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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오픈월

작성자 : 이지원 조회수 : 1,207 2023-10-20



일상의 벽, 갤러리가 되다 


오픈월 반수경 대표

 


작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작품들이 전시장의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작업실에 머물고 있다. 
오픈월은 기존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한정된 공간를 넘어 
일상 공간의 남는 벽과 작품을 연결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화이트 큐브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 공간에 맞는 큐레이션을 통해 작가들의 전시 기회를 넓히고 
미술시장에 다양성을 제공하고 있는 반수경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안녕하세요, 반수경 대표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오픈월 대표 반수경이라고 합니다.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조소학과 전공한 뒤, 갤러리에서 큐레이터와 문화재단에서 문화예술기획 업무를 해오며 겪었던 아쉬움을 해결하고자 현재는 오픈월 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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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경 오픈월 대표



대표님께서는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예술분야 투자유치대회에서 대상을 받으시며 2021년 오픈월을 여셨는데요, 그만큼 기존 갤러리와의 차별성이 눈에 띄었을 것 같습니다. 오픈월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술분야 예비 창업 지원 사업: 예술분야 창업 아이디어를 지닌 청년 예술 기업가 10팀을 선정해 팀당 최대 1,5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예술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한다.)

오픈월(Open Wall)은 말 그대로 열려있는 벽, 즉 다양한 공간의 비어있는 벽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 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 전시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빈 벽을 활용하여 전시 및 작품 판매를 진행하는 서비스이죠. 공간의 잉여 자산인 빈 공간을 활용하여 전시하기 때문에, 공간을 가진 기업들과 가치를 공유해 나아가며 기업들의 니즈를 받아들이고 좀 더 효율적인 전시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작가들의 입장에서도, 더 많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여줄 수 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판매로 이어지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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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로서 주로 어떤 업무를 맡으시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작가와 공간 운영자, 아트 컬랙터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일의 형태와 체계를 스스로 정확히 파악해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직접 꼼꼼하게 챙기며, 비효율을 파악하고 개선점 찾아가며 보완하고 있습니다.



매번 전시 공간과 작가 섭외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도록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전시를 기획하실 때 어떤 식으로 구상을 시작하시는지, 또 공간 섭외 기준 및 작품 선정 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공간에 어울리는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픈월의 경우,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기존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그 공간의 톤부터 시작해 전반적인 분위기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방문 고객층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해외 전시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셨고, 향후 특별히 전시하고 싶은 국내외 공간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싱가포르 소재의 공간들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작년 싱가포르 5성급 호텔인 아코르 소피텔에서 전시 진행시, 전시 오프닝 행사에 모집 인원에 4배에 달하는 인원이 신청하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정말 높았었습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말 최소 2공간에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고, 내년 미국 진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구체적인 목표 공간이 따로 있다기보다는 글로벌 확장을 해나가며 여러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최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유 오피스나 에어비앤비처럼 잉여자산인 벽을 공유해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시 공간이라 하면, 고정된 화이트큐브가 연상되기 마련인데 이러한 아이디어를 떠올리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화이트큐브: 20세기 초에 등장해 현재까지 가장 일반적인 전시 공간. 흰 벽의 입방체에 작품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갤러리 재직 당시에는 하나의 전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야 했습니다. 하나의 전시를 위해 작가님과 갤러리 모두 저희도 최소 1년 동안 전시 준비에 몰두하는데 막상 전시를 오픈하면 관람객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일주일에 10명 남짓한 경우도 허다하죠. 그런 현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전시 오프닝에도 매번 오시는 분들만 뵙게 되니 어느 순간 회의감이 느껴졌어요. 갤러리에서 많이 울기도 하고, 제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건지 반문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광화문에 위치한 기업 건물들의 로비를 지나가는데, 제가 있었던 갤러리 공간보다 좋아 보이는 거예요. 작가들의 작품들을 저기에 걸면 더 멋있을 것 같고,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갤러리의 가능성을 넓힐 수 있는 빛을 그때 보았고, 그렇게 오픈월이 탄생했습니다.



기존 갤러리처럼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전속 계약을 맺는 일도 이루어지나요?

아직은 전속 계약을 따로 맺고 있지는 않지만, 신진 작가 발굴은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좋은 작품을 좋은 공간에서 보여주는 방향으로 저희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어요. 훗날 오픈월이 더 성장한다면 전속 작가들이 속해있는 갤러리들과 지속적인 협업을 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연간 수많은 공간에서 큐레이션을 하고 계시는데, 작가들에게도 다채로운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월 서비스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함께 전시를 진행한 작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선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라는 두 가지 케이스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신진 작가들의 경우, 아무래도 좋은 공간, 좋은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기회가 쉽지 않은데, 직접적인 판매를 통해서 고객을 만들어드릴 수 있기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오픈월을 통해 ‘올 솔드아웃(all soldout)’ 작가라는 명성을 갖고 활동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중견 작가의 경우, 초기에는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긴 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전시 성과가 좋으니 용기가 생긴 것 같아요. 공간 뿐 아니라 작가들도 브랜딩이 필요한데, 저희의 서비스가 작가분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호텔부터 식당, 카페, 백화점 등 벽을 품는 공간의 다양성에 따라 주요 관람층 역시 달라질 것 같습니다. 관람객 및 컬렉터를 고려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 전략이 있으신가요?

