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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ATI) 기업탐방]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작성자 : 이지원 조회수 : 708 2023-11-07



인천 바다의 이야기가 흐르는 우리 음악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광일 단장

 


인천은 개항의 도시다. 배를 타고 낯선 것이 들어와 기존의 자리 잡은 것들과 섞이고 부딪치며

예상치 못한 새로운 파동을 만들어 냈다. 

잔치마당은 이름처럼 잔치가 벌어지는 신명과 놀이마당을 지향한다. 

큰 마당에는 누구나 초대되고 형식의 한계가 없다.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은 인천 지역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하며 

축제·해외공연·전시·출판 등 영역을 넓혀가는 문화브랜딩 강자로 자리매김 중이다. 


잔치마당은 2022년 예술경영대상을 받으며 사회적기업으로서 생존 가능성과 기업운영능력도 대외적으로 호평 받았는데, 

전문예술인단체가 어떻게 공모사업의 의존성을 낮춰 지속가능한 선순환 모델을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한 단체를 30년 이상 이끌어 오고 있는 서광일 단장을 만나 지속가능성과 스토리텔링의 비밀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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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서광일 단장



안녕하세요, 서광일 단장님.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이 어떤 단체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잔치마당은 1992년에 창단해 올해 창단 31주년을 맞은 전통 연희단입니다. “잔치가 펼쳐지는 마당에서 신명 나게 놀아보자, 놀아주자.”라는 뜻을 담아 잔치마당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풍물, 탈춤, 민요, 무속 등을 포함한 포괄적 민족 예술인 ‘전통연희’를 단체의 정체성으로 삼아, 그중 풍물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는 전문예술단체이자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 기업이기도 합니다. 



전공자가 아닌데 어떻게 국악을 접하게 되셨나요?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껴 직업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우연이죠. 1986년 당시 젊은 혈기로 노동 운동에 참여하며 풍물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당시 풍물은 노동 운동에서 조합원들을 단합시키고 북돋기 위해 공연되었는데, 풍물이 국악의 여러 장르 중 민중들이 했던 음악이기에 저항성을 많이 품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3호 남사당놀이를 이수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악계에 들어왔고 1992년도에 잔치마당을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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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판굿 공연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잔치마당은 다양한 국악 창작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국악계를 바꿨다고 생각하는 잔치마당의 대표작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잔치마당이 위치한 인천은 계양산 중심의 농경 문화권과 제물포, 옹진군 같은 바다 중심의 해양 문화권이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에요. 농경 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농악·풍물을 발굴해 <부평 풍물 대축제>를 기획했습니다. 해양 문화권 중심으로 개발한 콘텐츠인 <인천 아라리>는 지역마다 있는 아리랑 중 인천 아리랑을 소재로 만든 축제이면서, 해안가에서 어부들이 부르던 노동요를 현대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해외에도 수출한 어린이극 <금다래꿍>, 환경을 주제로 한 <동동마을을 구해주세요>, 올해 새롭게 제작된 연희극 <동그랑땡> 등이 잔치마당의 단원들이 창작한 대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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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국악극 <동그랑땡> 공연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인천이라는 지역 관련 콘텐츠를 많이 개발하시면서 인천의 지역 브랜딩을 함께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인천의 지역색을 담은 풍물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인천이 개항의 도시예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였던 도시거든요.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외세에 의해 인천이 개항되면서 서양 문물이 대거 들어오게 되죠. 예를 들면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나온 우리나라 최초의 짜장면,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처럼 ‘최초’가 굉장히 많이 들어왔던 곳인 거죠. 그러다 보니 이 개항이라고 하는 지역 특성이 무언가 콘텐츠를 많이 창작할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이 개항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우리가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항장 짠물 페스티벌-인천 아라리>, <온고작신 프로젝트>, <금다래꿍 동화책 출판> 등 국악과 다양한 문화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데 면면이 새롭게 재미있어 보입니다.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요? 

<개항장 짠물 페스티벌>은 과거 염전이 많이 있었던 인천의 지역성을 반영했어요. ‘인천 사람들이 짜다, 인심이 야박해 보인다’라는 부정적인 요소를 긍정적인 축제로 승화시키면서, 인천의 정서를 대변해 내자는 소주제를 가진 콘텐츠로 만들게 되었습니다. <온고작신 프로젝트>는 ‘옛것을 새롭게 한다’라는 온고지신에서 착안했습니다. 잔치마당에서 사용하는 꽹과리나 장구 가죽, 북 가죽 같은 풍물 악기들이 잘 깨지고 찢어지는 거예요. 공연 예술에서 수명이 다한 폐악기를 2차 시각 예술로 새롭게 전환하면 어떨까? 그러면 리사이클링에 디자인을 결합한 ‘리자인’이 되는 겁니다. 


