학기에 한 작품씩 만들었어요. 감사하게도 매 학기 그 작품들을 올릴 기회가 주어졌고 졸업 작품까지 총 9 작품을 만들며 안무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죠. 

졸업 후에는 해외 무용단에 입단해서 그 무용단이 해가고 있는 것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무자가 무용수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무용단은 어떤 것들을 무용수에게 주고, 어떤 관계를 통해 활동이 진행되는지가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배낭 메고 무작정 나간 거예요. 



그렇게 해외 무용단 활동을 하며 배운 것을 토대로 아트프로젝트보라를 만드신 건가요?

처음에는 배우지 못하고 또 생존해야 했어요. (웃음) 포부를 가지고 나갔지만 쉽지 않았죠. 그래도 결국 운이 닿아서 무용단 경험을 쌓게 되었어요. 그 과정에서 안무자와 무용수의 소통, 작업 과정과 그 후 그 작업을 바라보는 태도를 경험하게 되었어요.

해외에서 돌아온 후,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제 무용단을 만들게 됐어요. 당시에는 민간단체 무용단이 거의 없었어요. 특히나 현대무용 단체는 극장 소속도 별로 없었죠. 안무가들이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고도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저도 1인 기획자이자 1인 안무가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모였고 지금은 10명의 무용수와 기획, 감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아트프로젝트보라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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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프로젝트보라




아트프로젝트보라 라고 이름 짓게 된 연유도 궁금합니다.

아트프로젝트보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어떤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가 아니라 지원금에 저희의 방향성을 맞추는 실정이었어요. 개인보다는 단체가 더 유리한 지원금도 많았고요. 그래서 단체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기도 전에 이름이 먼저 생겨난 거예요. 서둘러 지어야 해서 친구와 함께 가볍게 지은 이름이에요. 우선, ‘프로젝트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또 이름을 넣는다는 건 굉장히 부끄럽지만 제 이름의 의미가 내가 만들고자 하는 단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들었어요. 나를 봐라! 많은 것들을 봐라! 무엇을 보다! ‘보다’라는 다양한 범주를 담으며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입니다.



그러네요. 무용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움직임을 ‘보고’ 느끼는 것이니까요.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도 여쭤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현대무용을 떠올리면 ‘진보적이고 세련됐지만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한마디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래 현대무용을 하고 있는 저조차도 설명하기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현대무용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안무가, 퍼포머, 제작진, 스텝 등 작업에 참여하는 모두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함께 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장르인 것 같아요. 관객도 현대무용이라는 장르의 한 구성요소가 되는 것 같아요. ‘저들은 왜 저런 길을 가지? 왜 어렵고 안 가본 길을 가려고 하지?’라는 생각에 그치는 작품보다는 관객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지금의 목표예요. 관객이 작업의 개념과 작업을 함께 하는 방법, 태도 등에 공감할 수 있도록 방법론적인 접근을 하고 싶어요.



창작할 때 자신만의 루틴이 있으신가요?

이 말이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겠는데요, (웃음) 우선 제 안 깊숙한 곳의 스위치를 켜요. 평소에는 그냥 살다가 스위치를 탁 켜는 순간, 모든 것들이 창작의 세계 속에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그 스위치를 ‘화두’라고 부르는데 화두가 켜지면 제 안에서 더듬이처럼 촉수가 뻗어 나와서 모든 감각을 하나로 연결하는 거예요. 그다음에 산발적으로 퍼져 있던 감각이 하나로 좁혀지는 것을 ‘발상’이라고 부르는데요, 그 발상을 토대로 리서치하면서 ‘형식’을 만들어요. 그 형식의 구조가 ‘방법’이 되어 안무가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발상 단계에 멈춰서 안무하려고 하니 힘들었어요. 무용수들, 스태프들, 관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제 머릿속에 있는 발상을 형식화하여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 필요하죠. 정리하자면, 화두를 켜고 발상을 모으고 그걸 어떠한 형식으로 내놓는 방식으로 창작합니다. 