초기에는 카페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과 같은 곳에서 전시 진행을 했어요. 젊은 층에 맞는 신진 작가를 선정해 보이기도 하고, 일종의 테스트 과정들을 거쳤죠. 하지만 사실 판매와 직결된 부분들에서는 실적이 좋지 않았어요. 이렇게 되면 무엇보다도 작가님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거든요. 그러다 호텔에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효과가 좋았습니다. 예전에는 다양한 카테고리에 맞는 전략을 세웠다면, 지금은 조금 더 타깃층을 좁혀 발전시켜나가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확장되고 자원이 탄탄해지면 좀 더 다양한 공간에서 좋은 작품들을 밸런스를 맞추어 선보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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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수경 오픈월 대표가 안다즈 서울 강남에서 전광영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아트 테크가 확대되며 미술시장이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에게 현대미술 감상은 어렵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국내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 소개를 주력으로 하시고 계신 만큼, 컬렉터들에게 작품 소개를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큐레이터는 기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컬랙터님들께 제안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즉, 고객이 원하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작품으로 제안 해드리는 게 또 하나의 역할이죠. 공간에도, 관람객에게도 취향에 맞는 작품을 파악하고 제안 드리고 있는데, 특히 요즘에는 고객분들께서 역으로 작품을 제안해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어요. 옛날에는 그래도 홍보가 많이 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투자 가치로서 바라보고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변화하고, 나에게 맞는,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작가를 구매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유명한 작품들만 갖고서 이 작품이 왜 대단한지 설명해 드리는 것이 아니라, 각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서 큐레이션하고 소개해 드리고있어요. 


 

오픈월을 운영해나가시면서 힘들거나 뿌듯했던 순간들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업무상 힘들었던 기억은 크게 없습니다. 다만 체력적으로, DP(디스플레이)의 경우에는 여전히 힘든 것 같아요(웃음). 특히, 월요일이 휴무인 갤러리와 달리 호텔이나 백화점 같은 경우엔 연중무휴라 새벽이나 밤에 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한 공간이 아니라 다수의 공간에서 전시를 병행하다 보니 여러 일정이 겹칠 때가 있는데, DP 작업을 매일 밤과 새벽에 연달아 하는 경우도 있어서 체력적으로 꽤 힘듭니다. 뿌듯했던 기억으로는 작품 판매 실적으로 “작가님 작품이 이렇게 좋아요.” 라는 마음을 전달해드릴 수 있을 때 그런 순간들이 늘 뿌듯한 기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오픈월을 시작하시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 더불어 그간의 경험이 문화 예술 분야 스타트업 설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주변 갤러리에서 3년 정도 큐레이터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동작문화재단에서도 약 1년간 근무하다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업의 직접적인 계기는 말씀드린 대로 갤러리에서 느낀 아쉬움이 가장 컸어요. 그러한 아쉬움들은 사업적으로 풀어보고 싶었고 생각했던 가설을 증명해 나아가면서 대상도 수상하며 비즈니스에 대한 확신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그간 일하며 배웠던 모든 경험들이 궁극적으로는 제가 오픈월을 시작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중앙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셨다고 하셨는데요, 순수 예술이 아닌 큐레이터로 진로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제가 대학에 재학 중일 때는, 저희의 작품 전시를 늘 학교 안에서 했어요. 매일 작업할 때도 봤던 서로의 작품들인데, 그 학교에서 전시를 하면 결국에는 또 우리만 보는 거잖아요. 그게 아쉬웠습니다. 그러다가 연남동에 위치한 동진시장에서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었어요. 전시는 주말동안 아주 짧게 진행되었는데, 그 짧은 전시기간동안 중년 남성 한 분이 작품 한점을 구매하시고 싶다는 의사가 있으셨어요. 그 순간 처음으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큐레이터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동기들이 많으니, 그들의 좋은 작품들을 보여주는 역할도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대표라는 말보다는 큐레이터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고 하셨는데, 전시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작품을 보는 안목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역량은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가르치기도 어렵고 타인에게 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거든요. 좋은 작품을 알아볼 수 있는 감각을 스스로 키워야 하는 것 같아요. 결국에는 작품을 많이 보고 접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겠죠.



향후 ‘오픈월’의 비전, 그리고 반수경 대표님의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면 들려주세요.

현시점에서, 저는 오픈월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조금 더 다양한 공간에서 보여지길 원하고, 글로벌 서비스로도 안착하기를 바랍니다. 현재 진출예정인 미국, 싱가포르를 비롯해서 다양한 국가에서 계속 전시를 진행해 갈 예정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도 해외 공간 및 고객들을 늘려 국내의 좋은 작가들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한국 미술 시장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자 꿈을 키워나가는 청년들에게 응원과 조언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Just DO”. 몇 년간 제 핸드폰 배경 화면이었던 문장이에요. 원하는 길이 있다면 그냥 해보세요. 저는 제가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고민을 너무 많이 하다 보면 실천에 옮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거든요. 그렇게 부딪히다 보니 제가 원하던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One by One”으로 배경화면을 바꿨어요. 그렇게 일단 시작해보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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