어린이극 <금다래꿍>은 연주만 있는 사물놀이에 스토리텔링을 더한 국악극이에요. 금다래꿍이라는 황해도 민요에 금다래 할머니가 손녀를 찾으러 간다는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거죠. 민요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것이 금다래꿍의 성공 요인이기도 합니다. 잔치마당의 공연 영상을 보면서 동화책을 읽으면 더 생생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동화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상과 독서를 통해 교육 효과도 높였다는 게 <금다래꿍만>의 큰 특징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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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라리> 공연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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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작신 프로젝트 작품. 찢어진 장구 가죽을 리자인해서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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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국악극 <금다래꿍> 공연 모습.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찢어진 장구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한다는 발상이 신선합니다. 특정한 사회 현상을 예술과 결합하고 창조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예술 활동에 있어서 잔치마당이 가장 중심으로 두는 가치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악을 하는 분들은 모두 고민하고 있는 지점일 겁니다. 옛것을 그대로 우리가 보존하기보다는 옛것을 가지고 새롭게 창작하는 것이 중요하죠.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누군가가 이걸 봐주고 즐겨줘야만 빛이 나는 거거든요. 누군가가 나의 예술을 보도록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작을 계속 해야 하는 거죠. 창작이 바로 변화하는 시대의 정신과 발을 맞춰서 가려고 하는 우리 잔치마당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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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부평 풍물 대축제> ⓒ부평풍물대축제



국악계에는 대중화를 위해 퓨전 밴드, 국악 뮤지컬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K팝이 전 세계를 휩쓰는 시대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국악에도 통하지 않을까요?

그럼요. 우리는 창단부터 국악의 대중화·생활화·세계화라는 세 가지의 모토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평 풍물 대축제>를 진행하며 주민들이 동마다 풍물단을 만들어 연습하고 공연하는 걸 보면서, 국악의 대중화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잔치마당 내에서 직장인, 주부, 청소년이 풍물을 즐길 수 있게 만들었는데 대중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저희가 30여 개의 나라에서 공연을 하며 우리 음악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지 깨닫습니다. 그러니 같은 것만 가지고 나갈 수 있나요? 남이 안 한 거, 참신하고 새롭게 스토리텔링 된 것을 계속 찾아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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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마당의 풍물 교육 프로그램 <풍물패 다믈>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잔치마당은 작년인 2022년 예술경영대상을 받은 단체입니다. 이와 같은 성취를 이루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상을 주셔서 감사하죠. 이유를 찾자면, 전통 예술을 보존만 하지 않고 창작을 통해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때문이 아닐까요. 잔치마당은 사회적 기업이기 때문에 단원들을 상시 고용할 수 있습니다. 단원들이 잔치마당을 직장으로 삼아 공연하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준 것이 장점이 된 것이죠. 


두 번째로는 잔치마당에서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극장이 새로운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는 토대이면서 작품 평가를 받아볼 수 있는 쇼케이스 공연장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거죠. 특히 코로나 시기에 예술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에도 잔치마당은 한 명의 단원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조금 어렵더라도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간 거죠. 그렇게 <금다래꿍> 동화책도 만들고, 축제도 하는 활동을 했고 이것들을 모아서 사례 발표를 해서 민간 부문 문화예술 경영 대상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단장님은 예술가이자 잔치마당이라는 단체의 운영자입니다. 예술가는 새로운 시도와 창작이 중요하지만, 단원들에게 안정적인 직장이나 급여를 제공하려면 안정성을 추구하셔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예술가와 운영자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할 경우 어떤 것을 우선에 두시나요? 

저는 지금 예술가로서의 역할은 많이 줄었어요. 예술적 활동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한 단체의 경영자 역할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예술계는 전반적으로 문화예술진흥기금 공모 사업에 많이 의존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모 사업은 연속성이 없습니다. 단발성이기 때문에 올해 공모를 통해 지원받더라도 내년의 활동은 보장할 수 없는 거예요. 내년을 고민하기보다는 올해만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현실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잔치마당은 공모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온고작신 프로젝트, 개항장 짠물 페스티벌 등의 작품들을 통해 공모 사업을 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잔치마당의 공연을 초청하거나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거죠. 이렇게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거예요. 물론 공모 사업을 단체 운영에서 아예 배제할 수는 없어요. 공모 사업에 참여하면서도 그 외의 분야로도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잔치마당 단장으로 해야 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말씀하신 것처럼 공모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새로운 창작을 한다면, 그 새로운 창작을 통해 다시 공모 사업에서 수상을 한다는 선순환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작품의 경쟁력을 가져야 합니다. 경쟁력은 저 공연 정말 재미있다는 평을 남겨주는 것처럼, 누군가 작품을 인정해야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잔치마당만의 힘으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은 어느 정도의 한계가 있어요.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문화 후원인 메세나도 활발해요. 기존에는 기업이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려면 보통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주로 했지만, 요즘은 그 지원 영역을 문화예술로 확장을 하는 거예요. 이런 메세나 활동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잔치마당이 공공사업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거죠. 메세나 활동을 통해 잔치마당의 창작이 지원받아 더 좋은 창작 예술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잔치마당의 앞으로의 목표를 말씀해 주세요.

잔치마당은 민간단체로서 우리 지역의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잔치마당에서 단원들이 꾸준히 만들어 내는 작품들이 우리 지역에서 인정받고, 다음에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아 결국 세계로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단원들에게는 창작을 멈추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네요. 특히, 예술을 전공하거나 앞으로 전공할 학생들에게는 예술과 관련해 기술만 배울 것이 아니라 예술 행정을 함께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그런 토대를 우리 잔치마당이 마련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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