외국 무용가나 단체와 협업하는 경험도 있으신데, 국내에서 작업할 때와의 차이가 있나요?

언어에서 오는 차이를 가장 크게 느꼈어요. 제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통역자분이 늘 계시지만 함께 작업하는 상대가 제 말을 직접 듣기를 원해요. 제가 말하는 억양, 뉘앙스, 어떤 단어를 쓰는지를 직접 들을 때 느끼는 심상이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관념적인 말들이 많은 한국어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저의 디렉션을 외국 무용수들은 비교적 직관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외국 무용수들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어요. 동작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녹여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가 그들의 동작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들로부터 또 다른 오리지널리티가 되는 걸 느낀 적이 있어요. 우리가 알고 있었던 게 전부라는 관념을 깨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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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의 작업



무대에 올리는 안무와 영상 작업을 할 때의 안무 특징도 달라질 것 같아요. 영상 작업을 하실 때는 특히 클로즈업을 즐겨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저는 물질의 성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몸의 물성을 관심 있게 생각해요. 몸 안에 흐르는 피, 땀, 피부 같은 것이요. 그런데 영상으로 그 물성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가 흥미롭지만 어려운 지점이거든요. 그 부분을 계속 연구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어요. 가까이서 관찰하는 땀구멍, 에너지, 힘, 눈동자의 형태나 상태조차도 클로즈업을 이용하면 달리 보이거든요. 무대 위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을 이미지로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클로즈업뿐 아니라 메타 영상을 활용하면 저희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표현할 수 있어요. 디자이너가 내 몸 안을 어떠한 가상 세계로 상정하고 융털, 세포, 혈액들을 이미지로 표현해주면 우리는 그걸 활용해서 춤을 추는 거죠. 기술로 시각화된 그 상상의 세계를 마주할 때 저희의 상상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재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하나의 레퍼토리를 만들 때 안무가, 퍼포머뿐 아니라 의상, 조명, 메이크업, 기획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작품의 주제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각 분야를 담당하는 팀이 따로 꾸려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트프로젝트보라 내에는 무용하는 분들뿐 아니라 기획자, 무대감독, 조명감독, 의상 디자이너, 시노그라피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영상 담당자 등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무용은 모든 게 협업인 것 같아요. 각 분야의 담당자들이 저의 작업 세계와 제가 표현하려고 하는 모든 방식과 발상, 동기를 쭉 듣고 함께 고민하고 서로 영감을 받아 디테일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천의 물성부터 무대 세트 디자인, 어떤 각도에서 어떤 조도와 색감의 빛이 나와야 우리의 발상을 장면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아트프로젝트보라는 현대무용을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점점 활동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SBS 모닝와이드 운동법 촬영, 발달장애인 움직임 프로그램, 메타버스를 활용한 융합예술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의 활동 모습을 보면서, 무용단은 오로지 무대에 오르는 것에 목표를 둘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워낙 분야가 확장되다 보니 이제 아트프로젝트보라를 무용단이라는 단어로 담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떻게 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우선 저희가 무용 공연으로 알려지게 됐잖아요. 그러면서 ‘무용하는 사람들은 춤을 추기 전에 어떤 운동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가지시기도 하고, 저희도 ‘우리가 연습 전에 늘 운동하는 방식을 영상으로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생각과 기회가 닿아서 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장애인 움직임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운명적인 기회였다고 할까요. 저는 예전부터 교육프로그램과 장애에 관심이 있었어요. 특히 마크 브루(Marc Brew)라는 영국의 휠체어 안무가와 공연하게 된 시점부터 다양한 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장애인에 대한 워크숍,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그들과 함께 체험한 것들을 작업으로 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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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브루와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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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장애인 움직임 프로그램 ‘까스리 뽀드리 원투쓰리포’



메타몽(夢) 프로그램의 경우, 요즘 초등교육에서 자기 아바타를 만들고 유튜브 콘텐츠도 만드는 크리에이터 수업이 늘어나고, 아트프로젝트보라도 융합 기술 프로젝트를 계속하다 보니 ‘크리에이터 수업에서 춤도 만들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어린이들은 저희 세대와 비교해 가상의 세계에서 사는 것에 더 익숙한 사람들이잖아요. ‘어린이들과 춤을 만들고 기술을 통해 그 춤을 가상 세계에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이 가상 세계에 흥미를 가진다면 춤도 그 흥미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 장애인, 어린이 등 다양한 사람들과 ‘춤’이란 언어를 통해 소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운동법을 소개하고 움직임 프로그램이나 크리에이터 수업을 준비한다고 해서 교육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아요. 저희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예술의 언어로 다가가요.  ‘교육적으로 다가가는 것과 예술가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는다면, 저희가 선생님으로 탈바꿈하지 않아요. 그저 저희가 쓰는 언어, 저희가 하는 움직임, 저희가 쓰는 존중의 관계를 함께 나누는 거예요. 처음에는 무용의 언어와 기술 분야, 교육 분야의 언어가 다르다고 생각해서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이 발견된다고 생각하며 부딪혔는데, 요즘은 그것이 ‘충돌’이 아닌 ‘교류’라는 것을 깨닫고 있어요.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나가며 느끼는 깨달음과 보람도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동력이 됩니다. 



저는 특히 ‘메타몽’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나서 ‘나도 어릴 때 이런 방과 후 활동이 있었으면 참여했을 텐데!’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메타몽 활동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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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몽 프로그램 활동 모습



아이들이 저희와 함께 만든 가상 세계에서 노는 것을 직접 보았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어요. 아이들이 그 안에서 체험하고 놀면서 본인들이 춤춰왔던 세계를 감상하고 탐험하고 그곳을 친구와 함께 가기도 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객석에서 감상하는 춤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춤도 있구나.’ 느꼈어요. 자신이 만든 춤을 놀면서 스쳐 지나가는 어린이도 있고 한참을 앉아서 보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기 시간에 맞춰서 본인이 만든 춤을 감상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각자가 춤을 접하는 시간이 다르구나. 그걸 내가 왜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깨달음을 얻은 거예요. ‘1시간짜리 공연을 500명이 볼 때, 그 500명은 똑같은 걸 바라보고 있지만 다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다는 걸 내가 왜 몰랐을까.’ 공연을 올릴 때 관객이 무용수와 똑같은 시간을 지나길 바라는 일방적인 로망이 무용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든요. 이 경험을 통해 얻은 시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저에게는 큰 배움이고 보람이었습니다.  



아트프로젝트보라가 만들어진 지 10년이 다 되어갑니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운영해 온 단체이다 보니 책임감이나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많죠. 어마어마하죠. (웃음) 처음에는 개인으로 시작했지만, 이제 아트프로젝트보라는 개인이 아닌 팀이기 때문에 미래를 설계해야 하고,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는 방향을 빨리 틀어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하고, 팀원들의 생각을 듣고 방향성을 잃지 않고 가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죠. 그래도 팀이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미래를 생각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동기가 생기니까요.

또 무용 공연을 넘어선 카테고리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이 카테고리들을 담아낼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일종의 ‘파운데이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나 지원금으로 살아갈 수는 없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고요. 저희는 지속 가능한 그룹이 되고 싶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저희 내부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원금이 아닌 다른 기금으로 저희가 원하는 일들을, 그리고 사회에 더 환원할 수 있는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방금 주신 답변은 대표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많이 담긴 이야기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예술가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과거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하는, 그러니까 답습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스타일이에요. 그렇다고 미래를 앞서서 계획하지도 않고요. 저는 현재의 제 시간을 인지하는 예술가이고 싶어요. 동시대적인 예술가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안무가, 질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솔직한 안무가였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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